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 중단한 노무현 정부
한국군은 심리전 전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이 구도를 2004년 노무현 정부가 뒤흔들어놓았다.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며 남북장성급 회담을 연 것이 계기였다. 심리전에서 절대적으로 밀리던 북한은 회담을 갈구하는 노무현 정부를 낚기 위해 ‘신의 한 수’를 던졌다. 한반도를 긴장시키는 모든 심리전을 중단하자고 한 것. 노무현 정부가 이를 적극 수용해 남북은 심리전 중단에 합의했다.
그 후 북한은 사이버 세계로 침투했다. 2004년 합의에서는 사이버 세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니 북한의 사이버 도발은 약속 위반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우리도 대등한 반격을 하면 되는데, 북한에는 사이버 세계가 없었다. 당황한 한국군은 황급히 사이버사령부를 만들어 방어에 나섰다. 그러한 사이버사를 국정원의 심리전단이 간접 지원했다.
남북이 한국 사이버 세계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이기에, 한국은 ‘잘해야 본전’이고, 북한은 ‘못해도 본전’은 챙기는 상황이 됐다. 북한은 그러한 구도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한국 여당이 중심이 된 보수 세력을 맹공격한 것. 사이버사는 이를 방어하려다 야당을 공격하는 댓글을 달게 되었다. 18대 대선 후 이것이 밝혀져 사이버사 간부들은 정치 개입 혐의로 처벌받게 되었다. 심리전부대에 이어 사이버사도 초토화된 것이다.
합참의 고민
그런데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심리전부대는 모처럼 진가를 발휘했다. 북한군을 괴롭힌 것이다. 그러나 이 승리는 8·25 합의로 2주 만에 끝났다. 이후 합참은 심리전 조직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폐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사처럼 평시에는 두지 않고 전시에만 두는 조직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합참은 평시의 최고사령부지, 전시의 최고사령부가 아니다. 따라서 전시에만 심리전 참모부를 두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전시가 되면 연합사가 연합심리전사령부를 만들기에 중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04년 장성급 회담 합의와 8·25 합의가 살아 있는 한 합참의 심리전은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이 난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한 전문가는 민영화를 거론했다.
“지금 우리 군은 VOA와 유사한 ‘○○의 소리’ 방송을 하고 있으나, 이 방송은 북한으로 전파가 넘어가지 않는 FM으로 송출된다. 이는 시늉만 내는 꼴이다. 남북 합의 탓에 심리전을 할 수 없으니 돈을 허투루 쓰는 이상한 짓을 거듭한다. 사이버사가 방어에 치중하다 제 덫에 걸린 것도 그런 사례다. 그런데 합참은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니, 골치 아픈 심리전 조직부터 없애려 한다.
현실이 이렇다면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미국처럼 군이 아니라 민간이 심리전을 하게 하는 것이다. 탈북민들이인터넷으로 하고 있는 많은 북한 민주화 방송을 묶어 북한 깊숙한 곳까지 전파가 들어가는 AM으로 송출하게 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전단을 띄우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군의 심리전 조직은 전시에만 편성하게 한다. 남북 관계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더욱 교묘해져야 한다. 절대적으로 우세한 우리의 심리전 능력을 사장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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