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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 戰士 직격 인터뷰

20대 총선 최대 격전지 ‘반란의 땅’ 대구·광주

  • 박재일 | 영남일보 정치·경제부문 에디터·임동욱 | 광주일보 서울취재부장

6인 戰士 직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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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을

유승민  “‘배신 정치’ 발언에 충격…대구 사람 개혁적”
이재만  “마음속에 한 분 더 모셨다, 朴 대통령” 



인화성이 강하다. 감정이입이 강하게 결부됐다고 할까. 대구 동을은 ‘배신의 정치’ 현장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맞붙었다고 보는 시각마저 있다. 유 의원은 한때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 드라마 같은 구석이 있어 구경꾼은 좋아라 한다.
지난해 6월 25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했다. 누가 봐도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지목한 것이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대통령의 노선에 잇따라 반기를 들었고 국회법도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처리하려 했다. 유 원내대표는 버티다 7월 초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냥 물러서진 않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일갈했다.
이로써 ‘원조 친박’인 유 의원의 험로가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유 의원의 부친 유수호 전 의원 상가에 대통령의 조화는 없었다. 팽팽한 긴장의 종착점은 결국 동을이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유 의원은 정치적 명운을 걸었고 박 대통령도 이곳의 승패에 없던 일처럼 고개를 돌릴 순 없게 됐다.
금호강을 낀 동을은 2005년 10월 보궐선거가 치러지면서 시끌벅적해졌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사회수석을 차출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당시 대표가 비례대표이던 유승민 의원을 밀어 올렸다. 대접전 끝에 유 의원이 이겼고, 이후 유 의원은 내리 3선을 했다.
‘배신의 정치’ 이후 동을은 음산해졌다. ‘유승민에 대항할 자객’이 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나설 것이란 설이 돌았다. 이 전 청장은 결국 출마를 선언했다. ‘금호강 전투’가 시작됐다.
물론 이곳은 4·13 총선 훨씬 이전에 승부가 결정난다. 어디까지나 새누리당 ‘유승민 대 이재만’의 집안싸움이기 때문이다. 야권엔 마땅한 후보도 없다. 새누리당은 당내 경선 방식을 ‘주민 여론조사 70%와 당원 투표 30%’로 결정했다. 여론조사가 큰 변수다.
일단 유 의원이 조금 앞서가는 형국이다. 최근 ‘영남일보’ 조사에서 48.2% 대 38.4%였다. 지난해 10월 조사 땐 40.1% 대 38.6%로 박빙이었다. 새누리당 지지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이 전 구청장이 유 의원을 4.5%포인트 앞섰다. 동을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62.4%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19일 이 전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현장에서 친박계는 본심을 드러냈다. 홍문종 의원,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대구 달서병), 이장우 대변인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발언은 주저 없었다.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는 대통령과 일할 사람은 이재만 후보다. 그가 진실한 사람이란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조 부대표는 “제가 가는 곳은 모두 진실한 사람이 있는 곳이다. 박 대통령을 잘 도우라는 대구시민의 천명을 따르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조 부대표는 유 의원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는 사이로 알려져왔다.
 
“朴 대통령 지켜줄 것”
유 의원은 “요즘 내가 좀 외롭다”고 응수한다. 그러면서 “나는 TK 적자(嫡子)”라고 말한다. 그는 좀 더 크게 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다. 상대에 연연하지 않고 ‘큰 정치인’이란 밑그림을 그린다. 차기 대권을 기대할 ‘미래 지도자’란 이미지로 ‘배신의 정치’를 덮겠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이 전 동구청장을 의식하지 않는다.
▼ 여론조사 결과가 괜찮은 편인데.
“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바닥에서 그렇다.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 이 전 동구청장 선거사무소에 친박계 의원들이 왔다. 친박 마케팅을 펼쳤다.
“개의치 않는다. 대구시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
▼ 대구에서 박심(朴心) 논란이 거세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박 대통령은 특정인들을 직접 내려보낼 분이 아니다. 내 말이 맞다면 대통령이 아니라 다른 분들이 그런 걸 만들어내서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 예비후보 처지에서 그런 노력을 하려 한다는 것에 이해는 가지만.”
▼ 지역민들이 ‘배신의 정치’를 말하면 어떻게 대응하나.
“박 대통령을 안 지 16년 됐고, 도와드린 지 12년이다. 단 한 번도 자리나 욕심을 낸 적이 없다. 지금도 나는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 몇 번 쓴소리한 것은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대통령이 어려워지더라도 나는 지켜줄 것이다.”
▼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에 대해….
“굉장히 충격받았다. 과거 박 대통령과 서슴없이 토론하는 사이였다. 원내대표 때는 독대한 적이 없고, 사퇴 후 독대를 신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 대구 초선의원들이 ‘유승민 키즈(kids)’로 분류되면서 이번 선거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키즈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 대구와 국가를 변화시킬 든든한 동지이자 정치인, 주인공이 되길 바랄 뿐이다.”
▼ 선거에 임하는 자세는.
“TK를 꼴통보수라고들 하는데 결코 아니다. 영남 사람의 마음엔 개혁적 성향이 흐른다.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여서 기득권을 누린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대구는 20년 넘게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꼴찌이고, 광주는 대구 바로 앞인 16번째다.”

“바닥에선 다 안다”
이 전 구청장은 ‘위에서 보낸 자객’ 이미지를 넘어 ‘지역을 위해 일하는 인물’ 이미지를 얻으려 한다. 그는 “유 의원 시절 진정한 동구의 발전이 있었느냐”고 반문한다.
▼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보나.
“참고만 한다. 적절히 분석하며 대처하고 있다. 여론조사라는 게 어느 기관이 어떤 설문을 갖고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 않나.”
▼ 직접 현장에 나가보면 분위기가 어떤가.  
“의미 있는 정치적 기류가 분명 있다. 바닥에선 다 알지 않느냐. 열심히 하고 있다. 너무 바쁘다.”
▼ 출마하는 이유는.
“내 가슴에 늘 대구시민과 동구 주민만을 안고 살아왔다. 이제 한 분을 더 모셨다.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을 모시고 동구와 대구를 지키겠다.”
▼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친박계 의원들이 왔는데 도움이 됐나.
“초대도 안 했는데 왔다. 선거에 도움이 되고 그런 것보다는 어쨌든 자리가 빛났다. 현역 의원(유승민)과 새 예비후보(이재만)의 색깔이 선명하게 구별되는 효과가 났다.”
▼ 요즘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나.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서로 무차별 공세를 편다. 업적을 과장해 밝히기도 한다. 예비후보는 그렇지 못하다. 손발이 묶인 우리는 주민을 일일이 만나는 것 말고 딱히 방법이 없다.”
▼ 당선되면 어떻게 할 건가.

“기본적으로 지역 일꾼이 1번이다. 동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지역 발전이 곧 나라 발전이다. 이것이 큰 축이다. 나라 발전을 위해 박근혜 정부를 적극 밀어주고 지원하겠다.”



대구 수성갑

김문수  “대구 정치 1번지 내주면 정권 재창출 불가”
김부겸  “왜 그분이 이곳에 왔는지 아직도 의아해” 



대구 수성갑에선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격돌한다. 둘 다 전국적 지명도를 갖췄다. 거기에다 여론조사에서 김 전 의원이 김 전 지사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지금 파란이 일고 있다.
대구 수성구는 서울 강남에 비견된다. 집값도 대구에서 가장 비싸고 교육열도 강남 못지않다. 특히 수성갑엔 대구지방법원·검찰청이 있고 병원이 밀집해 있다. 변호사, 의사, 교수, 기업인 등 전문직과 여론주도층이 많이 산다.
수성갑이 대구 정치의 리더 격이란 점은 이곳을 거친 역대 국회의원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5공 황태자’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 김만제 전 포스코 회장,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중량급이다. 이 전 원내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고, 그 바통을 김 전 지사가 이어받았다. 두 사람은 경북고-서울대 출신인데, 공교롭게도 같은 고교와 대학을 나온 김 전 의원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김 전 지사가 김 전 의원의 7년 선배이고 두 사람은 사석에서 호형호제하지만, 이번엔 서로 양보할 처지가 못 된다. 두 사람의 선거사무소는 대구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범어사거리에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두 예비후보를 비교하기 편하도록 배려한 듯 건물도 맞닿아 있다. 한쪽에선 ‘김문수는 다릅니다’가 펄럭이고 다른 쪽에선 ‘일하고 싶습니다’가 시선을 끈다.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김 전 의원은 52.0%로, 37.4%에 머문 김 전 지사를 14.6%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10월 영남일보 여론조사 때의 7.5%포인트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김 전 의원에 대한 지지세가 50%를 넘는 점이 특이하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김 전 지사는 60대 이상에서 61.4%의 지지를 받았다.
김 전 의원은 두 번 출마(대구시장 선거 포함)한 전력이 있지만, 김 전 지사는 수성갑이 처음이라 지금은 ‘신고식 기간’인지도 모른다. 김 전 지사는 “김문수가 언론에 많이 알려졌는데 지역주민들이 어떤 사람인지 직접 ‘물건’을 못 본 탓도 있다”고 했다. 이 차원에서 그는 당내 세력을 새삼 규합한다. 출마설이 나돈 정순천 대구시의회 부의장이 출마를 접고 김 전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철새 정치인”
김 전 의원은 여론조사의 우위에 대해 “나 개인에 대한 지지는 아닐 것”이라며 “고달픈 서민의 삶이 표출된 것이다. 대구 경제의 침체에 대한 분노가 스멀스멀 표현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 전 지사의 선거 전략이 대구 정서에 안 맞다고 지적한다. “김 전 지사는 대구가 보수세력의 심장으로서 야당에 의석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이는 대구의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다른 데도 아니고 대구의 정치 1번지인 수성갑을 야당에 내주고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야권의 대구 공략은 김 전 의원이 처음은 아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08년 총선 때 수성을에 출마했다. 상대는 판사 출신으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당선인의 비서실장을 지낸 주호영 의원. 주 의원의 낙승이었다. 유 전 의원은 재도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후 대구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많은 시민이 벌써 내기를 건다. 일각에선 이번만큼은 김 전 의원에 대한 지지가 당선으로 연결될 것으로 본다. 다른 일부는 결국 ‘관성(慣性) 투표’가 재연될 것으로 여긴다. 세상이 뒤집혀도 투표장에만 가면 여당을 찍는다는 뜻이다. 그래선지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은 김 전 의원이 높지만 당선 가능 확률은 김 전 지사가 좀 더 높게 나온다. 대구시민의 60% 이상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김 전 지사 측은 “지난 5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꼭 이기겠다”고 말한다.
양측은 이미 일전불사 태세에 들어갔다. 향후 둘 사이에 거친 설전이 오갈지도 모르겠다. 김 전 지사 측은 김 전 의원의 정치적 이력을 문제 삼는다.
“김부겸 전 의원은 2000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경기 군포시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2002년 12월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하자 2003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했다. 철새 정치인이다.”
김 전 의원은 “나의 뿌리는 원래 한나라당이 아니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시민들이 잘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가 대구에 와서 요청한 선대본부장 제의도 거절했다. 수성갑에 다 걸어 기필코 의원 배지를 달겠다는 의지다. 야권 분열이 김 전 의원에게 변수가 되지만, 김 전 의원 측은 2014년 대구시장 선거 때 수성갑 지역구에서 50% 넘게 득표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반면 김 전 지사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준다, 덕담도 하고. 새누리당이 그동안 ‘텃밭’에서 안이하게 대응한 탓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나는 첫 출마이고 상대는 두 번째 아닌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당 일각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는데.
“대구에선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지만 수성갑에선 상대 후보가 상당한 득표력을 지녔다. 이곳이 바로 험지다. 새누리당이 험지라고 불러서 내가 왔다. 대구의 12명 의원이 다 동의했다. 수성갑에 뼈를 묻을 것이다. 나의 마지막 지역구가 될 것이다.”

“지역주의 벽 넘겠다”
▼ 대구에서도 야당에 의석을 내줄 때가 됐다는 논리가 있다.
“나는 그게 의아하다. 왜 대구가 그렇게 해야 하는가. 광주에 새누리당이 있나.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금 사분오열된 야당을 선택해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야당을 대구시민이 선택할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엔 인화단결을 중시하는 당풍이 있다. 지리멸렬 야당과 다르다.”
▼ 앞으로 공격을 좀 할 것인가.  
“공격이라기보다 사실에 입각해 말하겠다. 김 전 의원만 해도 ‘노사모’의 핵심 아닌가. 문재인 대표보다 더하다. 또한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의 주역이 됐지 않나. 그런 사람을 대구에서 뽑는다고?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수성갑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엔 확실히 정치적 의사를 표시해보자는 기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 김 전 지사는 “왜 대구가 야당에 의석을 내줘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논리가 좀 안 맞다. 정치는 그런 것이 아니다. 한 석도 내줄 수 없다는 것은 변화의 분위기를 모르는 말씀이다.”
▼ 김 전 지사가 수성갑에 온 것을 어떻게 보나.
“왜 그분이 이곳에 온 건지 아직도 의아하다. 나는 지역주의 벽을 넘고자 왔는데 하필 김 전 지사가 이곳에···.”
▼ 상대편의 공격 강도가 세질 것이라 보나.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있다. 나보고 위장된 공산주의 운운하고. 섣불리 말려들지 않겠다. 더욱이 선배인데 욕을 할 수 있겠나.”
▼ 야권이 국민의당으로 분화됐다. 이동할 건가.

“야당이 다 힘을 합쳐도 보수여당을 넘기 힘든데 갈라졌다. 정책적 차이가 있겠지만 어쨌든 야당도 같은 것은 찾아가고 서로 다른 것은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불신이 워낙 깊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여기(더불어민주당)에 남아 역할을 다할 것이다.”



광주 광산을

권은희  “광주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에 걸었다”
이용섭  “권은희와의 빅매치? 그 말은 난센스”



더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광주 국회의원 8명 중 더민주당 소속은 강기정 의원(북구갑)과 박혜자 의원(서구갑)뿐이다. 박 의원도 1월 18일 탈당을 예고했다.
박주선, 임내현, 김동철, 권은희, 장병완 의원은 이미 탈당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신당(국민회의) 창당에 나섰다. 최근까지만 해도 호남과 수도권을 아우르던 제1야당이 광주에서 의원 한 명만 남게 된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
하지만 총선이 아직 80일 이상 남은 상황에 광주에서 국민의당 완승을 점치긴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분별한 여권 인사 영입 등 정체성 에서 ‘삐끗’할 경우, 광주 민심은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고토(古土) 회복을 위한 더민주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더민주당은 올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광주에서 나타난 20% 안팎의 고정 지지층에 주목한다. 국민의당 지지율엔 못 미치지만 광주 민심에 부응하는 혁신 공천이 이뤄진다면 승부를 겨룰 만하다는 기대감을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선 광주 전 지역구에서 특정 정당의 일방적 승리보다는 치열한 백병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광산을은 최고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광주의 딸’로 불리는 권은희 의원과 ‘광주의 인재’라는 이용섭 전 의원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국민의당 후보로, 현재 무소속인 이 전 의원은 더민주당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선 더민주당에서 이 전 의원을 삼고초려해서라도 복당시켜 권 의원의 ‘배신(탈당)’을 응징하는 ‘표적공천’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혼 팔지 않겠다”

현재까지 광산을에는 두 사람을 제외하면 아직 뚜렷한 주자가 안 보인다. 사법시험(43회) 출신 여성 최초로 경찰에 입문한 권 의원은 서울서초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뇌부로부터 수사 축소·은폐 지시를 받았다고 양심선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서울경찰청이 권 의원을 서울송파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전보시키고 외압 당사자로 지목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자 권 의원이 사직하면서 ‘광주의 딸’이란 별칭을 얻게 됐다.
권 의원은 공교롭게도 이 전 의원의 광주시장 출마 강행으로 인한 의원직 상실에 따라 치러진 2014년 7·30 보궐선거에서 당시 새정치연합에 영입된 후 전략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그는 1년 6개월 동안의 짧은 의정 활동에도 광주시민의 50년 숙원이던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을 성사시켰고, 국회 예결소위 위원으로 광주 현안사업들을 꼼꼼히 챙기는 등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여줬다.
이에 맞서는 이 전 의원은 전남대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관세청장과 국세청장을, 노무현 정부에선 청와대 혁신관리수석과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기재부 출신 세제 전문가인 이 전 의원은 광산을에서 재선에 성공해 당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경제통으로 호평을 받으며 승승가도를 달렸다. 광주 정치권의 대표주자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두 번의 광주시장 도전 실패와 이에 따른 의원직 상실로 정치적 시련을 겪었고,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해왔다.
광산을의 관전 포인트는 이 전 의원의 더민주당 복당 여부다. 더민주당 측은 지역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 전 의원이 복당해 신인 위주의 광주지역 후보들과 스크럼을 짠다면 판을 뒤흔들 만한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본다. 국민의당 측은 이 전 의원의 더민주당 복당에 대해 ‘광주 민심 이반 탓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심 경계하는 눈치다.
이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광산을은 더민주당-국민의당-무소속 3자 구도가 형성되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겠지만, 광주의 전체 선거 구도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의원은 더민주당 복당과 무소속 출마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 전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문재인 대표 등 더민주당 지도부가 아직 광주 민심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복당 여부는 10여 일 더 생각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민주당에 대한 지역 민심이 바닥이지만 그래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창출한 정당”이라며 “주변에서 무소속 출마를 권유하지만 위기에 빠진 더민주당을 외면할 수도 없어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 전 의원이 결국 더민주당으로 복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노무현 정부에서 성장한 대표적 인물인 데다 문재인 대표와도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등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안철수·김한길 의원이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일 때 광주시장 도전에 나선 이 전 의원을 배제하고 윤장현 현 시장을 전략공천해 그에게 큰 정치적 시련을 안긴 과거도 있다. 여기에 무소속 출마의 어려움을 체험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이 전 의원이 더민주당 주자로 정치생명을 건 ‘복수혈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전 의원은 “그건 내 영혼을 파는 것이다. 영혼을 팔아서까지 정치하고 싶진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안철수·김한길 의원이 당시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도 않았다”며 “내가 다시 그들에게 간다면 광주시민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냐”며 깊은 반감도 나타냈다. 권 의원과의 대결 구도에 대해선 “일부에서 빅매치라고 하는데 난센스 아니냐”라고 일축했다.

“거대한 바람 불 것”
광산을에선 ‘인물 대 바람’의 구도도 형성될 전망이다. 이 전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발탁하고 키운 ‘검증된 인물론’으로, 권 의원은 초선 의원의 참신함과 국민의당 ‘바람’으로 맞선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더민주당 탈당에 대해 잘했다는 지역 민심의 호응이 크다”며 “0.5선이지만 지역 민심과 함께라면 두려움 없이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 민심은 국민의당에 새로운 희망을 걸고 있다”며 “이러한 민심은 이번 총선에서 거대한 바람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 의원과의 대결에 대해선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민들로부터 (광주시장 선거 등에서) 이미 평가를 받지 않았냐”며 “지역 민심은 새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광산을은 40세 이하 유권자 비중이 광주에서 제일 높고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과 광주 국회의원들의 연쇄 탈당에 대해 젊은 층이 가장 비판적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안철수 신당 바람이 거세게 불지만 권 의원의 지역적 기반이 아직 탄탄하지 않은 데다 광주 정치권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이 전 의원이 출마한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은 광산을에서 재선한 만큼 조직력과 지지세가 탄탄하다”며 “결국 안철수 신당 바람의 강도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박재일 | 영남일보 정치·경제부문 에디터 park11@yeongnam.com
광주=임동욱 | 광주일보 서울취재부장 tuim383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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