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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시엔 민간, 전시엔 군이 對北 민주화 방송 활용하라

합참, 심리전 조직 폐지 논란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평시엔 민간, 전시엔 군이 對北 민주화 방송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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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목함지뢰 사건 때 모처럼 활약
  • ● 정치적 부담 되니 없애려 해
  • ● ‘민·군 분리’ 미국 모델이 해법
평시엔 민간, 전시엔 군이 對北 민주화 방송 활용하라

목함지뢰 위기 직후 한국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 북한을 코너에 몰아넣었다. 합참이 심리전 조직을 축소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8월 목함지뢰 사건 때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다. 노무현-김정일 시절인 2004년 2차 남북장성급 회담 합의로 중단됐다가 11년 만에 재개된 이 방송이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방송을 막으려 고위급 회담을 요청하고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유감까지 밝혔으니, 그 효과가 대단했음이 입증된 셈이다.

군이 이러한 대북심리전 조직을 축소하려 해 논란이 인다. 합동참모본부(합참) 안에 있는 민사·심리전참모부를 없애려는 움직임이다. 왜 우리 군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걸까.

우리 군은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 평시에는 합참이 최고사령부이나, 전시에는 한미연합사령부(연합사)가 지휘권을 갖는다. 둘 가운데 더 센 것은 연합사다. 군은 전쟁에 대비한 조직이니, 전시 지휘부(연합사)는 평시 지휘부(합참)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한 번 일어난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은 평시 지휘부일 수밖에 없다.

원거리에서 적을 세뇌

심리전이 군 작전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는 것은 평시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전은 전술심리전과 전략심리전으로 나뉜다. 목함지뢰 사건 후 우리 군이 재개한 확성기방송이 전술심리전에 해당한다. 국방부 대변인이나 작전부대 지휘관이 TV에 나와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전술심리전에 포함된다. 충돌이 있는 곳에서 당장 펼치는 것이 전술심리전이다.



전략심리전은 시간을 두고 원거리에서 적을 ‘세뇌’하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적을 긴장시키는 비난이나 위협은 전혀 하지 않는다. 안개비처럼,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 상대 옷을 적신다.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RFA) 방송’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방송은 적국을 거의 비난하지 않으며 세상사를 전달해준다. 재미도 송출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준다. 그러니 적국에서도 들어보려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

VOA와 RFA가 노리는 것은 ‘듣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의외로 단순하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믿는 속성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버린다. 이런 점에서 전략심리전은 아무 생각 없는 사람도 쳐다보게 만들고, 마침내 사게 만드는 광고와 비슷하다.

들어주는 적국 주민이 늘어났다고 판단되면 VOA 등은 하고 싶은 말을 살짝살짝 찔러 넣는다. 적국 주민의 정서를 반(反)정부 쪽으로 조금씩 돌려놓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봉기’가 일어난다. 총 한 방 쏘지 않고 적 정권을 무너뜨리는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를 구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전략심리전은 민간 조직이 담당하고, 전선에서 하는 전술심리전은 심리전부대가 맡는다.

한반도는 1953년 정전협정을 맺은 후 그 체제가 62년째 유지되고 있다. 북한 도발로 인한 충돌은 간간이 있지만 군사분계선이 바뀐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안정지역으로 보고 전략심리전은 해도 전술심리전은 하지 않는다. VOA나 RFA 방송은 민간에서 진행해도, 심리전부대를 통한 전술심리전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사시를 대비해 심리전 조직을 설치하고 전술심리전을 가동하는 연습은 계속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을 가정해 전시 시스템을 돌려보는 연습이 ‘키리졸브’다. 키리졸브 연습 때 연합사는 비로소 연합심리전사령부를 만든다. 이 사령부는 한국군 심리전부대와 미국에서 날아오는 미군 심리전부대로 구성된다. 전시에만 파병을 하다보니 미군은 심리전부대를 상비(常備)가 아닌 동원 중심 체제로 구성하게 됐다. 핵심 ‘인원’은 현역으로 편성해도 단순한 업무는 동원 예비군에게 맡기게 된 것이다.

미국 예비군은 우리와 달라서 봉급을 받는 반군반민(半軍半民)의 직업군인이다. 평소에는 자기 일을 하는 민간인으로 있다가 소집령이 떨어지면 응소해 바로 군인이 된다. 동원된 이들이 심리전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십만 장병을 군사분계선에 배치한 한국군은 한반도를 안정지역으로 볼 수 없다. 북한이 한민전 방송을 내세워 강력한 심리전을 구사해왔기에 우리도 전략심리전과 전술심리전을 상시적으로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민간과 군으로 나눠 심리전을 하는 게 아니라 군이 전담하는 체제를 갖췄다. 합참의 민사·심리전참모부가 그것이다.

민사작전은 전쟁으로 점령한 적지를 안정화하는 작전이다. ‘군정(軍政)’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심리전이나 민사작전을 하는 부대는 일반작전을 하는 부대에 비하면 그 규모가 작다. 직접 총포를 쏘는 경우도 드물다. 따라서 합참은 둘을 하나로 묶어 민사·심리전참모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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