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새누리당 당권주자 출사표

“슈스케 방식으로 與 대선후보 뽑자”

친박(親朴) 이·정·현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6-07-20 11:01:08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반기문에 특혜 주기 어려워
    • 남경필·원희룡 대선 참여해야
    • ‘호남 당 대표’로 총선 패배 치유를
    • 비박-친박, 고 투게더(go together)
    8월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된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이정현 의원(3선, 전남 순천)이 당 대표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KBS 보도국장과의 통화 녹취록 파문으로 이슈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그를 밀도 있게 인터뷰했다.

    ▼ 요즘 뉴스를 통해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이정현 의원 관련 기사를 써야 하거든요.

    “아따, 뭘 또 죽이려고….”

    “아따, 뭘 또 죽이려고…”

    ▼ 총선 이야기부터 할까요. 초반 열세 예상을 뒤엎고 전남 순천에서 당선됐는데요.



    “22년 동안 호남에서 출마했어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다 마침내 연달아 뜻을 이룬 거죠. 저 특유의 고집입니다. 호남에서 우리 당의 경쟁력을 회복시켰고 지역주의에 변화를 불러왔어요.”

    ▼ 한 번은 몰라도 두 번 된 데엔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14년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 때 ‘의과대학 유치’를 공약으로 걸었어요. 법적 제약 탓에 호남 텃밭의 야당이 수십 년 동안 엄두도 못 낸 일이죠.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1년 8개월 동안 물심양면 노력했어요.

    마침내 국립보건의과대학 및 부속병원을 설립하는 법안을 냈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법안에 따라 의대와 병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낙후지역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는 공공의료 인력을 국가 장학금으로 양성하는 구조입니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저는 약속을 지켰고 순천시민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봐요. 여기에 더해 밤낮없이 민생 현장을 누볐어요. 시민들은 자전거, 점퍼, 막걸리, 마을회관, 이장집, 광장토크…이런 이미지로 저를 기억하죠.”

    ▼ 본인이 당 대표에 적임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적진에서 두 번 살아와서?

    “저는 국민을 섬기는 투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인내를 갖고 독하게 일관되게 이를 실천하는 ‘깡’이 있어요. 4선, 5선 같은 숫자보다 중요한 덕목이죠. 33년 전 당에 들어왔어요. 사무처 직원, 비서관…이렇게 정치의 바닥에서 출발해 비례대표 의원이 됐어요. 호남에서 두 번 당선됐어요. 당 최고위원을 두 번 지냈어요. 현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으로 국정 전반을 다뤄봤어요. 이런 건 작은 경험이 아닙니다. 어떤 자세와 정신으로 살아왔느냐, 어떤 경험을 해왔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큰 뉴스 거리죠”

    ▼ 호남 지역구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가 된다면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네요.   

    “그렇게 되면 큰 뉴스 거리죠.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겠죠. 총선 패배의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어요. 새누리당은 전국 정당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호감을 가질 것이고,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올라갈 겁니다. 통합이나 화합의 명분을 확보하는 거죠. 우리 당은 내년 대선을 향한 새로운 꿈을 키울 수 있을 거고요.”

    2014년 세월호 사건 때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시곤 당시 KBS 보도본부장에게 전화해 이 방송사의 해양경찰 비판 뉴스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이 최근 공개됐다. 야당은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 녹취록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이나 당원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내에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언론의 협조를 구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청와대 홍보수석의 역할이고, 그 전화 통화는 그 역할의 일환이었죠. 그 일을 경제수석이나 문화수석이나 복지수석이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런 사정을 당에서 이해하는 것으로 압니다.”  

    ▼ 야당은 “언론자유를 침해했으니 당 대표에 출마해선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어디까지나 야당의 주장이고…. 저도 야당에 대해 콩이야 팥이야 할 말이 많습니다만…. 그 문제는 세월호 사건의 본질도 아니었어요.”

    ▼ 언론자유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저는 언론을 ‘제4부’로 인정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언론에 개방적이고 적극적입니다.”



    ▼ 그런데 역대 새누리당 대표는 언론 친화적으로 비치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 대표가 되면 기자들의 질문에 잘 대답할 건가요.


    “당 대표가 된다면 저는 매일 기자들과 별도의 대화 시간을 가질 겁니다.”

    ▼ 매일 기자간담회를 한다?

    “2012년 대선 때 선대위 공보단장으로서 ‘기자 사랑방’을 운영했고,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엔 거의 매일 아침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현안에 대해 설명했어요. 새로 선출되는 새누리당 대표는 매일 기자들에게 (당이) 돌아가는 상황이나 어떤 입장을 말해줘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부족하면 추측성 기사, 오보, 과장된 기사가 나올 개연성이 높아지죠.

    제가 대표가 되면 ‘이건 제 실명을 인용해도 된다’ ‘이건 오프 더 레코드(한시적 보도유예)다’ ‘이건 익명으로 처리해달라’…이런 식으로 구분은 짓더라도 각 언론사 기자와 데스크가 정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브리핑해드릴 겁니다.”  



    “망치로 깨부수겠다”

    ▼ 청와대와의 관계는 새누리당 내에서 항상 이슈인데요. ‘수평적 당청(黨靑)관계냐, 수직적 당청관계냐’ 이런 걸로 말이 많죠.

    “저로 말하자면 대통령과 가까우니 ‘예스맨’이 되지 않겠냐고들 합니다. 수직적 관계가 더 심해진다는 거죠. 저는 정반대로 이야기하죠. 불통은 친근감이 부족한 데에서 발생합니다. 저는 어느 누구보다 대통령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므로 대통령의 말을 잘 들을 수 있고 대통령에게 잘 말할 수 있어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전임 김무성 대표 때는 국회법 파동이라든지, 하여튼 당청관계가 좀 시끄러웠죠.  

    “그런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서로 인식을 교환하는 겁니다. 그러면 문제가 쉽게 해결됩니다.”

    이 의원은 “계파정치의 폐단을 망치로 깨부수겠다”고 말한다. “그럴 듯한 말로 때우고 어영부영 넘어가선 당도 나라도 버텨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가 존재하지 않는 듯 계파 자체를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계파정치는 늘 있었습니다. 야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진 것도 계파정치 때문이죠. 새누리당에 대해서만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고요. 계파는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긍정적 에너지를 낼 수 있어요. 막연한 증오, 배제, 배척, 이런 백해무익한 것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 백해무익한 것을 어떻게 줄이죠?

    “양 계파가 모두 동의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함께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민생 같은 거죠.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모든 의원을 현장에 투입해 확인하고 경청하도록 할 겁니다. 정부와 협의해 민원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도록 할 겁니다. 저는 이것을 고 투게더(go together), 두 투게더(do together)라고 하죠. 비박근혜계는 친이명박계에 뿌리를 두고 있죠. 이명박·박근혜 두 분이 대통령에 오른 이상 그분들과 정치적 순장(殉葬)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닌 이상 앞으로 굳이 계파를 나눠 끝간 데 없이 싸울 이유가 없다, 이 말이죠.”



    “계산되고 조정되면 안 돼”

    ▼ 당의 총선 패배 이후 특히 친박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높은 편인데요.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습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든 오해가 있든, 뭐든 있는 겁니다. 그러나 그게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나 우리 당의 우선순위는 아니죠. ‘저쪽 사람은 안 돼’라고 하는 순간 이쪽과 저쪽으로 분열하는 것이죠.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은 이런 걸 조장하면 안 된다고 봐요. 계파는 자기편 사람들에게 공천이나 당직을 주는 것을 전제로 하죠. 저는 사람들에게 신세 지지 않기 위해 캠프 사무실도 내지 않고 도와달라는 전화도 하지 않아요. 배낭 메고 다니면서 국민과 당원을 직접 상대합니다.”  

    ▼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의 당 대표 출마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후보든, 당 대표 후보든 출마하고 싶은 사람은 다 출마해야 한다고 봐요. 왜 출마하는지에 대해 당원과 국민을 설득해 선택받으면 되는 거죠. 계산되고 조정되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어요.”

    야권엔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지지율이 높은 대선주자가 존재한다. 반면 새누리당엔 뚜렷하게 치고 올라오는 주자가 없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런 점이 기회”라고 말한다. “어떤 유력 주자가 있어 그쪽으로 쏠리기보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즉 슈스케 방식으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거론되는 대선주자들 외에 국정을 맡을 만한 최고전문가들을 별도로 모시는 겁니다. 11~13명이 전국 순회 경선을 벌이는 거죠. 격렬한 토론을 통해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으면서 순차적으로 탈락합니다. 2~3명으로 좁혀지면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가 결정되는 거죠.”

    ▼ 남경필(경기지사), 원희룡(제주지사)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안철수 조금 식상”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당 대선후보 감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죠. 반 총장도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뜻이 있다면 12월 총장 임기 마친 후 참여할 수 있나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특혜는 없어요. 토론에 참여해야 하죠. 경선에 참여하는 이들은 정치인의 언어가 아닌 국민의 언어로 말하게 될 겁니다. 이미 정해진 문재인·안철수를 능가할 거라고 봐요. 두 분은 조금 식상하죠. 기존의 구태 정치에 찌든 후보, 예측 가능한 후보보다는 참신한 지도자가 선택받는 게 세계적 추세죠.”  

    이정현 의원은 새로운 당 대표 선출을 계기로 당이 국민에게 다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진심이면 통한다. 이것을 보여준 스토리가 내겐 있다”고 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