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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층 사무실의 느린 사색 인간 대신 욕망하는 인공지능

미래학자가 예측한 ‘2045년, 4가지 미래’

  • 박성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 spark@stepi.re.kr

700층 사무실의 느린 사색 인간 대신 욕망하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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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통일된 경제·과학 강국…‘한국 1위가 세계 1위’
  • #2 느림, 사색, 여유의 ‘경쟁금지특별구역’
  • #3 석유 에너지 고갈…막 내린 탐욕의 시대
  • #4 Mars-K에서 우주 탐구…‘무한풍부우주시대’
◇ 4가지 미래 사용설명서

700층 사무실의 느린 사색 인간 대신 욕망하는 인공지능

일러스트 · 박용인

미래학자는 미래를 가능미래와 선호미래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예측한다. 가능미래는 올 것 같은 미래이고, 선호미래는 왔으면 하고 바라는 미래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바라는 미래가, 올 것 같은 미래로 믿어지는 경우다. 이런 사회의 시민들은 자신감 있고 진취적인 삶을 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바라는 미래와 예상되는 미래는 다르다. 올 것 같은 미래는 원하는 모습이 아니고, 원하는 미래는 올 것 같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 부정적인 사회 변화가 나타난다. 비과학적인 예언서가 난무하거나, 삶을 체념하는 사람이 증가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하거나 다른 나라로 떠난다.

미래 예측을 두고 한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회구성원이 바라는 미래 사회를 파악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짜서 실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것은 다양한 미래를 예상해보고 각각의 경우에 바람직한 미래상을 가정한 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다.

가능미래 vs 선호미래



첫 번째 전략은 우리가 짜본 적이 있다. 1960~70년대에 우리는 선진국이 되자는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고자 힘을 모았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제 이 전략은 사용하기 힘들다. 한국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모르고 있거나, 있더라도 이전의 비전과는 매우 다르고 다양하다. 따라서 국가 단위의 획일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다.

두 번째 전략은 우리가 짜본 적이 없다. 다양한 미래를 가정한 적도, 각 미래에 맞는 사회상을 예측해본 적도 없다.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더 성장할지, 덜 성장할지의 미래만 내다봤을 뿐이다. 예컨대 경제성장이 멈추거나(제로 성장) 또는 다른 성장을 중시하는 사회를 가정하고 그 사회가 지금 사회의 문제(예컨대 경쟁지상주의나 양극화 기반의 경제성장 등)를 풀어낼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을 상상해본 적은 거의 없다.

앞으로 제시될 4가지 미래는 두 번째 전략의 관점에서 유용하다. 4가지의 다른 가정에서 출발해 각각의 미래가 현재 사회의 어떤 문제를 풀어낼 단서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4가지 미래는 인구, 경제, 환경, 에너지, 문화, 과학기술, 정치 등 7가지 변화의 동력이 각기 다르게 작용해 형성된 미래다. 예컨대 인구의 증가, 정체, 대폭 감소, 변형인구(인공지능 로봇, 유전자 변형 인간)의 등장 등 4가지 가정에서 벌어질 미래를 예상해볼 수 있다.

4가지 미래는 추상적이고 요약적인 미래상이다. 실제 우리가 30년 뒤 마주할 미래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더 원하느냐, 그 미래를 위해 현재 어떤 자원을 가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4가지 중 하나가 지배적인 형태를 띨 것이다.

◇ 첫 번째 미래

2045년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경제와 과학 강국, 통일, 다문화, 작은 정부, 메가시티다. 통일된 한반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미국, 중국, 인도, EU에 이어 세계 5위다. 2025년 한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한 뒤 북한의 낙후된 지역을 개발한 결과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유라시아 자기부상열차는 평양을 지나 중국 각지로 흩어지며, 러시아와 유럽까지 승객을 실어 나른다. 이 열차는 아시아와 유럽을 지역적으로 이을 뿐 아니라 지역의 평화유지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외국인의 유입도 많아 2045년엔 1억 명이 한반도에 거주한다. 서울은 초거대도시로 발달해 700층이 넘는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인구의 20%는 외국인으로 아시아는 물론 북미,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졌다. 북한의 남포, 개성, 나진 등도 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한국이 경제 강국이 된 것은 첫째가 기업가의 활약, 둘째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력 덕분이다. 초등학생이라도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업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지원하는 투자자들은 다양하다. 무형자산의 사업적 가치를 알아주고 시장성을 평가하는 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외국인이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한국을 찾는다. 서울은 기업이 내야 하는 세금의 비율도 매우 낮아 사업가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많은 기업인이 사업을 통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기에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다. 대학생의 70%가 장래의 꿈을 기업인이라고 밝힌다. 한반도 10대 기업가들의 모임인 한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외 중요한 정책을 결정한다. 이들을 곁에서 지원하고 때론 세계 기술의 표준화를 이끌어내 세계적인 기업들을 탄생시키는 최고의 그룹이 과학기술인들이다. 한국은 바이오와 의료, 나노, 로봇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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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 spark@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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