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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 | 2018 평창, 그리고 미래

빚 갚는 데만 19년 관광산업 중흥? “글쎄요”

동계올림픽 개최지 현지취재-일본 나가노

  • 나가노=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빚 갚는 데만 19년 관광산업 중흥?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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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된 썰매경기장

나가노는 M-웨이브의 운영을 민간기업에 위탁했다. 적자든 흑자든 운영을 맡은 기업이 떠안는다. 매년 한국 돈 70억 원의 운영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위탁 관리를 맡은 ㈜M-웨이브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스링크, 봄·여름·가을에는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면서 “매년 흑자가 난다”고 말했다.

나가노 인구는 37만7000명, 강릉 인구는 21만6800명이다. 나가노가 강릉보다 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강릉에 짓는 빙상경기장들의 사후 활용 문제와 관련해 M-웨이브에서 참조할 점이 있어 보였다. 강릉은 나가노와 달리 해변을 꼈다는 매력이 있다.

나가노에 남아 있는 올림픽 시설은 M-웨이브와 썰매경기장(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스파이럴(Spiral)’,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개최한 ‘화이트링(White Ring)’,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린 ‘빅햇(Big Hat)’,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를 개최한 ‘아쿠아윙(Aqua Wing)’, 개·폐회식이 열린 나가노올림픽스타디움이 있다.

M-웨이브에 4524억 원, 스파이럴에 1010억 원, 화이트링에 1883억 원, 빅햇에 2496억 원, 아쿠아윙에 1183억 원의 건설비용이 투입됐다. 국비 50%, 현비 25%를 지원받았으나 인구 37만 7000명의 나가노시는 올림픽 이후 부채를 갚느라 재정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M-웨이브를 제외하면 투입 및 운영비용 대비 산출 효과는 실망스럽다. 루지 경기 등이 열린 썰매경기장이 특히 골칫거리다. 얼음, 배수관 유지비 등으로만 연 2억 엔(19억3500만원)을 투입하는데, 썰매 종목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낮아 시설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위탁 운영을 맡을 민간기업도 구하지 못했다.

나가노올림픽스타디움은 올림픽이 끝난 후 야구장으로 개축됐다. 고교야구, 사회인야구 등 아마추어 경기가 열린다. 중앙 122m, 좌우 99.1m, 3만 석 규모로 서울 잠실야구장(2만6000석)보다 좌석 수가 많다. 최대 수용 인원은 5만 명에 달한다. 일본프로야구(NPB) 올스타전이 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만석을 채운 적이 없다. 2만 명을 수용하는 M-웨이브와 달리 야구장은 콘서트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인구 37만 명의 도시에서 3만~5만 명이 모이는 행사를 기획하기는 쉽지 않다.

개·폐회식장이 들어서는 평창의 인구는 4만3700명에 그친다. 평창의 개·폐회식장도 애물단지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썰매경기장은 운영을 맡겠다고 나선 사업자가 없어 나가노시가 직영하는데, 수익사업을 벌여 비용을 뽑아낼 뾰족한 방책이 없다. 스켈레톤, 루지, 봅슬레이 등 인기가 낮은 동계 스포츠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는 구실로 시설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일본 국가대표 썰매팀이 훈련장으로 사용하면서 운영비용의 50%를 국비에서 지원받는다.

해발 1000m에 위치한 스파이럴은 아시아 유일 썰매 종목 경기장이다. 8월 22일 스파이럴은 찾아온 이가 없어 적막했다. 아시아 유일 썰매경기장이라는 명분을 가졌으나 올림픽 개최 후 철거하는 형태로 짓는 게 옳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평창에 짓는 썰매경기장(슬라이딩센터)은 스파이럴과 함께 아시아 유이(唯二) 썰매경기장이 된다.

빚 갚는 데만 19년 관광산업 중흥? “글쎄요”

스키점프대에서 내려다본 인구 9000명의 하쿠바 전경.

동화책 속 산간마을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린 빅햇은 중절모 모양의 외관을 뽐낸다. 12~2월에는 아이스하키장 및 빙상장, 3~11월에는 다목적홀로 활용한다. 아쿠아윙은 수영장으로 개축했으며 화이트링은 체육관으로 사용한다. 나가노 시민들이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시설이 훌륭한 체육관, 수영장, 다목적홀을 이용하게 됐다고 하겠다.

빅햇, 아쿠아윙, 화이트링을 운영하는 민간기업에 나가노시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을 가장 적게 받고 운영하겠다고 나선 곳이 사업권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설상경기장과 달리 빙상경기장은 건설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유지, 보수비용도 만만찮다.

설상경기가 열린 하쿠바에서는 스키점프대를 제외하면 올림픽이 남긴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스키점프대에서 내려다본 하쿠바는 동화책 속 산간마을 같은 느낌을 줬다.

하쿠바는 인구 9000명의 촌(村)이다. 올림픽 개최 후광으로 인한 특수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불황으로 인구가 오히려 감소했다. 하쿠바의 올림픽 기념관은 찾는 이가 없어 수년 전 폐쇄됐다.

하쿠바에서 료칸(일본식 여관)을 운영하는 모모이 이치로 씨는 “올림픽 전후로 특수를 기대하고 소바를 내는 집이 우후죽순 생겼는데 대부분 망해 나갔다”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쿠바는 2000가구 남짓이 숙박, 음식, 특산품 판매 등 관광업으로 먹고산다. “올림픽 이후 호주 관광객은 늘었다”고 모모이 씨는 말했다. 호주가 여름일 때 일본은 겨울이어서 호주 스키어들이 하쿠바를 찾는다고 한다. 평창도 호주나 중국의 스키 관광객을 대상으로 올림픽 이전부터 프로모션을 진행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하쿠바의 핫포네 스키장은 13개 슬로프를 갖췄다. 가라마쓰다케(2696m)의 동쪽 능선에 터를 잡았다. 민간이 운영하는 스키장에 국비, 현비를 투입해 확장 공사를 한 후 올림픽 때 사용했다. 남녀 활강과 점프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다.

산(山), 눈(雪)이 많은 일본에서 스키 리조트로서 하쿠바의 약점은 볼거리, 체험 거리가 빈약한 곳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올림픽 후광효과로 일본 국내 관광객이 개미 떼처럼 몰려오리라는 나가노현의 전망은 기대에 크게 어긋났다. 선수촌과 VIP숙소 등은 외국자본에 매각됐고 주민이 운영하는 숙박시설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평창은 하쿠바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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