
10월 13일 오후 서울 반포동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만난 유일호(60) 국토부 장관은 “주택 문제에 초점을 두고 열심히 정책을 폈지만, 상황변수가 있다보니 언제나 차선(次善)에 머물렀다”며 “갑갑한 상황이지만 뉴스테이 사업(기업형 주택임대사업)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유일호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한구조세연구원장을 지낸 조세 전문가. 18·19대 국회의원(서울 송파을), 박근혜 대통령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냈다.
시장주의자의 정책 개입
▼ 지난 3월 장관에 취임했으니 7개월째다.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국토부의 업무 범위가 넓고,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다, 경제 회복을 위해 중요한 임무를 맡은 부처이다보니 각종 회의, 국제행사, 정책현장 방문 등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중 서민 주거부담 완화에 가장 역점을 두고 일했다. 전세 시대에서 월세 시대로 급변하다보니 일이 늘어날 수밖에.”
▼ 장관이 되기 전까지는 시장주의자로 알려졌는데.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부담이 그만큼 늘어났고, 그에 따른 정부 대응이 필요했다. 주택도 재화이자 서비스이므로 기본적으로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게 맞지만 의식주라는 국민 기본권의 하나 아닌가. 더욱이 주택 가격 급등이라는, 시장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현상도 겪은 만큼 주거안정 차원의 개입이 필요했다.”
▼ 지금까지 내놓은 주택정책에 만족하나.
“주택에선 ‘조금은 했다’고 본다. 주택 가격은 물가 수준의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도 활성화했다. 전·월세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이 참여해 공급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에 매진하고 있다.”
▼ 뉴스테이 사업 말인가.
“그렇다. 월세 시대로 바뀌면서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적극 추진했다. 민간이 대규모 임대주택을 지어 8년간 세를 놓고 이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연 5% 이내로 상승이 제한돼 월세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2017년까지 6만 호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12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이 시행되고 관련 세법 개정이 완료되면 참여 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시 산하 SH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아파트를 지어 주변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받고 무주택 서민들에게 공급해왔다. 이에 비해 뉴스테이는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어 직접 임대하는 새로운 임대 제도다. 민간 건설사가 시공 후 임대 운영을 맡으며, 임대료 결정권도 쥐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 대림동과 경기 수원 권선동 등 4개 시범사업지구에 1만4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매매시장 회복 기대감 확산”
▼ 서울 신당동 뉴스테이(전용 59㎡)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0만 원, 대림동(전용 44㎡)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10만 원이다.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다.
“시범사업의 경우 주변 임대료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고, 발표한 임대료는 2~3년 후에 적용된다. 일반 분양주택과 같은 품질의 새집인 점을 고려하면 더 낮은 수준이다. 최근 입주자 선정과 계약이 완료된 인천 도화 뉴스테이는 청약경쟁률이 5.5대 1, 수원 권선은 3.2대 1이었다.”
▼ 전세 가격은 2009년 3월 이후 79개월째 상승세이고, 9월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6420만 원으로 2년 전보다 29.1% 올랐다. 지난 5년간 월세보증금은 전세보증금 평균의 3배나 올랐고.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과거처럼 주택가격 급상승을 예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금리를 올릴 수도 없고, 저금리 시대 세입자에게 유리한 전세 수요는 많아 갑갑하다.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걸 막을 수 없는 만큼 전환 속도를 늦추는 정책을 쓰고 있다. 젊은 층을 위해 2017년까지 행복주택 14만 호, 서민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및 매입·전세임대 52만 호, 중산층을 위해 뉴스테이 6만 호 이상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저소득층 주거급여 지원액도 최근 11만 원(4인 기준 182만 원 이하일 경우)으로 올렸다.”
그러나 공공분양 아파트는 정부의 공공주택 물량 축소와 LH의 자금난 등으로 연 4만~5만 가구이던 물량이 1만~1만5000가구로 줄었다. 비교적 저렴한 공공아파트 입주를 원하던 65만여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불만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