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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

“땡! 글러먹었어요 자소서 컨설팅 받으세요”

‘공포 마케팅’ 열 올리는 고액 취업준비학원

  • 박채영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김명교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땡! 글러먹었어요 자소서 컨설팅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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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도 몰라?”

결국 대단한 경쟁자들과 맞서는 그의 비법은 고액 취업 준비 강좌였다.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혼자 익히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한 뒤 스파르타식으로 8시간 만에 프레젠테이션 비법을 가르쳐주는 강좌를 들으라는 식이다. “강의 팔러 온 게 아니다”라는 처음 이야기와는 딴판이었다. 특강 후 취준생들은 길게 줄을 서서 강사에게 매달렸다.
불안감이 극에 달한 많은 취준생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원을 찾는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뚝딱 취업시켜주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노회한 취업 상담원이다. 상담원들은 취준생들이 정보가 부족하며 심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파고든다. 이들은 “잘 모르시네요” “방법이 틀렸어요”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결국 취준생들이 ‘뭘 좀 아는’ 사설학원의 도움을 구매하게끔 만든다. 상담원들은 ‘학원에 등록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으로 유혹한다.
강남의 K 취업학원. 깔끔한 인테리어의 로비는 취준생들로 바글바글했다. 2~3명씩 앉을 수 있는 테이블 10개는 취준생들로 다 차 있었다. 테이블마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상담원이 취준생들과 마주 앉아 있었다. 몇몇 테이블엔 취준생 부모도 함께 와 있었다. 빈 테이블이 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학원 측이 준 상담카드에 이름, 나이, 학교, 학점, 어학연수 경험 등의 스펙, 취업 희망 기업, 희망 연봉을 적었다. 이윽고 30대 초반의 상담원과 상담이 시작됐다.
그가 “어떤 강의를 듣고 싶으냐”고 묻기에 “면접강의”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다짜고짜 “자기소개서 강의는 왜 안 듣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자소서는 이미 몇 번 써봤다”고 했지만, 그는 “서류전형에 붙어야 면접을 볼 수 있는 걸 모르냐”며 답답해했다. 그는 계속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말했다.   
자소서 강의를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긴 설명이 끝난 뒤 그는 알짜 중소기업을 찾는 설명으로 넘어갔다. “대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는 “플랜B가 있어야 한다. 건실한 중견기업을 찾아주는 강의도 꼭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자존심을 사정없이 긁었다.
“네임 밸류 많이 봐요? 남의 시선 많이 보나? 그것보단 속 알맹이가 중요한 거예요. 알겠어요?”
이어 그는 즉석에서 면접 자세를 바로잡아주겠다며 자기소개를 한번 해보라고 시켰다. “안녕하세요! ○○대학교 ○○학과를 나온 ○○○입니…”라고 입을 떼자마자, 그는 “땡! 이렇게 하면 큰일나요”라며 말을 끊었다. 선심 쓰듯 시작한 면접 컨설팅은 10초 만에 끝났다. 그는 “아직 경험이 없어서 자기소개 방법을 전혀 모르시네”라며 스피치 강의를 추천했다.


“땡! 글러먹었어요 자소서 컨설팅 받으세요”

취업준비 강좌 안내, 취업준비서 등이 비치된 한 취업준비학원 내부.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김명교

“그럼 골로 가는 거죠”

이후에도 그는 “토론은 해봤어요? 상당히 어렵거든?” “자소서 STAR 기법은 알아요?”라고 계속 찔러가며 이런저런 강의를 들이밀었다. 그가 결론적으로 추천한 것은 148만 원짜리 정규반 코스. 부담스러운 가격인데도 그는 주문을 독촉하는 홈쇼핑 호스트처럼 등록을 부추겼다. 3일 뒤 무료로 강의 하나를 열어줄 테니 그날 다시 와서 바로 등록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민은 시간 낭비”라고 했다.
정수민(23·여) 씨는 2016년 1학기에 스페인으로 교환학생 겸 어학연수를 갈 예정이다. 그런데 정씨가 찾은 강남의 한 취업학원 상담원은 스페인행을 적극 만류했다. “지금 외국 갈 때가 아니다. 당장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씨가 “스페인어를 배워오면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냐”고 하자 상담원은 “스페인어가 플러스가 되는 것보단 다른 취준생들이 그사이 치고 올라오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상담원은 상담 내내 ‘자칫하면 떨어진다’는 네거티브 설명만 했다고 한다. 상담원은 “면접에서 평이하게 대답하면 면접관이 관심을 갖지 않고, 그러면 질문이 안 들어가고, 안 들어가면 그냥 떨어지는 거죠”라며 자소서, 면접, 목소리까지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격은 100만 원, 110만 원, 160만 원. 정씨가 단과반에 대해 물어도 그는 한사코 가장 비싼 정규반을 강권했다. 그러더니 막판엔 비장의 카드인 ‘할인’을 꺼내 들었다. 정씨는  “취준생의 처지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비싼 강의만 들이 밀더라”고 했다.
서울의 한 경찰공무원 기숙학원. 경찰대 진학도 아니고 일반 경찰채용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기숙학원까지 다녀야 하나 싶지만, 학원 측은 “기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경찰공무원의 경우 준비기간은 ‘빨라도 1년’이 정설이라고 하는데, 이 학원 상담원은 3개월 만에 합격한 사례를 보여주며 “보통 6개월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1년이 넘어가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기숙을 하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다는 듯 입소를 권유했다. 통학하는 취준생들은 뒤로 갈수록 지각과 결석이 잦아진다고 했다.
“그냥 학원 통학하는 애들은 준비기간이 늘어지죠. 그러다가 학원 친구들이랑 친해져서 PC방에 게임하러 가기 시작해요. 그럼 골로 가는 거죠. 공부는 무슨 공부….” 월 100만 원의 비용에 대해선 “비싸도 빡세게 6개월 안에 끝내는 것이 낫다”고 했다.  
서울의 또 다른 경찰준비생 기숙학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상담원은 “혼자 준비하면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다”며 겁을 줬다. “일단 기숙으로 시작해 틀을 잡은 다음에 나가서 혼자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입시 사교육 → 취업 사교육

많은 취준생은 대학입시를 위해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취업을 위한 사교육’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입시 사교육’에서 ‘취업 사교육’으로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취준생에게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준다.
취업학원의 고액 강의가 취업을 보장해줄까. 이에 대한 취준생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취준생이 많이 찾는 S 인터넷 카페엔 취업학원의 강의 효과와 관련해 “들을 필요 없다” “돈만 밝힌다” “차라리 취준생들끼리 하는 스터디 그룹이 낫다” 같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반면, “취업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게 해준다” “면접 능력이나 자기소개서 작성 능력을 단기간에 향상시켜준다” 같은 의견도 있었다.
한 취업준비학원 관계자는 “소수 취업학원에서 강의를 권하는 방식이나 수강료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다수 학원은 취업 시장을 분석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강의를 개설한다”고 해명했다.
고려대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많은 취준생이 취업학원을 찾는 이유에 대해 “불안감 때문이다. 또한 ‘사교육이 앞서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책과 관련해, 그는 “각 대학의 경력개발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기업이나 노동부와 연계가 잘돼 있어 정보가 빠르고 전문성도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취업 시즌은 끝났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취준생들은 별수 없이 다음 시즌을 기다리며 이 겨울을 보낸다. 학원가에는 ‘2016 상반기 대기업 취업&인턴 뽀개기’ ‘2015 서류탈락 원인+2016 상반기 취업전략’ 문구가 펄럭인다.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수강생들이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박채영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lupins@korea.ac.kr 
김명교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mgkcreative@korea.ac.kr




신동아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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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영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김명교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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