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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과욕, ADD는 무책임 기술이전 집착 말고 개발비 낮춰라

‘폭주 기관차’ KFX를 고발한다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공군은 과욕, ADD는 무책임 기술이전 집착 말고 개발비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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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방공미사일 포기하고 쌍발에 올인한 공군
  • ● 非첨단 기술의 국산화가 현실적 선택
  • ● 단가 낮추고 수출로 활로 뚫어야
  • ● ‘전투기 시장 甲’ 미국과 맞서지 말라
공군은 과욕, ADD는 무책임 기술이전 집착 말고 개발비 낮춰라
“미국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 4개를 제공하지 않아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9월 22일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경두 공군 총장이 한 이 말 한 마디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KFX 사업이 무산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가 하면, 기술 제공을 거부한 미국을 질타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우리의 무능을 비판하는 논조도 있었다.

미국이 4개 기술을 주지 않으면 KFX를 만들지 못하는가. 아니다, 그 기술이 적용된 부품을 미국에서 사와서 탑재하면 된다. 그래서 정 총장은 “(미국이) 4개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도 KFX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이다. 그런데 왜 난리를 쳤는가. 이참에 4개 기술이 적용된 부품을 국산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애국적으로 들리는 ‘이참에 국산화’가 문제였다. 떡을 찐 이들은 줄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은데, ‘줄 것이다’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이는 KFX 사업이 ‘장밋빛’으로 치장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든 첨단 기술은 쉽게 내주지 않는데 받아올 수 있다고 보고 사업계획을 만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차치하고, 차선으로 떨어졌을 때를 대비한 ‘플랜 B’도 없이 가려는 것이 KFX 사업이다.

KFX 사업에는 시장을 무시하는 개발론자들의 ‘오만’이 숨어 있다. 새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시장’이라는 중차대한 사실을 간과했다. KFX 사업은,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 공군에 120대를 공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한국 공군은 120대를 구매한다는 계약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 한국 공군은 과연 120대를 사줄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면 정 총장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확실한 답을 듣고 싶다면, ‘KFX의 단가가 얼마가 되든’이라는 단서를 붙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정 총장은 아마, “장차 공군에 배정될 예산과 KFX의 가격이 지금 예상하는 대로라면 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답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전투기 개발사업이 ‘황금빛’이 아닐 수 있다는 중요한 암시가 된다.

KFX 사업은 1990년대 일본이 추진한 차기 지원전투기(FSX) 사업과 흡사하다. 두 사업은 모두 미국의 록히드마틴을 ‘선생’으로 모시고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정 총장은 주일 공군무관을 했기에 FSX 사업을 잘 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은 대단한 무역흑자로 호황을 누렸다. “미국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기고만장했다. 일본은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준다는 논리로 국산 전투기 141대를 개발·제작하는 FSX 사업에 들어갔다. ‘지갑이 빵빵’했기에, 많은 기술을 국산화하려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기술 국산화가 쉽지 않아 개발비는 계속 올라갔다. 개발이 완료돼 양산에 들어간 1990년대 후반부터는 장기불황이 시작돼 예산 증가율도 둔화했다. 그 때문에 항공자위대는 구입 대수를 130대로 줄이더니, 급기야는 98대(애초 대비 약 70%)로 ‘확’ 깎아버렸다.

미국에서 사왔으면 될 기술을 많은 돈을 들여 개발했으니, FSX사업으로 개발한 F-2 전투기는, 성능은 F-16 신형과 비슷한데 가격은 두 배 이상 비쌌다. F-16보다 좋은 전투기가 F-15다. F-15에는 F-16에 한 개 들어가는 엔진이 두 개 들어 있어 훨씬 크고 파워도 세다. 항공자위대에서는 “F-2를 왜 F-15보다 비싸게 사야 하는가”란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술 국산화라는 숙원은 이뤘지만 가격 때문에 ‘기린아’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미쓰비시에서 마지막 F-2를 생산했다고 보도한 일본 언론 기사를 보면 그 분위기가 침울하기 그지없다.

새로 개발한 전투기의 손익분기점은 통상 300대 생산으로 본다. 그때의 일본은 ‘무기 금수(禁輸) 3원칙’을 따랐기에 F-2를 수출하지 못했다. 항공자위대는 98대만 도입했다. 미쓰비시는 상당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FSX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얻는 교훈은 ‘우리는 KFX를 반드시 수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을 하려면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술 국산화를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 이는 지극히 ‘이율배반’적이다. KFX 사업 목적은 기술 국산화인데, 현실은 그 반대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만을 토로할 필요는 없다. KFX를 개발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국산화이기 때문이다.

4개 핵심 기술 같은 첨단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KFX는 비(非)첨단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첨단 기술 개발에 치중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미국도 기술 제일주의를 지향하다 ‘가격의 덫’에 걸린 적 있다. 1990년대 미국은 JSF 사업이라는 이름을 걸고 F-35 스텔스기 개발에 도전했다. 미국(공군·해군·해병대)이 2443대, 공동 개발에 참여한 8개국이 718대를 구입할 것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워놓고…. 그런데 기술적인 장애에 봉착해 이를 해결하느라 개발비가 늘어났다. 당연히 대당 가격이 올라 8개국은 당초 예상한 도입 대수를 612대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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