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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東亞 창간 84주년 특별기획 | 2·0·4·5 광복 100년 대한민국

탈이념·네트워크 공동체 연대와 통합의 시민사회

2045년 정치·사회 비전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탈이념·네트워크 공동체 연대와 통합의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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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국가, 강한 시민사회

하지만 2045년의 사회가 직면할 과제들을 우리 정치사회와 시민사회가 얼마나 담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사적 흐름을 지켜볼 때 불평등 강화, 일자리 감소, 문화의 분절화 등의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이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국가와 시민사회가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보다 비관적 전망이 우세해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평등에서 문화적 분절화에 이르는 사회문제들은 일종의 구조화된 이슈라는 점에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처방을 요구하는데, 이런 국가적 의제들을 해결하는 데 우리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역량이 크지 않다는 점에 그 까닭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광복 100년의 행복 사회를 열기 위해 앞으로 우리 정치와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까. 3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중·장기적 과제를 추구할 수 있고, 또 추구해야 한다. 정치와 사회에서 두 가지 과제가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첫째, 정치사회의 대표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정당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당에 대한 신뢰는 대단히 낮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당정치가 중요한 까닭은 정당을 통해 시민사회의 가치와 이익이 정치사회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당정치가 약화하는 빈 공간에 들어서는 포퓰리즘으로는 국가의 장기적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난 민주화 시대를 돌아보면 사회운동으로 대변되는 참여민주주의의 확산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정보사회의 진전과 긴밀히 결합된 참여민주주의의 활성화는 정당정치로 대표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가치와 자원의 재분배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이라는 정치 고유의 문제들을 참여민주주의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광복 100년에서도 정당정치가 여전히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당정치의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무엇보다 정치인과 관료로 대표되는 정치사회 구성원들의 일대 자기계몽이 이뤄져야 하고, 참여민주주의와 생산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거버넌스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 자율과 연대의 시민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강한 시민사회’가 ‘강한 국가’와 함께 선진국의 조건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강한 시민사회란 상반된 가치일 수 있는 자율과 연대가 균형적으로 뿌리내린 시민사회를 말한다. 시민사회의 발전에서 자율을 지향하는 개인주의의 성장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거시적으로 보면 광복 100년의 시간은 전통적 공동체주의에서 현대적 개인주의로의 변동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문제는 개인주의의 과도한 성장이 가져올 폐해다. 사회는 개인 삶의 차원과는 구별되는 그 자체의 고유한 과제를 갖는다. 연대와 통합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주의만으로는 양극화, 이념, 세대 간 긴장 등이 낳는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

포용의 정치, 포용의 경제

앞으로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은 이런 갈등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대를 중시하는 시민사회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양극화, 이념갈등, 세대갈등에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포함한 정치사회의 역할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시민사회 역시 연대와 통합의 가치를 강화해 타자를 존중하는 열린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시민사회에서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현대적 결합은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광복 100년이 되는 2045년의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선진국 도약이 저절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 도달하려면 무엇보다 포용의 정치와 동시에 포용적 경제가 요구되며, 시민사회가 성숙해야 한다. 역사에서 비약은 없다. 바람직한 경제성장과 분배에 더해 미래지향적인 정치질서와 시민사회를 일궈나갈 때에만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다. 모두가 함께 잘사는, 인간답게 사는 광복 100년의 한국 사회를 이루려면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부단한 혁신이 요구된다.

신동아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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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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