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계속 짖어요.” 나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다.
그런데 개가 짖는 건 하나의 ‘증상’이다. 우리가 몸이 안 좋으면 구토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짖지 않게 하려면 왜 짖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 문제를 없애주면 짖는 행동은 자연스레 개선된다.
개와 더불어 살면서 인간은 비로소 24시간 자기 주거지를 경비해야 하는 부담에서 풀려났다. 개는 이를 통해 사람에게 더 많은 휴식, 더 나은 생활 방식을 선사했다. 사람이 개를 본격적으로 사육하기 시작한 건 이 ‘쓸모’ 때문이었다.
50년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우리나라에서 외부인이 집에 오는데 짖지 않고 반갑게 맞이하는 개는 복날 잡아먹히기 일쑤였다. 더 잘 짖는 개체만 살아남아 번식했다. 개의 짖는 행동은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문제 삼아 개를 버리는 세상이 됐다.
보호자 없으면 짖지 않아
개가 짖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경보 혹은 경고다. “여기 좀 보세요. 여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싶을 때, 개는 짖는다. 개가 두세 번 짧은 간격을 두고 짖을 때는 보통 이런 의미다.아주 오래전부터 개는 짖는 행동을 통해 자기 무리의 일원 또는 리더한테 자신이 탐지한 것을 전달해왔다. 개는 짖으면서 동료 또는 리더가 자신이 가리키는 대상을 관찰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바란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반려견의 경우, 보호자가 그런 행동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나는 개가 짖는 문제로 나를 찾아온 사람에게 “당신이 없을 때도 개가 짖는지 확인해보라”고 권한다. 평소 초인종이 울리면 격렬히 짖는 개 중 상당수는 보호자가 없으면 짖지 않는다. “여기 좀 보세요” 하고 알릴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당수 보호자는 개가 짖을 때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안 돼, 그만” 같은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태도다.
개가 위험을 알리고자 짖었는데 보호자가 짧고 강한 목소리로 “하지 마!”라고 하면 개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이럴 때 보호자가 내는 소리는 개가 짖은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는 보호자 또한 자기와 마찬가지로 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호자가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계속 “멈춰”라고 소리만 지르면, 개는 자기 ‘리더’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스스로 상황을 타개하고자 짖는 것을 넘어 공격적인 모습까지 보일 수 있다.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에 관심을
흥분하지 않은 상태로, 침착하게 개를 보호자 옆으로 데려와 ‘앉아’ 또는 ‘엎드려’ 등의 안정된 상태를 취하게 한 뒤 칭찬해주는 게 좋다. “나는 이 상황에 잘 대처하고 있다. 지금은 네가 직접 집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면 개는 안심하고 짖는 것을 멈춘다. 이것이 개가 자기 리더에게 기대하는 행동이다.
물론 이 방법이 언제나 통하는 건 아니다. 보호자가 자기 경고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동조하고 있다고 잘못 이해하는 개도 적잖다. 간단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동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앞의 방법은 개한테 아직 잘못된 인식이 생기기 전, 그러니까 개가 아주 어릴 때 반복적으로 실시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개가 짖을 때는 어떻게 할까. 집 밖에서 개가 짖으면 많은 사람이 그 행동을 막으려고 혼부터 낸다. 물 스프레이, 레몬 스프레이, 전기 충격기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깡통이나 빈병을 흔드는 사람도 봤다. 종종 이런 방법이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개가 그 자극에 적응하면 효과는 곧 사라진다.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 해도 이런 방법은 가혹한 경향이 있어 개와 보호자 사이 관계를 망칠 수 있다.
주위를 돌아다녀보자. 사람과 살지 않는 야생 상태 개는 거의 짖지 않는다. 이런 개의 경우 짖는 게 생존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크게 짖는 소리는 잠재적 먹이를 도망가게 만들고 천적에게 자기 위치를 노출한다. 그래서 무리 지어 다니는 야생 개는 동료가 짖지 못하게 하는 신호 체계를 갖고 있다.
손으로 입을 살짝 잡고 “조용”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무리의 리더 또는 어미개가 짖는 개의 입을 자기 입으로 덮는다. 이때 공격적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개는 손이 없기 때문에 입을 손처럼 사용한다. 우리가 입술 위에 손을 얹고 ‘쉿’이라고 말하듯, 자기 입으로 다른 개의 입을 덮어 소리를 내지 말라고 표시하는 게 그들 세계에서는 아주 자연스럽다. 상대에게 전혀 위협이나 고통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 신호는 개 세계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한다.사람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개가 짖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 개가 공공장소에서 짖는다면 왼손으로 하네스 또는 목줄을 잡고 개 옆에 앉는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개의 입을 살짝 잡으며 안정되고 조용한 말투로 “조용”이라고 말하면 된다. 절대 입을 강하게 잡거나 혼내는 말투를 쓰면 안 된다. 개가 신호를 느낄 정도로, 그의 동료들이 행동하듯 부드럽게 대처하는 게 좋다.
이런 교육을 할 때 도움이 되는 도구도 있다. ‘헤드홀터(head halter)’다. 개의 얼굴 부위를 줄로 감싸는 형태의 이 도구는 산책 시 개의 공격성을 통제하고자 고안됐다. 개가 짖을 때 살짝 줄을 당기면 입이 저절로 닫힌다.
물론 한두 번의 교육으로 개의 짖는 행동이 고쳐지지는 않는다. 반복이 필요하다. 보호자가 명확한 기준을 갖고 반복 교육을 실시하면 머잖아 반려견이 “조용”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안정을 찾고 짖는 걸 멈출 것이다.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