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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

“땡! 글러먹었어요 자소서 컨설팅 받으세요”

‘공포 마케팅’ 열 올리는 고액 취업준비학원

  • 박채영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김명교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땡! 글러먹었어요 자소서 컨설팅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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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정신상태가 글러먹었어요. 그러니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죠. 근성이 없어요!”
A 강사의 무료 취업 특강. 취업준비생들은 강사의 독설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욕을 먹는 이유는 자기소개서를 30개 이상 쓰지 않아서다. 강사는 “미니멈 100개는 써야 한다”고 했다. 강의 중간 중간에 말이 딴 데로 샜다. 강사는 잠시 뜸을 들인 뒤 ‘고급 정보’를 알려줬다.
“3~4년 후면 굴지의 모 그룹이 망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 또 IMF가 옵니다.”
그의 말은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한껏 불안감을 조성한 뒤 강의 막바지에서 다음 날 개강하는 자신의 취업 대비 강좌를 홍보했다. 당일 등록하면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던 취업준비생 서모(24) 씨는 A강사의 4주짜리 수업에 등록했다. 서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강사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혼자 힘으로 취업을 준비해선 안 될 것 같았다”며 답답해했다.
취업준비생(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공포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요즘 강남역과 역삼역을 중심으로 서울시내 곳곳에서 취업 준비 사교육업체들이 문을 열고 있다. 대부분은 어학원이나 전문기술학원으로 유명한 곳에서 최근 5년 사이 취업 준비 강좌를 특화해 새로 설립한 곳이다. 극심한 취업난이 이들에겐 오히려 ‘블루오션’이 된 셈이다.
국내 최초의 취업전문학원이라는 강남 모 학원은 2010년 설립됐다. 강남의 다른 취업 학원은 컴퓨터아트학원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유명 어학원들도 이 시장에 뛰어든다. 구직난이 해소될 기미가 없자 많은 취준생이 이런 학원을 찾는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 업체는 취준생의 불안감을 이용해 고액 강좌를 수강토록 한다.  



“영문학과? 제일 애매하죠”

취준생들이 자주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메인 화면. ‘알짜기업 합격노트 무료특강’ ‘2016 상반기 대비 겨울방학 취업전략’ 같은 요란한 제목의 무료 취업특강 광고가 빼곡하다. 학원들은 ‘공짜’라는 미끼로 취준생을 유혹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런 특강은 대개 수강생을 모집하려는 취업학원들의 ‘낚시터’로 활용된다. 학원들은 “뒤처질 거예요” “질 수밖에 없죠” 같은 자극적인 말로 겁을 줘 취준생을 그물로 몰아넣는다. 알고도 넘어가는 전략이다.
현직 대기업 직원이라는 B강사의 무료 취업 특강. 그는 “저녁은 먹었냐”며 편안한 말투로 강의를 시작했다. “유료강의 홍보 목적이 아니니 도움 되는 팁을 많이 얻어가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는 취준생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불안과 공포가 강의실을 엄습한 건 그때부터다.
그는 한 취준생에게 전공을 물었다. “영문학과”라고 답하자 “제일 애매하죠”라고 했다. 이어 “상경계열 복수전공이라도 하나요?”라고 물었다. 아니라고 하자 “그럼 더 안 되고…”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취준생들에게도 전공, 직무 역량, 스펙 등을 돌아가며 물어봤다. 그는 답변이 나올 때마다 다 듣지도 않고 말을 잘랐다. “더 없어요?” “그게 다야?” “뻔해요”라고 압박했다. 취준생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이어 그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취업 준비를 하려는 취준생들을 다그쳤다.
“너,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적으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니? 혼자 집에서? 어떻게 취업을 혼자 준비하니! 니가 해봐라 그게 되나?”
그는 어느새 언성을 높이며 “나는 혼자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제일 무섭다”고 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력과 비전이 없는 너희들’에게는 학원 다니는 게 답이라고 못 박았다.
강사는 중간의 10분 쉬는 시간에도 하루 4시간 반을 자면서 취업 준비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여줬다. 강의가 다시 시작되자 “너희 경쟁자는 취업에 목숨을 건 애들이야”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 상반기에도 무조건 떨어질 수밖에 없어”라며 취준생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2016년 하반기에도 여전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거란 이야기에 열심히 필기하던 취준생들은 더 기가 죽은 표정이었다. 몇몇은 한숨을 내쉬었다.

“본 수업이 아니라서 말은 못하지만, 지금 이거 말고 정말 중요한 게 많아요. 그것만 얘기해도 한 시간이 나와요.”



“그런 것도 몰라?”

결국 대단한 경쟁자들과 맞서는 그의 비법은 고액 취업 준비 강좌였다.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혼자 익히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한 뒤 스파르타식으로 8시간 만에 프레젠테이션 비법을 가르쳐주는 강좌를 들으라는 식이다. “강의 팔러 온 게 아니다”라는 처음 이야기와는 딴판이었다. 특강 후 취준생들은 길게 줄을 서서 강사에게 매달렸다.
불안감이 극에 달한 많은 취준생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원을 찾는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뚝딱 취업시켜주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노회한 취업 상담원이다. 상담원들은 취준생들이 정보가 부족하며 심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파고든다. 이들은 “잘 모르시네요” “방법이 틀렸어요”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결국 취준생들이 ‘뭘 좀 아는’ 사설학원의 도움을 구매하게끔 만든다. 상담원들은 ‘학원에 등록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으로 유혹한다.
강남의 K 취업학원. 깔끔한 인테리어의 로비는 취준생들로 바글바글했다. 2~3명씩 앉을 수 있는 테이블 10개는 취준생들로 다 차 있었다. 테이블마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상담원이 취준생들과 마주 앉아 있었다. 몇몇 테이블엔 취준생 부모도 함께 와 있었다. 빈 테이블이 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학원 측이 준 상담카드에 이름, 나이, 학교, 학점, 어학연수 경험 등의 스펙, 취업 희망 기업, 희망 연봉을 적었다. 이윽고 30대 초반의 상담원과 상담이 시작됐다.
그가 “어떤 강의를 듣고 싶으냐”고 묻기에 “면접강의”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다짜고짜 “자기소개서 강의는 왜 안 듣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자소서는 이미 몇 번 써봤다”고 했지만, 그는 “서류전형에 붙어야 면접을 볼 수 있는 걸 모르냐”며 답답해했다. 그는 계속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말했다.   
자소서 강의를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긴 설명이 끝난 뒤 그는 알짜 중소기업을 찾는 설명으로 넘어갔다. “대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는 “플랜B가 있어야 한다. 건실한 중견기업을 찾아주는 강의도 꼭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자존심을 사정없이 긁었다.
“네임 밸류 많이 봐요? 남의 시선 많이 보나? 그것보단 속 알맹이가 중요한 거예요. 알겠어요?”
이어 그는 즉석에서 면접 자세를 바로잡아주겠다며 자기소개를 한번 해보라고 시켰다. “안녕하세요! ○○대학교 ○○학과를 나온 ○○○입니…”라고 입을 떼자마자, 그는 “땡! 이렇게 하면 큰일나요”라며 말을 끊었다. 선심 쓰듯 시작한 면접 컨설팅은 10초 만에 끝났다. 그는 “아직 경험이 없어서 자기소개 방법을 전혀 모르시네”라며 스피치 강의를 추천했다.


“그럼 골로 가는 거죠”

이후에도 그는 “토론은 해봤어요? 상당히 어렵거든?” “자소서 STAR 기법은 알아요?”라고 계속 찔러가며 이런저런 강의를 들이밀었다. 그가 결론적으로 추천한 것은 148만 원짜리 정규반 코스. 부담스러운 가격인데도 그는 주문을 독촉하는 홈쇼핑 호스트처럼 등록을 부추겼다. 3일 뒤 무료로 강의 하나를 열어줄 테니 그날 다시 와서 바로 등록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민은 시간 낭비”라고 했다.
정수민(23·여) 씨는 2016년 1학기에 스페인으로 교환학생 겸 어학연수를 갈 예정이다. 그런데 정씨가 찾은 강남의 한 취업학원 상담원은 스페인행을 적극 만류했다. “지금 외국 갈 때가 아니다. 당장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씨가 “스페인어를 배워오면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냐”고 하자 상담원은 “스페인어가 플러스가 되는 것보단 다른 취준생들이 그사이 치고 올라오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상담원은 상담 내내 ‘자칫하면 떨어진다’는 네거티브 설명만 했다고 한다. 상담원은 “면접에서 평이하게 대답하면 면접관이 관심을 갖지 않고, 그러면 질문이 안 들어가고, 안 들어가면 그냥 떨어지는 거죠”라며 자소서, 면접, 목소리까지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격은 100만 원, 110만 원, 160만 원. 정씨가 단과반에 대해 물어도 그는 한사코 가장 비싼 정규반을 강권했다. 그러더니 막판엔 비장의 카드인 ‘할인’을 꺼내 들었다. 정씨는  “취준생의 처지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비싼 강의만 들이 밀더라”고 했다.
서울의 한 경찰공무원 기숙학원. 경찰대 진학도 아니고 일반 경찰채용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기숙학원까지 다녀야 하나 싶지만, 학원 측은 “기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경찰공무원의 경우 준비기간은 ‘빨라도 1년’이 정설이라고 하는데, 이 학원 상담원은 3개월 만에 합격한 사례를 보여주며 “보통 6개월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1년이 넘어가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기숙을 하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다는 듯 입소를 권유했다. 통학하는 취준생들은 뒤로 갈수록 지각과 결석이 잦아진다고 했다.
“그냥 학원 통학하는 애들은 준비기간이 늘어지죠. 그러다가 학원 친구들이랑 친해져서 PC방에 게임하러 가기 시작해요. 그럼 골로 가는 거죠. 공부는 무슨 공부….” 월 100만 원의 비용에 대해선 “비싸도 빡세게 6개월 안에 끝내는 것이 낫다”고 했다.  
서울의 또 다른 경찰준비생 기숙학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상담원은 “혼자 준비하면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다”며 겁을 줬다. “일단 기숙으로 시작해 틀을 잡은 다음에 나가서 혼자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입시 사교육 → 취업 사교육

많은 취준생은 대학입시를 위해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취업을 위한 사교육’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입시 사교육’에서 ‘취업 사교육’으로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취준생에게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준다.
취업학원의 고액 강의가 취업을 보장해줄까. 이에 대한 취준생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취준생이 많이 찾는 S 인터넷 카페엔 취업학원의 강의 효과와 관련해 “들을 필요 없다” “돈만 밝힌다” “차라리 취준생들끼리 하는 스터디 그룹이 낫다” 같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반면, “취업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게 해준다” “면접 능력이나 자기소개서 작성 능력을 단기간에 향상시켜준다” 같은 의견도 있었다.
한 취업준비학원 관계자는 “소수 취업학원에서 강의를 권하는 방식이나 수강료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다수 학원은 취업 시장을 분석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강의를 개설한다”고 해명했다.
고려대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많은 취준생이 취업학원을 찾는 이유에 대해 “불안감 때문이다. 또한 ‘사교육이 앞서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책과 관련해, 그는 “각 대학의 경력개발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기업이나 노동부와 연계가 잘돼 있어 정보가 빠르고 전문성도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취업 시즌은 끝났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취준생들은 별수 없이 다음 시즌을 기다리며 이 겨울을 보낸다. 학원가에는 ‘2016 상반기 대기업 취업&인턴 뽀개기’ ‘2015 서류탈락 원인+2016 상반기 취업전략’ 문구가 펄럭인다.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수강생들이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박채영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lupins@korea.ac.kr 
김명교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mgkcreative@korea.ac.kr




신동아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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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영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김명교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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