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최호열 기자의 호모 에로티쿠스

“13세면 성적 자기결정권 내 몸으로 내가 하겠다는데···”

‘10대의 섹스 자유’ 외치는 10대 이연이

  • 최호열 주간동아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6-02-15 10: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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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대에선 ‘노 콘돔, 노 섹스’
    • 한 번 같이 잤다고 여자가 제 소유물? 찌질이들…
    • 청소년 특수 콘돔 판매금지는 출산율 제고 정책?
    • 남자도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꼭 맞아야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 조사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남학생 7.4%, 여학생 3.1%가 성 경험이 있으며, 첫경험 나이는 평균 12.8세였다. 기성세대에겐 다소 충격적이다. 10대가 섹스를 말하면 기성세대는 큰일이 난 것처럼 한숨을 내쉰다. “말세로다…”는 탄식까지는 아니어도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인성을 가진 인격체로 성장하려면…” 등등 10대가 섹스를 하면 안 되는 수십 가지 이유를 대며 훈계를 늘어놓기 십상이다.
    이연이(가명, 19) 씨는 이런 기성세대를 보면 실소가 나온다며 “내가 내 몸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건데 왜 안 된다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섹스에 당당한 10대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그는 흔쾌히 응했다. 서울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164cm의 호리호리한 체구에 성숙한 외모를 지녔다. 볼살이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과 상큼한 미소가 그가 아직 미성년자임을 일깨웠다. “모델이나 걸그룹 아이돌이라고 해도 믿겠다”고 치켜세우자 “그런 쪽엔 관심이 없다”면서도 밝게 웃었다.
    그가 기자 앞에 놓여 있던 질문지를 슬쩍 보더니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직설적인 문구들 때문인 듯했다. 왜 그렇지 않겠나. 이제 열아홉. 기자 역시 지금까지 ‘호모 에로티쿠스’들을 만났을 때와는 달리 인터뷰 내내 질문을 던지는 게 곤혹스러웠다. 그나 기자나 아직은 낯이 덜 두꺼운 모양이다.



    “그냥 끈적끈적했다”

    ▼ 열아홉 살이면 고3?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거쳐 지난 11월 친구들과 수능을 치렀다.”
    ▼ 왜 자퇴했나.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학교에 다니는 게 의미가 없었다.”
    ▼ 학창 시절엔 어땠나.
    “조용하고 평범한 아이. 어릴 땐 키도 작고 말랐다. 중3에서 고1이 되면서 키도 확 크고 몸무게도 많이 늘었다. 그때 육체적으로 많이 성숙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면 아무도 날 몰라볼 정도다.”
    ▼ 친구는 많나.
    “많지 않다. 어울리긴 하는데 깊게 사귀는 편은 아니다. 밖에서는 활발하고 수다도 많이 떨지만, 혼자 생각하는 걸 더 즐긴다. 생존형 외향성이라고 할까.”
    ▼ 취미는.
    “별것 없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편이다. 자기계발서, 특히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책은 되게 싫어한다. 그런 책들이 말하는 게 맞는 이야기인지 의문이다. ‘네가 지금 고생하는 건 너의 마인드가 잘못돼서다’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런 건지….”
    ▼ 사춘기 여학생들은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보면서 성에 눈을 뜬다던데.
    “그런 취향은 아니다. 관심이 없었다. 성에 호기심을 가진 게 중3 때였으니 늦게 눈을 뜬 편이다.”
    ▼ 계기가 있었나.
    “다들 그럴 것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발견하고, 호기심에 더 찾아보고…. ‘임신은 어떻게 되는가’ 뭐 그런 건 아니다(웃음). 임신과 섹스는 같지만 별개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임신은 성스러운 거지만 섹스가 성스러운 건 아니듯이.”  
    ▼ 그럼 인터넷으로 봤다는 건?
    “그냥 야동(웃음). 평범한 포르노였다. 딱히 어떤 판타지가 있어서 본 건 아니고, 영화 보듯 ‘어 뭐지?’ 하며 봤다. 그냥 끈적끈적거렸다. ‘아, 이런 거구나, 내 취향은 아니네’ 싶었다.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Guilty pleasure

    ▼ 첫 섹스는.
    “중3 때 만난 남자친구가 많이 졸랐다. 다들 그렇게 첫경험을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원하기보다 상대가 강하게 원하니까, 거절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지금은 ‘처녀성을 준다’는 말을 무척 싫어하는데, 그때는 어려서 그렇게 생각했다.”
    ▼ 그때 어떤 기분이었나.
    “당연히 복잡했다. 강요에 의한 거니까. 상대가 강하게 원해서 하는 것과 서로 함께 원해서 하는 것은 다르다. 내겐 안 좋은 기억이었다. 나쁜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부터는 섹스 여부를 내가 결정하자고 결심했다.”
    ▼ 그다음부터는 항상 본인이 선택했나.
    “거의 그랬던 것 같다.”
    ▼ 첫경험이 안 좋으면 섹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던데.
    “그렇지는 않다. 성폭행 경험자들이 성관계 때 행복해하면 ‘쟤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섹스를 할 수 있나, 과연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들까?’ 하는 말을 듣게 된다고 하더라. 나는 비슷하면서 다른 상황을 겪은 것인데, 나쁜 기억을 계기로 생각이 변한 것이다. ‘섹스를 하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 안 좋았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계속 섹스를 하고 싶었던 건….
    “성적 욕구가 들었다기보다 이 사람이랑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다. 같이 있고 싶고…. 그게 손을 잡는 걸 수도 있고, 키스를 하는 걸 수도 있고, 더 나갈 수도 있고. 그냥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다.”
    ▼ 미성년자인데, 섹스를 하기엔 아직 어리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을 하면서 느끼는 쾌감 같은 게 있었다. 학교에선 평범한 아이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걸 하고 다녔으니까. 죄책감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나이가 어린데 상대 남자들은 나이가 있으니까 상대방의 뭔가를 깬다, 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어린 것’에 대한 이중 잣대

    ▼ 그동안 몇 명이나 만났나.
    “3년 동안 20명쯤 만난 것 같다. 처음엔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관계를 시작하지만 몇 번 만나면 ‘이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실망하게 된다. 만남을 계속할 필요를 못 느꼈다. 아직까지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 상대들의 연령대는.
    “내 취향이 올드한 편이라 어린 남자들은 별로 안 끌린다. 대학생을 몇 명 만나긴 했지만 대부분 30대 초중반 사회인이었다. 그들과 취향이 맞다.”
    ▼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또래 남자애들은 생각이 어리고, 관심사나 생각하는 게 나와는 달랐다. 오히려 30대가 말이 잘 통해 좋았다. 공감하는 것도 더 많고. 그래서 나이는 그렇게 신경을 안 썼다. 한번은 서른 살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내가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그 친구가 ‘나는 종종 네가 열아홉이란 걸 잊어버려’라고 하더라. ‘내 얼굴이 그렇게 삭아 보인다는 거야?’ 하니까 ‘그게 아니고 말이나 행동하는 걸 보면 20대 중반은 돼 보인다’고 했다. 대화할 때 한 번도 내가 어리다는 느낌을 안 받았다고 했다.”
    ▼ 그래도 30대 남자가 어린 10대와 섹스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안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10대처럼 보이나. 어린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면 롤리타 콤플렉스인데, 난 성숙해 보이지 않나? 설령 내가 10대여서 매력을 느낀다 해도 아무 상관없다. 나도 상대가 30대라 매력을 느끼는 거니까. 둘 다 문제 될 게 있나 싶다.”
    ▼ 그들로부터 유혹을 받거나 섹스 제의를 받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고 좋다고 하는 건지, 그냥 내가 어리니까 좋다고 하는 건지에 따라 다르다. 나를 인격체로 여겨 좋다고 하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내가 어리고 만만해서 ‘하고 싶다’는 건 불쾌하다.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만남은 상관없다. 10대도 그런 만남을 가질 권리가 있다.”
    ▼ 성인이 10대를 만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좋다”고 말한다 해도 사실은 어리다는 이유가 큰 것 아닐까.
    “나도 내 경쟁력을 잘 안다. 10대이고, 성숙하고…. 상대에게 상상력을 준다는 걸 알지만, 그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좋아서 합의해서 하면 상관없지 않나. 내가 30대를 좋아하는 게 취향이듯 30대가 10대를 좋아하는 것도 취향이다. 그 자체가 범죄는 아니다.”



    나의 몸, 나의 선택

    ▼ 섹스를 본인이 결정한다는 건 섹스를 할 때도 주도적이라는 뜻인가.
    “섹스란 게 그날 상황에 따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선택했다고 무조건 적극적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네가 알아서 해라’ 하고 누워 있을 때도 있는 거고. 상대에 따라, 몸 상태에 따라 매일매일 다른 것 아닌가.”
    ▼ 섹스를 좋아하니까 하는 걸 텐데, 어떤 부분이 좋나.
    “그러게, 왜 할까. 여자가 섹스를 하는 이유가 200가지가 넘는다고 하던데, 하나를 꼽기가 그렇다. ‘어떤 게 좋다’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 섹스토이도 사용하나.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듯이 안 쓰는 데 특별한 이유도 없다. 써본 적도 없다. 몇 번 구경은 했는데 그냥 예쁘다, 괜찮다 하는 정도지 당기지는 않았다.”
    ▼ 섹스토이를 안 쓰면 자위도 안 하나.
    “주위 친구들을 보면 반반이던데, 나는 안 한다. 성욕이 강한 편은 아니다. 좋아는 하지만 안 하면 못살 정도로 환장하지는 않는다(웃음). 상황이 맞으면 하는 거고, 혼자 있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아는 남자에게 전화하면 된다. 자위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 섹스의 쾌감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는 건 아닌가.
    “그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아닌데, 그걸 안다고 모두 색정녀가 되고, 안 하면 못살 것처럼 미칠 정도가 되는 건 아니다.”



    ▼ 기성세대는 10대는 아직 섹스를 하기엔 어리다고 여긴다. 성은 순결하고 소중한 것이어서 함부로 내돌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성은 소중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내 몸이고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섹스를 통해 병을 옮기는 것도 아니고, 싫다는 애를 내가 꼬셔서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가 되나.”
    ▼ 순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순결이 무슨 의미가 있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처녀막이 있으면 순결한 애고, 없으면 순결하지 않은 애가 된다. 처녀막이 뭔지는 아나? 대부분 질 입구에 막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실은 질 근육일 뿐이다. 피가 날지 안 날지도 모르는 걸 가지고 순결을 따지는 건 너무 우습지 않나. 그런데 ‘내 여친은 피가 안 났어, 속았어’, ‘너 거짓말했지? 처녀가 아니잖아’ 하는 바보가 정말 많다.”  
    ▼ 기성세대는 ‘10대는 몸도 성장하는 시기라 섹스가 몸에 이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대도 몸이 성장하는 시기다. 그런 논리라면 20대의 섹스도 금지해야 한다. 열아홉 살은 어리고, 스물한 살은 안 어린가. 어리니까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 나오는 게 임신이다. 피임을 확실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콘돔 교육이 중요하다. 임신 말고 책임질 게 또 있나.”
    그는 임신과 관련해 남자들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남자들은 임신 가능성에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다. 체외사정을 하면 된다고 우기는 이도 많다. 그렇게 한다고 임신 위험이 없는 게 아니다. 일단 임신이 되면 온전히 여자의 몫이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임신했다고 하면 ‘내 아이인지 어떻게 알아?’라고 하는 남자도 많다고 한다. 책임감이 있다는 남자도 기껏 낙태비용 내주고, 병원에 함께 가는 정도? 나머진 오로지 여자가 감당할 몫이 된다. 임신을 하면 모든 책임의 절반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걸 인식하면 좋겠다.”
    ▼ 어린 나이에 너무 쾌락만 추구하는 게 건전한 사고는 아니지 않냐는 비판도 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른 거니까. 내 입장에선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해서 안 해’ 하는 건 자유지만, ‘나쁘니까 너도 하지마’ 하고 강요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학교 성교육은 무의미”

    ▼ 10대는 가치판단력이 부족하고 자기절제가 안 되는 시기라 자칫 섹스에 중독될 수도 있고, 잘못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10대 때 하면 중독되고, 20대 때 하면 중독이 안 되나.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만 13세가 되면 누구에게나 성적 자기결정권이 주어진다. 본인이 책임질 문제이지 사회가 금지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 10대들의 성매매도 자기결정권으로 선택할 문제일까.
    “어느 조사 결과를 보니 성매매 10대는 대부분 가출청소년이었다. 그들은 가출한 상태라 보호자 동의서를 받을 수 없어 알바(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다.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성매매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생존의 문제다. 거주지와 생존권이 보장된다면 굳이 성매매를 할 필요는 없다. 성매매와 성적 자기결정권은 별개라고 본다.”
    ▼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지 않나.
    “성교육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임신을 하고, 임신 1개월이면 어떻고, 3개월이면 어떻고 하는 이야기뿐이다. 기껏해야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세요, 누가 강제로 하려고 하면 ‘이건 나빠요’ ‘안 돼요’라고 말하세요, 정도다. 성은 숭고하고 성스러운 것, 10대 때 섹스하는 건 나쁘다고만 가르친다. 무의미하다. 오히려 사회에서 직접 배우고 느낀 게 더 많다.”
    ▼ 어떤 걸 가르치면 좋을까.
    “최소한 콘돔 제대로 사용하는 법이라도 가르치면 좋겠다. 성인이 돼도 대부분 콘돔을 제대로 씌우는 법조차 모른다. 남자도 절반은 잘 모른다. 체외사정 실패율이 얼마인지, 콘돔 외에 여자들이 할 수 있는 피임법이 뭐가 있는지 정도는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최근 인터넷에서 청소년에 대한 특수 콘돔 판매 불법 규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여성가족부가 “특수 콘돔 등의 성 기구는 청소년이 사용할 경우 신체 부위의 훼손 등 신체적 부작용을 초래하거나 청소년에게 음란성,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청소년보호법에 의거 청소년 대상 유통을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하자 논란은 더 거세졌다.



    “콘돔 =발기부전? 병원 가라!”

    “돌기형 콘돔 같은 걸 음란물로 규정한다는 게 어이없다. 더 큰 문제는, 여성가족부도 밝혔듯이 미성년자도 (일반) 콘돔을 살 수 있는데 막상 편의점에서 콘돔을 사려고 하면 민증(주민등록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학생이 이게 왜 필요하냐’며 힐난하는 점주도 있다고 한다. 그게 대부분 기성세대의 인식이다. 법적으로 만 13세 이상이면 성적 자기결정권이 인정된다. 섹스를 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청소년에게 왜 콘돔이 필요하냐고? 청소년은 피임을 하지 말라는 건가. 이것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인가.”
    ▼ 직접 사봤나.
    “여러 번 사봤다. 보다시피 성숙해 보이니까 민증을 보여달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그는 성과 관련한 한국 남성의 ‘무개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내 경험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매너가 안 좋은 남자가 너무 많다. 아니, 매너가 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 어떤 게 불만인가.
    “제발 콘돔 제대로 씌우는 법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하긴 남자도 학교에서 그런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을 것이다. 콘돔이 임신과 에이즈만 예방하는 게 아니다. 성병엔 어떤 것들이 있고, 콘돔이 그런 성병을 예방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걸 제대로 인식하면 좋겠다.”
    ▼ 남자들이 콘돔 사용을 싫어하나.
    “난 ‘노 콘돔, 노 섹스’다. 종종 ‘콘돔을 끼면 발기가 안 된다’는 둥 ‘느낌이 안 온다’는 둥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거부하는 남자들이 있다.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다. 콘돔은 책임감 이전에 기본 매너다. 콘돔을 꼈을 때 정말 발기가 안 된다면 그건 진짜 병이다. 내가 정색을 하고 ‘그럼 섹스하지 마. 그리고 그거 병이니까 병원에 가봐’ 하면 다들 낀다. ‘내 것은 성병도 없고 깨끗하다’고 우기는 남자도 있다. 그럼 당장 병원에 가서 진단서 끊어 오라고 한다. 성병이 눈으로 보이는 건가. 남자들,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
    2013년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성 관련 질환을 앓은 경우가 남학생 8.4%, 여학생 11.1%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숫자다. 2012년 조사에서는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 중 임신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24.1%에 달했고, 그 가운데 낙태율은 81.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중심 성문화

    그는 또 다른 불만도 털어놨다.
    “삽입 중심의 섹스도 문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뭘 요구하거나 하면 ‘너는 이기적이다’ ‘넌 섹스를 잘 모른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제일 황당한 건 한번 섹스를 하고 나면 내가 자기 소유인 양 여기는 경우다. 한 번 같이 잤다고 여자가 남자의 소유물이 된다? 주변에 그런 얘기를 하면 ‘남자라서 그래’라는데, 짜증 난다 정말.”
    ▼ 우리 사회가 ‘남자들의 속성’이란 명분 아래 남성 중심 성문화를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긴 하다.
    “얼마 전, 성인 전문 사이트 운영 회사에서 성 강연회를 열었다. 거기 나온 강사가 ‘김태희랑 결혼해도 전원주와 바람나는 게 남자’라고 하더라. 남성들의 잘못된 성 관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모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 남자가 바람피우는 걸 정당화하는 것이 다 문제다. 남자는 다 그러니 여자들이 이해하라는 건 어이없는 사고방식이다.”



    자궁경부암 슈퍼 전파자

    ▼ 좀 과민반응 아닌가.
    “그게 문제라는 걸 남성 대부분이 모르는 게 문제고, 그게 잘못이라는 걸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지적 안 하는 게 잘못이다.”
    ▼ 외도가 문제라고 보나.
    “당연히 나쁘지 않나.”
    ▼ 결혼하면 배우자와만 섹스를 해야 한다?
    “그게 기본 아닌가. 서로 외도하는 걸 허용하기로 합의하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대를 배신하면 안 된다고 본다.”
    그는 인터뷰 도중 휴대전화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기자에게 보여줬다. 요즘 요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핫’하게 뜬 만화가 김풍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자신이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자궁경부암은 여성만 걸리는 질병이다. 하지만 이 병을 옮기는 슈퍼 전파자는 남자다. 남자가 섹스를 하면서 여성을 전염시킨다. 따라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함께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호주에선 얼마 전부터 남자들도 필수 접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여자들에게만 권한다. 이걸 맞는 남성은 극히 드물다. 김풍 씨 트위터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이런 남자들이 늘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10대에게 콘돔 나눠주기 운동’ 등 요즘은 성 관련 사회운동을 하는 젊은이가 많더라.
    “내가 그런 일을 할 생각은 현재는 없다. 남까지 책임질 상태가 아니다. 남이 하는 걸 보면 ‘잘한다’고 격려하는 정도? 사실 청소년 성문제보다는 자궁경부암 퇴치 운동, 콘돔 사용하기 운동, 성노동에 더 관심이 있다.”
    ▼ 성노동?
    “내가 성노동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들의 선택을 지지하는 거다. 성노동자만 성노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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