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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과욕, ADD는 무책임 기술이전 집착 말고 개발비 낮춰라

‘폭주 기관차’ KFX를 고발한다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공군은 과욕, ADD는 무책임 기술이전 집착 말고 개발비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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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론자에게 모든 걸 맡기지 말라

그리고 2012년, 미 국방부는 국방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재정절벽(sequester)에 직면했다. 가장 큰 구매자인 미국도 F-35 도입 대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F-35의 단가가 올라가니, 8개국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8개국이 또 도입 물량을 줄이면, F-35 단가는 더 올라가, 다시 미 공군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다급해진 미 국방부는 공동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동맹국을 두들기는 것으로 해법을 찾았다. JSF 사업을 시작할 때는 언질조차 주지 않던 조건을 제시해, 이스라엘(44대)과 일본(42대), 한국(40대)을 새 고객으로 모신 것이다.

라팔을 개발한 프랑스는 일본 꼴이 나고 있다. 애초 프랑스는 영국 등 4개국과 공동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자국 기술력을 과신해 떨어져 나와, 단독으로 라팔을 개발했다. 그리고 첨단 기술을 첨부하다보니 가격이 높아졌다. 336대를 도입하겠다던 프랑스 군은 294대 구매에 그쳤다. 라팔을 제작하는 닷소는 수출에 노력하다, 최근에야 겨우 이집트에 24대를 수출하기로 했다.

유로파이터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의 JSF처럼 4개국이 공동 개발했기에 라팔보다는 큰 시장이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유로파이터 역시 단가가 올라가 4개국은 애초 거론한 765대가 아닌 620대만 도입했다. 수출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한국과 일본 수주전에서 연패한 끝에, 오스트리아에 15대, 사우디아라비아에 72대, 오만에 12대, 쿠웨이트에 28대 등의 수출 물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단발기가 사고율 낮다

이것이 국제 전투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다. 스텔스를 비롯해 최첨단 기술을 넣어 성능을 향상시켜도 가격이 올라가면 자국군조차 구입 대수를 줄이는 것이다. KFX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발을 완료하면 한국 공군이 ‘무조건’ 120대를 사고 수출도 이뤄진다고 믿는다면, 이는 심각한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정 총장의 답변으로 4개 첨단 기술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포진한 KFX 개발주의자들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인지, 4개 기술 국산화를 주장했다. 이는 중요한 다짐이지만, 이면에 KFX의 개발비가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장과 가격을 무시하는 개발주의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아이 말만 듣고 모든 재산을 사교육비로 투자하는 것과 같다.

정 총장의 답변 장면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KFX를 개발하고 생산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사장에게 “KFX 개발이 완료되면 KAI는 KFX를 얼마나 수출할 수 있는가” 묻고 답변을 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는 KFX 사업에 숨은 더 큰 약점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 허점은 사업을 시작한 다음에는 수정할 수가 없다.

FSX와 JSF, 라팔, 유로파이터의 사례는 ‘KFX사업의 성패는 개발한 전투기의 단가를 낮추는 데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투기 개발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은 엔진이니, 엔진 가격을 낮추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우리는 KFX를 작은 엔진 두 개를 탑재한 쌍발기로 만들려 한다. 그런데 단가는 큰 엔진 한 개를 넣은 단발기로 제작해야 낮아진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1990년대 후반 한국이 추진한 한국형전투기 프로그램(KFP) 사업이다. 큰 엔진 한 개를 탑재한 F-16과 작은 엔진 두 개를 탑재한 F/A-18은 동급으로 여겨진다. 한국은 두 기종을 놓고 KFP사업을 펼쳤는데, 그때 드러난 가격 비율이 3대 2였다. 같은 돈으로 F-16은 120대, F/A-18은 80대 살 수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과거에는 가끔 비행 중 엔진이 꺼졌기에, 쌍발기를 주로 제작했다. 그래야 한 개 엔진이 꺼져도 남은 엔진으로 가까운 공항에 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 엔진 문제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비율이 낮아졌다. 분기점이 바로 F-16의 등장이었다.

F-16과 F/A-18, 한국의 KFX와 일본의 F-2(FSX)는 미 공군 기준으로 보면 저급(low) 전투기에 해당한다. 1970년대 미 공군은 저급 전투기 도입 을 결정하고 입찰에 부쳤는데, 그때 록히드마틴(당시는 제너럴 다이내믹스)은 F-16을, 보잉(당시는 맥도널 더글러스)은 F/A-18을 내놓았다. 치열했던 이 경쟁에서 미 공군은 싸고 기름도 적게 먹는 단발의 F-16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옳았음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1만 비행시간당 엔진 사고로 인한 추락률을 비교해보면, F-16은 3.22, F/A-18은 3.64로, F-16이 오히려 낮기 때문이다(2014년).

이를 수용한 것이 미 해군·해병대다. 미 해군·해병대는 염분 섞인 바닷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는 항공모함과 상륙모함에서 전투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안전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시해 F/A-18을 골랐다. 그런데 지금은 F/A-18의 후속기로 단발인 F-35C(해군)와 F-35B(해병대)를 선택했다. 이는 쌍발기가 안전하다는 주장이 무너졌다는 분명한 증거가 된다.

거꾸로 가는 한국 공군

한국은 전투기 엔진을 생산하지 못하니 KFX에는 미국산이나 유럽산 엔진을 탑재해야 한다. 그런데도 쌍발기가 더 안전하다는 ‘쌍팔년도’ 논리에 젖어 있으니, 유수의 전투기 제작사로부터 비웃음을 산다.

쌍발기 선택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KFX 사업을 기획한 이들은 쌍발로 하면 개발비는 1.8조, 양산비는 1.7조, 30년간 운영비는 1.3조, 도합 4.8조 원이 더 들어가고, 개발 기간도 2년 정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공군의 안중에는 ‘국민 세금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KAI와 방위사업청의 오모 본부장 등이 반발했으나, 공군을 꺾지 못했다. 전투기 세계에서 ‘절대 갑’은 공군이기 때문이다.

FSX와 JSF 사업 경과에서 유추할 수 있는 또 다른 진실은, KFX 사업도 중간에 사업비가 증가할 것이란 사실이다. 세계의 전투기 제작사들은 한국이 잡아놓은 KFX 사업 예산이 너무 적은 것에 주목한다. 사업비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면 더더욱 단발을 선택해야 한다. 수출까지 생각한다면 절대적으로 단발이 유리하다.

단발이 수출에 유리하다는 것은 F-16과 F/A-18의 판매 실적을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F-16은 지금까지 4426대, F/A-18은 1481대가 팔려나갔다. 1481대 가운데 미 해군·해병대 등이 안전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사준 것이 1048대다. 제3국으로 수출된 F/A-18은 433대에 그친 것이다. 그렇게 쌍발은 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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