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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더 60人이 말하는 ‘2023 대한민국, 문제는 리더다’

결단·추진력 돋보이나 포용·타협 서투른 尹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신동아팀

오피니언 리더 60人이 말하는 ‘2023 대한민국, 문제는 리더다’

  • ● 정무 감각 돋보이나 ‘정직하지 않은’ 이재명
    ● 글로벌 감각 돋보이는 이재용
    ● 尹 공정·정의 소신↑ 정무 감각·용인술↓
    ● 3人외 가장 영향력 큰 리더는 한동훈
    ● 文, 오세훈·김동연·홍준표보다 영향력 커
    ● 리더의 시급한 과제, 新성장 동력 발굴
    ● 22대 총선, 국힘 勝 55.0% 민주 勝 38.3%
    ● 차기 與 대표, 유승민 30.7% 원희룡 20.0%
‘신동아’는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한국을 대표하는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2023 한국, 문제는 리더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가진 특성에 관해 물었다. 이어 정치권력의 또 다른 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제권력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에 담긴 장단점에 관해 질문했다. 윤석열·이재명·이재용 세 사람을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이 큰 리더, 한국의 리더가 시급히 다뤄야 할 과제, 22대 총선의 향배,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적임자에 대한 질문도 포함했다. 설문은 객관식으로 짜였다. 일부 문항에 한해 최다 3개의 복수응답을 허용했다. 정·관계와 학계, 시민사회, 문화계를 망라했다. 최근 주목받는 칼럼니스트와 방송인의 견해도 들었다. 진보와 중도, 보수를 적절히 섞고자 했다. 다양한 세대의 시각을 담기 위해 1980년 이후 출생한 청년 지식인들의 생각도 물었다. 조사는 2022년 12월 5일에서 13일 사이에 e메일, 통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이뤄졌다. 설문에 응한 오피니언 리더 60인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창일 前 주일대사 / 구자철 KPGA 회장 /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 /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 김민경 맛 칼럼니스트 / 김상민 이롬 대표이사(前 국회의원) / 김용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중앙회장 / 김재련 변호사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前 한국경제학회장) / 김종갑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특훈교수(前 한국전력 사장) / 김홍국 정치경제리더십연구소 소장 / 나태주 시인 /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경제학) 교수 /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 박성호 한국청년위원회 위원장 / 백성문 변호사 / 백승주 前 국방부 차관 / 봉달호 편의점주(칼럼니스트)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 양성일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前 보건복지부 차관) / 오은 시인 /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前 한국정치학회장) / 윤소영 前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 오은영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 이석연 변호사(前 법제처장)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이정현 前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 /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前 한국정치학회장) /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장강명 소설가 /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겸임교수 / 전인범 前 육군특수전사령관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감정평가학회장) / 정유정 소설가 / 정태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前 한국민사법학회장) / 정항래 前 육군 군수사령관 /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실장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가나다 순)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현 회장)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현 회장)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역대 미국 대통령의 멘토이자 ‘소프트 파워’ 개념을 고안한 조셉 나이 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은 저서 ‘리더십 에센셜’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더란 최고 직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걸러진 인물이다. 예컨대 괴짜나 기벽이 있는 천재는 그 자리에 오르기 전에 모두 해고될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나 마틴 루터 킹과 같은 사회운동가들은 GE의 최고경영자직에 오르지 못할 뿐 아니라 그럴 기회가 주어졌다 하더라도 그 일을 잘 수행했을 것 같지는 않다. (중략) 정치인 집단이든 거리의 깡패 집단이든 대학 총장이든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든 관계없이 모든 리더십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조직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과, 아무런 조직을 갖지 않고 사회운동을 이끌어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이 단호한 진술은 리더십의 본질을 정확히 관통하는 미덕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건 경전(經典)을 읊조리는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리더다. 조셉 나이가 ‘상황 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을 강조한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시대에 필요한 리더가 누구이냐에 대한 답을 시대가 갖고 있다고 했다. 위기는 불시에 닥친다. 그의 통찰을 재해석하면 난세의 리더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난세에 적응하는 능력이 리더십이다.



리더십이라는 해묵은 키워드를 다시 꺼낸 이유도 여기 있다. 밖으로는 미·중 패권경쟁, 안으로는 저출생·고령화와 불평등, 세대 및 젠더 갈등 등 한국을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한국의 리더는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오는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할 역량이 있는가. 이를 위해 던진 질문은 10가지다.

결단력과 포용력 사이에서

신동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오피니언 리더 42명(38.9%)은 ‘결단력·추진력’이라고 답했다. 공정·정의에 대한 소신(25표, 23.1%), 탈권위주의(11표, 10.2%)가 뒤를 이었다. 4위는 없음(9표, 8.3%)이었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박하게 보는 비율이 낮지 않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위기관리 역량(5표, 4.6%), 외교·안보에 관한 식견(3표, 2.8%) 등이었다.

진보·보수를 막론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윤 대통령의 ‘결단력·추진력’에 주목했다. ‘공정·정의에 대한 소신’을 택한 응답자 중에는 중도나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많은 편이었다.

한국갤럽이 2022년 12월 6~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3%, 부정 평가는 59%였다. 직전 조사(같은 해 11월 29일~12월 1일)보다 긍정 평가는 2%포인트 올랐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노조 대응’(24%)이 직전 조사보다 16%포인트 상승해 가장 높았다. ‘공정·정의·원칙’(12%), ‘결단력·추진력·뚝심’(6%) 등 전반적으로 대동소이한 항목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신동아’ 조사에 응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견해와 결이 통하는 대목이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제·산업에 관한 식견’(1표)이나 ‘글로벌 감각’(1표), ‘용인술’(1표) 등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못한 건 윤 대통령에게 아픈 대목이다.

이 같은 기류는 윤 대통령 리더십의 단점을 물은 문항에서 재차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오피니언 리더 43명(31.1%)은 ‘포용·설득·타협’이라고 답했다. 오피니언 리더 35명(25.3%)은 ‘정무 감각’을 택했다. 용인술(20표, 14.5%), 경제·산업에 관한 식견(15표, 10.9%)을 택한 비중도 높은 편이었다. 외교·안보에 관한 식견(7표, 5.1%), 글로벌 감각(5표, 3.6%)도 순위권에 올랐다. ‘위기관리 역량’을 문제 삼은 오피니언 리더도 4명(2.9%) 있었다.

‘포용·설득·타협’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오피니언 리더는 역시 진보·보수를 망라했다. 특히 보수 성향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과거 보수 정부에서 일한 인사도 여럿 포함됐다. 시민사회나 문화계 등 정치권과 거리를 둔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름도 여럿 보였다.

두 가지 이유를 고려할 만하다. 하나는 이른바 ‘이준석과의 결별’이다. 대선 공신으로 꼽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당 윤리위 징계로 인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언급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는 만찬을 하면서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 회동하지 않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022년 11월 24일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한테 멘토가 될 만한 사람들이 야당 대표를 만나라는 조언을 많이 했을 텐데, 윤 대통령이 ‘이재명이 싫다’고 했다고 들었다”고 했고, 이에 대해 이튿날 대통령실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일이 있었다.

기민한 정무 감각, 그런데 도덕성은?

‘신동아’가 제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는 ‘정무 감각’(27명, 26.0%)과 ‘결단력·추진력’(27명, 26.0%)이 가장 높은 지목을 받았다. 경제·산업에 관한 식견(12표, 11.5%), 위기관리 역량(12표, 11.5%)이 그 뒤를 이었다. 윤 대통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없음’이라 답한 비중(10표, 9.6%)이 낮지 않았다. ‘용인술’이 돋보인다고 답한 오피니언 리더는 4명(3.8%)이었다. ‘글로벌 감각’을 택한 오피니언리더는 한 명도 없었다.

이 대표의 정무 감각에 주목한 오피니언 리더 역시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았다. 평소 이 대표에 대해 날 선 칼럼을 쓰는 인사도 그의 정무 감각만은 높이 평가했다.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저격한 바 있는 시민사회 인사도 이 문항에서 유일하게 ‘정무 감각’에만 투표했다. 1980년 이후 출생한 청년 지식인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도 대척점에 있다고 평가받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을 추진하는 등 기민한 정무 감각을 보였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에는 여론 주목도를 단시간에 끌어올리는 현장 행보를 즐겼다. 이를 통해 그는 기초단체장에서 단박에 전국구 인물로 떠올랐다.

바로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에서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더니 47명(35.3%)이 ‘정직함과 도덕성’이라 답했다. 이와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공정·정의에 대한 소신’(21표, 15.8%)이 바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포용·설득·타협(14표, 10.5%), 외교·안보에 관한 식견(13표, 9.8%), 용인술(11표, 8.3%) 순이었다.

이 대표의 도덕성을 문제 삼은 오피니언 리더는 정·관계와 학계, 시민사회, 문화계를 가리지 않았다. 친(親)민주당 성향의 인사들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이 대표가 직면한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답변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 대표는 대선 때부터 논란이 된 ‘대장동 사건’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모두 구속된 데 이어, 이 대표를 직접 조사할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그를 둘러싼 당내 결속력도 약화하는 분위기다. 비명(非明)계로 불리는 설훈 의원은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혼자 싸워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당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2022년 11월 28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경제대통령’을 주창했는데, 정작 ‘경제·산업에 관한 식견’이 부족하다고 답한 오피니언 리더가 9명(6.9%)이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9명 중 상당수는 경제학자거나 경제 관련 연구소에 속한 인사들이었다. 진보로 분류되는 경제통의 이름도 있었다.

세계적 인맥 눈길이지만 비전은 아직…

2022년 10월 27일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재용 당시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다.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다. 이로써 이 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한 이후 31년 만에 공식적으로 ‘삼성 회장’ 직함을 달았다.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신동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오피니언 리더 44명(33.3%)은 ‘글로벌 감각’이라고 답했다. 이어 경제·산업에 관한 식견(19표, 14.4%), 유연성과 균형감각(17표, 12.9%), 탈권위주의(14표, 10.6%)가 두 자릿수 득표를 했다.

이 회장은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하다. 그간 삼성이 대규모 수주를 하는 과정에도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 예가 2020년 버라이즌과 체결한 7조9000억 원 규모의 5G 장비 공급 계약이다. 이는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으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최고경영자) 간의 오랜 친분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탈권위주의’가 이 회장 리더십의 장점이라고 답한 비율이 10%를 넘는 점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과거 한국 재벌을 상징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제왕적 총수’와 ‘신비주의’다. 이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와 더불어 한국 재벌 체제에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한데 이번 조사에서는 삼성전자와 이 회장에게 매우 비판적인 진보 성향 오피니언 리더 일부도 ‘탈권위주의’에 투표했다.

뒤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에서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오피니언 리더 25명(21.0%)은 ‘창의성 및 비전 제시’를, 24명(20.1%)은 ‘과감한 도전의식’을 택했다. ‘결단력·추진력’이라고 답한 오피니언 리더는 20명(16.8%)이었다.

‘창의성 및 비전 제시’가 가장 많은 지목을 받은 점은 이 회장 처지에서 아플 만한 대목이다. 이 회장이 경영 주도권을 쥔 이후 삼성전자는 주기적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 왔다. 2022년 5월 24일에는 향후 5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정보기술(IT) 등에 450조 원을 투자하고 총 8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오피니언 리더들은 투자 및 채용규모를 넘어 삼성의 미래 비전이 무엇인지에 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오피니언 리더의 상당수는 불모지에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고 이병철 회장,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으로 글로벌 기업의 초석을 다진 고 이건희 회장에 비하면 ‘이재용의 삼성’이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잘 모르겠다고 본 것이다.

떠오르는 한동훈, 죽지 않은 문재인

‘윤석열·이재명·이재용 세 사람을 제외하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리더는 누구라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는 오피니언 리더 34명(26.1%)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28표, 21.5%), 오세훈 서울시장(17표, 13.0%), 홍준표 대구시장(10표, 7.7%)이 두 자릿수 이상의 표를 받았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8표, 6.1%)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표, 5.4%)이 유의미한 득표를 했다. 여권의 핵심 축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보다도 적은 3표(2.3%)에 그쳤다. 현시점에서 여당 대표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택한 오피니언리더는 1명에 불과했다. 선택지에 없었지만 김건희 여사를 택한 오피니언 리더도 2명 있었다.

한 장관을 택한 오피니언 리더에 진보로 분류되는 인사가 여럿 속한 점은 흥미로운 관찰 포인트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문 전 대통령을 택한 오피니언 리더에는 보수로 분류되는 인사가 많았다. 진영 논리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 장관과 문 전 대통령이 최근 간접적으로 공방을 벌인 점도 새삼 주목된다. 한 장관은 2022년 12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 조사 여부를 놓고 “검찰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면서도 “헌법과 법률을 초월하는 의미의 통치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북송금 특검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문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관여한 것이 드러난다면 유감스럽지만 책임을 지셔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송금 특검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유감스럽게도 김 전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죠”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야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라면, 한 장관의 경우는 미래 권력이 될 가능성을 주목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국갤럽이 2022년 11월 29일~12월 1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23%로 1위, 한 장관이 10%로 2위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장관이 25%로, 홍준표 시장(7%)과 오세훈 시장(6%)을 넉넉한 격차로 따돌렸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재 한국 사회의 리더가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라는 문항에는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서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먼저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고 답한 오피니언 리더가 25명으로 16.4%를 차지했다. 이어 세대 및 젠더 갈등 해소를 통한 사회통합(24표, 15.8%), 저출생·고령화(19표, 12.5%), 미·중 패권경쟁 속 한국의 위치 재설정(19표, 12.5%), 노동개혁(16표, 10.5%), 불평등 완화(15표, 9.9%), 개헌 등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10표, 6.6%) 등이 고른 득표를 했다.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그만큼 많다는 뜻도 된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택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전공 영역은 정치학, 경제학, 법학 전공자 등 주요 사회과학 분야를 포괄했다. ‘세대 및 젠더 갈등 해소를 통한 사회통합’을 택한 오피니언 리더에도 정치학자가 여럿 있었다. 더불어 사회학자와 문화계 인사, 방송인 등의 이름이 다수 등장하는 특징을 보였다.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주목한 오피니언 리더 중에는 1980년 이후 출생한 청년 지식인이 많았다. ‘미·중 패권경쟁 속 한국의 위치 재설정’을 고른 오피니언 리더의 두 축은 정치학, 경제학 전공자였다.

주목할 만한 소수의견으로는 기후 위기 및 탄소중립 대응(4표, 2.6%), 경제민주화(4표, 2.6%), 지역균형발전(4표, 2.6%) 등이 있었다. 검찰개혁은 2표(1.3%)를 받는 데 그쳤고, 선택지에서 1번에 있던 남북통일을 택한 오피니언 리더는 아무도 없었다.

유승민과 원희룡의 각축전

2024년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린다. 이에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2024년 총선 결과는 어떻게 예상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19명(31.6%)이 ‘국민의힘 과반 승리’라고 답했다. 이어 과반 확보 정당 없이 더불어민주당 승리(15표, 25%), 과반 확보 정당 없이 국민의힘 승리(14표, 23.3%), 더불어민주당 과반 승리(8표, 13.3%) 순이었다. ‘현재의 제1·2당 제치고 신당이 제1당 등극’을 택한 오피니언 리더는 2명(3.3%)이다. 나머지 2명은 ‘모르겠다’거나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기타 의견을 보내왔다.

과반 승리와 과반 확보 정당 없는 승리를 합해 국민의힘이 총선 승자라고 답한 오피니언 리더는 총 33명(55%), 과반 승리와 과반 확보 정당 없는 승리를 합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승자라고 답한 오피니언 리더는 23명(38.3%)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소 배치된다. 한국갤럽이 2022년 11월 29일~12월 1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내후년 있을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다음 두 가지 주장 중 어느 쪽에 조금이라도 더 동의하는가’라고 물은 조사에서는 ‘정부 견제 야당 다수 당선’(49%)이 ‘현 정부 지원 여당 다수 당선’보다 또렷하게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무당층’의 47%가 ‘정부 견제 야당 다수 당선’을 선택했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마지막으로 ‘2023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치러집니다. 누가 차기 당대표에 적임자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2022년 12월 15일 시점에서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를 포함해 총 11명으로 문항을 설계했다.

오피니언 리더 20명(30.7%)은 유승민 전 의원을, 13명(20.0%)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택했다. 두 사람은 20대 대선 경선에서 경쟁한 관계다. 공히 중도보수 성향이 짙은 인사로 꼽힌다. 다만 유 전 의원은 비윤(非尹) 혹은 반윤(反尹)으로 분류되고, 윤 정부 각료(閣僚)인 원 장관은 친윤(親尹)에 가깝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신동아 설문에서 진보 성향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목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어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안철수 의원을 택한 오피니언 리더가 각각 6명(9.2%)이었다. 유력 당권주자로 평가받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5명(7.7%), 김기현 의원은 4명(6.1%)으로부터 지목을 받았다. 출마 가능성이 낮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택한 오피니언 리더도 3명(4.6%) 있었다. 윤상현 의원(2표, 3.1%)과 권성동 의원(1표, 1.5%)이 얻은 표는 적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장제원·주호영 의원이 거론됐다.

2021년 10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일대일 맞수토론에 앞서 당시 유승민 후보(오른쪽)와 원희룡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1년 10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일대일 맞수토론에 앞서 당시 유승민 후보(오른쪽)와 원희룡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제는 정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국내 정치 리더들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드러났다. 신동아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이 가진 장·단점에 관해 최다 3개씩의 복수 응답을 허용했다. 산술적으로는 문항당 최다 180표가 나올 수 있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 리더십의 돋보이는 점에 대한 답변으로는 108표가 나왔다. 한데 윤 대통령 리더십의 부족한 점에 대한 답변은 이보다 30표나 많은 138표였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 리더십의 돋보이는 점에 대한 답변은 104표였는데 부족한 점에 대한 답변은 133표나 됐다. 반면 이 회장의 경우, 돋보이는 점에 대한 답변(132표)이 부족한 점에 대한 답변(119표)보다 많았다. 한마디로,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정치 리더에게서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본다.

그러므로 ‘2023 대한민국, 문제는 리더다’라는 이번 조사의 주제는 이렇게도 변주된다. ‘2023 대한민국, 문제는 정치다’.

신동아 1월호 표지.

신동아 1월호 표지.



신동아 202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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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더 60人이 말하는 ‘2023 대한민국, 문제는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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