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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東亞 창간 84주년 특별기획 | 2·0·4·5 광복 100년 대한민국

‘퀀텀 점프’→‘지속 쇠퇴’ 낭만세대→난망(難望)세대

한국 등지려는 젊은이들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퀀텀 점프’→‘지속 쇠퇴’ 낭만세대→난망(難望)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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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세대는 한국의 미래를 ‘지속 쇠퇴(continuous decline)’로 인식했다. 전함은 침몰하는데, 아군(我軍)은 없다. 도움 줄 세력도 없다. 2030세대의 현실인식은 ‘각자도생 생존사회’, 딱 그것이다.
‘퀀텀 점프’→‘지속 쇠퇴’ 낭만세대→난망(難望)세대
어려울 난(難), 희망할 망(望). ‘신동아’가 창간 84주년을 맞아 ‘미래 한국’을 가늠해보고자 20~39세 16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난망(難望)’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나아진다는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열정, 행복, 발전, 연대 등의 낱말을 제시했으나 “탈(脫)한국이 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미래를 내다본 창(窓)이라기보다는 현실을 드러내고 반영한 것”이라고 박성원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미래학)는 설명했다.

2030세대는 향후 30년의 모습을 ‘지속 쇠퇴(continuous decline)’로 인식했다. 광복 이후 ‘지속 성장’의 반대 현상을 예견한 것. 배가 침몰하는데, 아군(我軍)은 없다. 성장 둔화, 격차 확대 대안도 딱히 없다. 도움 줄 정치세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각자도생해야 한다. 경쟁력을 키워 살아남는 게 해법이다. ‘생존사회’다.

지속 쇠퇴 vs 제2의 도약

설문조사 결과대로라면 2030세대는 미래를 설계할 여력조차 없는 자포자기, 체념의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을 떠날 기회를 엿본다. 공평하지 않으며, 일자리 걱정이 상존하고, 빈부격차가 심한 생존사회에서 살아남고자 각자 투쟁하는 상황에서 미래 예측이 긍정적이긴 어렵다.

30년 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재할까. 미래에도 국내총생산(GDP), 1인당 국민소득이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유용할까. 2045년에도 주거 형태를 자가, 전세, 월세로 구분할까.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낱말이 존재할까. 인공지능 기술이 단번에 도약하거나 트랜스휴먼(인간의 뇌와 인터넷의 결합)이 나타나 ‘상상, 그 이상의 미래’가 열려 있으리라는 전망은 섣부를까.



이주향 수원대 철학과 교수는 “30년 후? 가슴이 무너질 듯 벅차다. 먹먹하다. 도저히 떠올리지 못하겠다. 30년 전, 현재의 모습을 상상조차 못했다. 30년 후엔 현재 지지받는 가치가 모두 해체됐을 것 같다”고 했다.

현실로 되돌아와 2030세대 다수가 공감한 ‘지속 쇠퇴’의 예감을 뒤집어 읽으면 그것이 2030세대가 희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일 것이다. 일자리가 넉넉하고, 빈부격차가 심하지 않으며,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무한경쟁보다는 화합과 협업이 강조되는 사회다.

어려울 난(難) ①“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②“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에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어야 돼”(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중 여주인공 ‘계나’의 독백).

①, ②의 독백을 거꾸로 읽으면 한국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다. ‘금수저’는 못 돼도 ‘은수저’는 물고 태어나야 한다. 아니면 명문대라도 나오거나 김태희처럼 예뻐야 한다(문학평론가 허희 ‘사육장 너머로’ 참조). 호주로 이민 간 ‘계나’도 ‘지잡대’를 나왔다고 쑥스럽게 웃는 ‘재인’에게 “난 홍대 나왔는데”라고 말하며 통쾌함을 느낀다. ‘서열 사회’에서 학벌은 사회 계급의 하나로 기능한다. 서열은 더욱 세분화한다.



기승전(起承轉)치킨집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으면서 ‘명문대 진학 외길’을 걸은 20대의 현실 인식은 소설 속 ‘계나’보다 더 부정적이다. 온라인에서 촌철살인(寸鐵殺人) 대접을 받는 ‘기승전치킨집’은 이렇다. 이과의 자연계열은 대학→백수→아사(餓死)하거나 대학원→연구원→치킨집이다. 공학계열은 대학(+대학원)→기업→치킨집(혹은 과로사). 경상계열은 기업→치킨집(혹은 창업→치킨집)이다. 인문계열은 치킨집도 버겁다. 아사하거나 백수로 연명한다. 명문대를 나와도 ‘금수저’가 아니면 종착지는 같다는 것이다.

희망할 망(望) 골드만삭스는 2050년 한국의 1인당 GDP가 8만 달러를 넘어 미국 다음의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년 경제력이 G7 수준에 이르고 2050년에는 세계에서 잘살기로 손꼽히는 나라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광복 후 한국은 세계 역사에 남을 만한 눈부신 ‘지속 상승’을 이뤄냈다. 빈국에서 부국으로 대약진했으며, 변방에서 만방으로 나아갔다. 1980년대 불의를 규탄하면서 공산주의 혁명을 도모한 ‘강철서신’ 저자 김영환 씨의 견해는 이렇다.

“한국은 광복 이후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경제적 발전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룩했다. 경제 발전의 측면을 보자면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환산한 1인당 GDP(2014년 기준 3만4357달러)는 일본, 영국,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을 달성했다. 명목 GDP로 봐도 다른 선진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구매력평가(PPP·Purchasing-Power Parity) 기준 GDP는 각국 통화단위로 산출한 GDP를 단순히 달러로 환산하지 않고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해 비교한 것이다. 발전경제학은 경제력을 비교할 때 명목 GDP가 아닌 PPP 기준 GDP를 사용한다. PPP 기준으로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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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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