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현대차 최초 ‘6000대 거장’ 영업人 이양균

“나는 카마스터, 연구하고 또 연구합니다”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19-03-25 10: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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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적 판매량 6000대 넘어…‘판매왕’ 칭호 신설

    • 경쟁사 공장 인접 지역서 한 달 20대꼴 판매 ‘워커홀릭’

    • 평택시 안중읍 등록차량 10대 중 1대 그의 손 거친 셈.

    • “핵심은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 확고한 영업 철학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현대차 영업사원은 ‘카마스터’를 자임한다. 자동차 최고 전문가로서 고객에게 제품을 권한다는 뜻이다. 경기 평택시 현대차 안중지점에서 만난 이양균(55) 현대차 영업이사도 “카마스터 이양균입니다”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그는 분명 여러모로 카마스터다. 1월 18일 누적 판매량 600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현직 직원 중 최초의 ‘6000대 거장’이 탄생한 순간이다. 1990년 입사 후 3월 6일까지 6028대를 팔았다. 

    한 달 4대꼴로 자동차를 팔아 30년 근속 기간에 1500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면 ‘우수하다’는 평을 듣는다. 현대차는 입사 후 누계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판매 명예 제도’를 실시한다. 일정 대수를 누적으로 달성할 때마다 단계별로 포상해 상금이나 해외여행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칭호도 부여한다. 1500대 달성이 명예포상 최저조건이다. 이후 2000대부터 ‘판매장인’, 3000대 ‘판매명장’, 4000대 ‘판매명인’으로 이어진다. 2018년 이전까지는 5000대를 달성한 ‘판매거장’이 최고영예였다. 

    5000대를 가장 먼저 달성한 그가 판매고를 계속 올리자 판매거장 칭호조차 부족한 그를 위해 현대차는 ‘6000대 거장’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고안했다. 4월 22일 경기도 평택시내 호텔에서 현대차 국내영업본부가 주관하는 축하행사가 열린다. 3월 6~10일에는 그 포상으로 베트남 다낭을 다녀왔다. 한 해 120대 이상 우수 실적자를 대상으로 한 ‘탑클래스 전진대회’의 일환이었다. 판매왕 중 판매왕, 이양균 카마스터와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그를 찾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연신 울렸다.

    현직 카마스터 중 첫 6000대 고지

    - 누적 판매량 6000대 고지를 넘었다. 현대차는 기존에 없던 ‘6000대 거장’이라는 판매왕 타이틀을 마련했다. 

    “6000대 판매고는 나보다 앞서 지금은 은퇴한 선배가 달성한 바 있다. 다만 현재 현대차에 재직 중인 사람 중 6000대 판매를 달성한 것은 나뿐이다. 사측에서 이를 반영해 여러모로 배려해줬다. 송구스럽고 감사할 뿐이다.” 



    6000대 판매라는 수치, 언뜻 체감이 잘 안 된다. 그는 겸손해했으나 놀라운 실적이다. 현대차 안중지점이 위치한 곳은 평택시 안중읍이다. 2018년 9월 기준으로 안중읍 내 등록 자동차 수는 6만3000대, 화물차 및 기타 특수 차량을 제외하면 4만여 대 정도다. 단순 계산하면 안중읍 자동차 10대 중 1대를 그가 판셈이다. 그렇다면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 그가 가장 많이 판매한 차종은 소형 트럭으로 유명한 포터. 최신 모델 포터Ⅱ의 기본 사양이 대당 1540만 원이므로 6000대를 팔았다면 매출액은 924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의 스테디셀러이자 안중 지역에서도 많이 팔리는 준중형 모델 아반떼 가격 1400만 원(이상 2018년 12월 기준)을 기준으로 해도 840억 원이다. 

    - ‘6000대 거장’이 되면서 영업이사직에도 올랐다. 


    “회사에서 고심 끝에 ‘6000대 거장’이라는 칭호를 만든 것으로 안다. 5000대까지는 회사 지원으로 개인 의사에 따라 기념행사를 열 수 있다. 이제까지는 간소하게 축하행사를 하거나 지역아동센터 및 방정환재단 등에 상금을 기부했다. 4월 중 본사에서 직접 축하행사를 챙겨준다고 한다. 영업이사는 근무지에서 그대로 일하되 별도 업무 공간을 제공받는 것으로 안다. 아직 정확히는 모른다. 쑥스럽다.” 

    - 현대차에는 어떻게 입사했나. 

    “1990년 3월 입사해 올해로 안중지점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했다. 안중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대학도 안중에서 비교적 가까운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다녔다. 대학 시절 신문지국이나 우유 대리점 등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때 나를 좋게 본 분이 자동차 영업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추천해서 입사했다.”

    ‘대기만성형’ 판매왕

    - ‘6000대 거장’의 신입사원 시절은. 

    “처음부터 잘 팔지는 못했다. 돌이켜보면 영업은 초반부터 성과를 올리기 쉽지 않다. 처음에는 지인 소개로 실적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후 발로 뛰면서 인맥을 쌓고 애를 쓴 부분들이 결과로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입사 10년 차까지는 회사에 판매왕 제도도 없었고 나 자신도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저 애썼다.” 

    - 첫 계약과 손님도 기억나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첫 5개월 동안 수습이었는데 3개월이 지나도록 1대도 못 팔았다. 조급한 마음에 선배들을 붙잡고 노하우를 묻는데 그대로 따라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처음부터 잘 파는 사람은 결국 지인에 의존하는 거라 대성하지 못하니 조급해 말라’는 선배들의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양계장을 운영하는 고객에게 1t짜리 포터 트럭을 판매했다. 이 고객이 참 점잖게 대해주시고 이후에도 계속 구매해줘 지금도 감사하다.” 

    30년 가까운 영업 경력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은 손님만 있을까. ‘진상’ 손님의 사례를 묻자 옅은 미소를 짓고는 화제를 돌린다. 

    “영업 시작한 지 오래되니 옛 고객의 자녀가 부모님 소개로 찾아온다. 한 가정의 역사, 고객의 인생사를 함께할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 부모 자식 간 취향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 ‘6000대 거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수입도 상당할 듯하다. 

    “회사로부터 받는 돈은 모두 합쳐 2억 원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 남는 것은 1억 원 정도다. 영업 활동비 지출이 많다. 특히 활동하는 모임만 30개가 넘어 경조사비도 만만찮다. 이렇게 말하면 생각보다 수익이 적다고 여기는 분도 있겠으나 나에게 큰 재산은 사람이다.” 그의 직장 동료들에게 인물평을 들었다. 칭찬과 함께 “잠은 자는지 걱정이다” “바쁜데도 피곤한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는다”는 말이 쏟아진다. “회의나 회식은 물론 야유회 등 지점의 대소사 무엇 하나 빠지는 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변치 않는 기본기는 진심과 겸손”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 동료들의 평이 칭찬 일색이다. 지역 내에서 선출직 출마를 권유받는 등 유명 인사라는데. 

    “과찬이다. 영업직은 개인 플레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카마스터는 외톨이가 돼서는 안 된다. 가까운 사람부터 잘 챙겨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도와달라거나, 직접 입후보하라는 제의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본업에 집중하고 싶어 모두 고사하고 있다.” 

    - 쌍용차 공장이 평택에 있다. 

    “인근 화성시에 기아차 공장, 같은 평택지역 송탄에 쌍용차 공장이 있다. 평택항을 통해 외국 브랜드 자동차가 들어온다. 기아나 쌍용 직원도 많이 산다. 안중은 다른 자동차 브랜드가 울산에서 영업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안중은 현대차 처지에서는 ‘적지’에 가깝다.” 

    “어디 가든 먼저 인사를 건넨다” “휴대전화번호 4000개가 저장돼 있으나 직접 만나는 게 중요하다” “매사 최선을 다한다” 자동차 판매에서 금자탑을 쌓은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영업 초년병 시절 하루 종일 발로 뛰며 무작정 사람들을 만났단다. “세월이 변하며 영업 기법도 바뀌지만 기본은 가장 단순한 가치인 진심과 겸손에서 시작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 자동차 영업은 정상에 오른 후 수성이 더 어려울 것 같다. 

    “신규 고객이 3이면 기존 고객이 7이다. 집토끼라고 표현하면 실례겠으나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인맥 관리가 핵심이다. 토박이라 분명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좁은 동네라 오히려 더 조심스럽기도 하다. 많은 모임에 나가 사람을 만나지만 영업하러 왔다는 핀잔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사 최선을 다한다. 그런 점을 주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해주는 것 같다.” 

    - 주택을 제외하면 재산 목록 1호가 자동차인 경우가 많다. 고가 제품을 파는 것이어서 고객 설득이 쉽지 않을 텐데. 

    “고객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이른바 ‘묶어팔기’가 아니라 한 대씩 파는 개인 고객이 많은 것 같다. 틈날 때마다 공부하고 후배 직원에게도 물어본다. 매해 새로운 사양의 모델이 출시돼 가격 등의 조건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가 영업의 기본기로 꼽은 것은 ‘진심’이다. 진심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고객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고가 차량이 부담스러운 은퇴자나 사회초년생에게는 경차보다 무게감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아반떼를 권한다. 농가에서 고령의 여성이 직접 트럭을 운전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수동변속기가 아닌 자동변속기 트럭을 추천한다. 중고차 판매까지 염두에 둬 동종 차량 중 가장 일반적인 사양을 권한다. 

    - 개인 시간이 없다시피 한 듯한데 힘들지는 않나. 

    “힘든 게 사실이다. 현대차가 나에게 최고 직장이라는 마음으로 일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조기 축구 모임에 출석한다. 1시간 정도 운동하며 체력을 기르고 스트레스도 해소한다. 회원들이 차를 구입해주기도 한다. 적십자 봉사회나 라이온스클럽 봉사단 활동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는 운동이나 봉사로 업무 스트레스를 달래도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사내 커플로 시작해 결혼한 아내는 그를 위해 도시락을 챙겨준다. 직장인인 맏이와 군 복무 중인 막내에게도 늘 미안한 아버지라는 이양균 카마스터. 가족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그에게 회사 얘기로 화제를 다시 돌리자 눈이 번뜩인다. 

    - 브랜드이자 제품으로서 현대차의 장점은 무엇인가. 

    “현대차는 예나 지금이나 튼튼하다. 만약 고장이 나도 촘촘한 애프터서비스 망이 있다. 옛 포니부터 시작해 서민의 발이었으며 고급 자동차로 외연을 확대해 선택지도 다양하다. 고객의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와 같은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은퇴까지 앞으로 5년 “목표는 7000대 판매”

    현대차 직원 정년은 60세니 퇴직까지 5년이 남았다. 아직도 10년 이상 너끈히 일할 수 있다고 못내 아쉬움을 표한다. 은퇴 후 계획을 묻자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판매에만 매진한 삶을 은퇴 후 어찌 꾸려나갈지 아내와 상의하곤 한다”고 했다.
    - 남은 직장생활의 목표와 각오가 있다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질문이다. 남은 5년도 도전은 계속된다. 자동차 판매가 점점 어려워진다. 신입사원 때는 전단지를 들고 가정 방문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고객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매장을 찾아온다. 카마스터들도 연구하고 또 연구해야 한다. 지역이 점차 발전하면서 타지에서 이사 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새로운 판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퇴사 전 꼭 7000대 판매를 달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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