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초 현재 중간 집계된 금액만 따져도 ‘응팔’의 직접 매출은 211억 원을 넘어섰다. 16회까지 광고매출이 171억 원에 달하고,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매출은 주간 단위로 5억 원대를 기록해 방송 8주간(1~16화) 총 40억 원가량의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음원 차트를 뒤흔든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매출 등을 합치면 25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간접광고 제품도 인기
CJ E&M의 주가는 ‘응팔’이 방영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그해 연초의 두 배로 올랐다. 1월 말 3만8000원대이던 주가가 12월 말엔 8만3000원대로 치솟았다. 영화 ‘베테랑’과 ‘국제시장’을 비롯해 먹방·쿡방 열풍을 일으킨 ‘삼시세끼’ ‘집밥 백선생’ 등 이 회사가 만든 히트작이 이어진 데다 ‘응팔’이 정점을 찍은 것.‘응팔’이 낳은 간접적 경제효과도 적지 않다. 이 드라마에는 1980년대 우리 국민이 즐겨 먹던 식음료가 자주 등장했다. 이들 제품은 간접광고(PPL) 형태로 등장해 드라마 밖에서 실제로 인기를 끄는 상황이 벌어졌다.
롯데제과의 PPL 제품은 가나초콜릿(1975년 출시), 치토스, 스카치캔디, 빠다코코낫, 꼬깔콘 등 모두 9종. 이들 제품은 드라마 첫 방송일인 11월 6일을 전후해 각각 6주간 매출액을 비교한 결과, 방송 후 매출이 방송 전보다 평균 12% 이상 늘었다(세븐일레븐 기준, 닐슨 POS데이터). 특히 감성적인 광고로 새삼 눈길을 끈 가나초콜릿은 20% 이상 더 팔렸다. 찾는 이가 많아지자 롯데제과는 11월 말부터 대형 할인점과 유통점 등에서 ‘응답하라 1988’ 추억의 과자 판매전을 벌이기도 했다. 가나초콜릿 ‘오리지널’ CF에 출연한 배우 이미연이 ‘응팔’의 주인공 혜리(덕선 역)로 대체된 새 CF를 선보이기도 했다.
농심은 너구리(라면) CF 모델인 혜리가 ‘응팔’에서 인기를 끌자 너구리 멀티팩 한정판을 출시했다. 멀티팩 한정판 패키지엔 1988년 당시의 너구리를 들고 있는 혜리 사진이 인쇄돼 있다. 농심은 너구리 한정판 출시를 계기로 온라인 인증 사진 이벤트도 진행한다. 제품에 동봉된 혜리 이모티콘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을 찍어 올리면 추첨을 통해 백화점 상품권 등을 증정한다. 농심은 추운 겨울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건네기 위해 응모자 1명당 너구리 1봉지를 기부하는 사랑 나눔 활동도 함께 진행한다.
복고풍 붐의 경제가치
패션 분야에서도 복고풍 붐을 몰고 왔다. 어깨선이 내려오는 오버핏 디자인, 목폴라 셔츠, 밑단이 펄럭거리는 나팔바지, 청재킷 등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이 27년 만에 다시 인기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응팔’은 이 같은 부가적 경제효과 외에도 제작사에 여러 가지 선물을 안겨줬다. tvN 개국(2016년 10주년) 이래 최고 시청률 달성이 첫 번째 선물이다. ‘응팔’ 15화는 유료 플랫폼 가구 평균 16.3%, 최고 18.3%를 기록했다. 둘째, ‘응팔’은 3개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속편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징크스(소포모 징크스, sophomore jinx)를 깼다. 셋째, ‘금토 드라마’ 시장을 개척했다. ‘응답하라 1994’가 2013년 10월 18일(금) 첫 금토 드라마로 방영을 시작해 ‘미생’ 등 여러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 KBS 등도 금토 드라마를 편성했다.
‘응팔’은 이처럼 단지 경제효과만 창출한 게 아니라 CJ그룹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길근 CJ그룹 상무는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서 다양한 창조적 문화 콘텐츠 개발을 선도한 결과 ‘응답하라 1988’의 성공을 보게 됐다”며 “이 드라마를 통해 가족과 이웃, 무엇보다 사람들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듯이 CJ가 모든 세대에게 친숙하고 따뜻한 기업으로 다가가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