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새누리당 당권주자 출사표

“계파대결 전당대회는 反혁신”

반박(半朴) 이·주·영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6-07-20 11: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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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사의 傾聽 자세로 갈등 풀고 싶다
    • 세월호 참사, 정부 책임 크다…죄인 된 심정
    • 반기문 유엔 결의 위반 별문제 안돼
    • 이원집정부제, 우리 현실에 안 맞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5선, 경남 창원 마산·합포)은 “판사 시절부터 체득한, 경청하는 자세로 고질적인 친박-비박 계파 갈등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여러 여야 의원이 희망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분주히 오가는 그의 여의도 경선 캠프에서 1시간 남짓 그를 만났다.

    ▼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머리와 수염을 깎지 않은 채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책임이 컸죠. 특히 해양수산부 장관이 제일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어요. 죄인 된 심정으로 수습한다고 했는데…. 어쨌든 유족들의 슬픔을 함께하면서, 그분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을 늘 경청하면서 잘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그런 과정이었어요. 앞으로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아홉 분을 찾아내고, 미뤄온 합동영결식을 거행해 하늘로 잘 보내드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밤 10시 넘게 재판 이어져

    ▼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뒤 정계에 진출했는데, 판사 출신이라 여느 의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판사 시절에 참 많이 들었어요. 몇몇 판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말이 길어지면 중간에 끊습니다. 저는 민사, 형사, 행정, 가사 재판을 두루 맡았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게 해줬어요. 그래서 제가 진행한 재판은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였죠. 이런 점에 저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정치에 와서도 저는 경청하는 자세를 이어갔어요. 당 정책위의장 두 번 하는 동안 각계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였고. 이번에 당 대표가 되어도 그렇게 할 거예요. 잘 듣는 것에서 소통이 시작됩니다.”

    ▼ 어떤 당선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진실하게 살아오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당 대표가 되는 사람은 무엇보다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죠. 이런 점을 호소하려고 해요.”

    이주영 의원은 “당 대표가 되어 틀을 깨고 판을 바꾸고 당을 혁신하고 싶다”고 말한다. 당을 혁신하지 않으면 재집권 희망이 없기 때문이란다. 이어 그는 “혁신에는 고통이 따른다.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고 개인적 욕망을 추구하는 것도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을 혁신해야 합니까.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계파 이익에 매몰되는 행태’죠. 우리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행동했고, 많은 국민이 우리에게 눈살을 찌푸렸어요. 여기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있어야 해요. 아니, 이런 식으로 우리끼리 싸워서 국민이 등 돌리고 심지어 당원까지 등 돌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계파를 해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죠. 다만 패권 추구, 이익 추구, 자기들만의 욕망 추구…이런 걸 청산하자는 거죠. 이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계파 대결 프레임을 넘어서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혁신에 반하는 것이죠. 많은 국민이 등을 돌릴 겁니다.”



    “민심의 험한 바다 위에서…”

    ▼ 본인을 계파 청산의 적임자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격돌한 2007년 대선 경선 때 제가 경선을 관리했어요.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았죠.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저를 중용했어요. 전략, 정책 홍보, 인재 영입까지 총괄 책임지는 대선기획단장을 맡겼죠. 이어 대통령이 된 후엔 저를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했어요.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저를 친박계로 보고, 저 역시 부정하지 않죠. 박근혜 정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돕는 것은 저의 사명이죠.

    저는 이렇게 친박계로 불리지만, 지금까지 계파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삼가왔어요. 패권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이런 태도를 견지한 제가 ‘계파를 뛰어넘어 화합을 이루자’고 하면, 아마 비박계든 친박계든 거부감을 덜 느낄 겁니다. ‘이주영 정도면 무난하게 할 수 있다’고 인정해줄 것 같아요.”

    ▼ 이 의원이 주장하는 ‘당(黨)·정(政)·청(靑) 일체론’은 어떤 의미입니까.  

    “당·청 관계를 ‘수평적 관계냐 수직적 관계냐’로 경직되게 볼 필요는 없어요. 어떤 땐 청와대가 주도해야 하고, 어떤 땐 당이 민심을 더 반영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상호 이해의 토대 위에서 조화롭게 하면 되죠. 당·정·청은 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심의 험한 바다 위에서 국가가 순항할 수 있게. 잘 경청하고 잘 소통하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가능한 일이겠죠.”

    ▼ 친박계 서청원 의원은 출마해선 안 된다고 몇몇 의원이 말하는데요. 서 의원의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서 의원은 두 차례 당 대표를 역임했어요. 지도력, 경륜이 탁월한 우리 당의 원로죠. 이번에도 당 대표를 맡을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들은 계파 대결 구도로 안 치러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계파 싸움이 되면 우리 국민이 총선 공천 때 봤던 싸움을 반복하는 거죠. 국민이 ‘정신 차려라’ ‘그런 꼴 안 보게 해달라’고 한 건데요. 서 의원은 친박계의 좌장으로 평가되므로 그가 출마하면 계파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지죠.”

    ▼ 친박계 후보 단일화 역시….



    “저는 일관되게 ‘이번엔 계파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친박계와 비박계로 각각 단일화해 계파 대결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 당 일각에선 ‘비박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피곤해질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런 주장이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되겠죠.” 



    ▼ 박근혜 정부가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경제와 안보인데, 경제는 세계 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아 어렵고, 거기에다 중국이 맹추격을 해오고 있죠. 조선업도 그 영향을 받고 있고요. 일자리가 기대하는 만큼 늘지 않기 때문에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서비스산업 발전법이라든지 노동개혁 입법을 추진하는데 야당이 입법에 협조를 안 하죠.

    안보 측면에선 북한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을 지속하고 있어요.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단행됐어요. 사드 배치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외교에 어려움을 주고 있죠.”  



    “김무성 지지율 회복”

    새누리당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낮은 것과 관련해 이 의원은 “초반 지지율이 끝까지 간다는 보장이 없다. 1년 5개월 남은 상황이니 출렁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처지는 건 총선 결과와 연계된 측면이 있다. 총선에서 지다 보니 전반적으로 침체됐다”고 설명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그렇지 않나. 1등 달리다가 총선 이후 많이 떨어졌다.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다”고도 했다.  

    ▼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율도?

    “올라갈 수 있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같은 분도 영입해야겠죠. 당이 제대로 혁신하고 계파 문제를 불식하면 그분이 올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겁니다. 그분 처지에서, 새누리당에 희망이 보여야 들어오지, 싸움으로 점철하면서 추락하면 안 들어오죠. 훌륭한 외부 인사가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우리가 만들어야 해요. 이것도 이번 전당대회의 중요한 일이에요.”

    ▼ 반 총장의 자질은 어떻다고 봅니까.

    “그분의 지지율은 야권의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습니까.”

    ▼ 사무총장 퇴임 직후 국가 공무를 맡으면 유엔 결의에 어긋난다고 합니다. 법률가로서 어떻게 보나요.

    “그건 권고사항이라고 하니까요. 참고는 해야겠지만 거기에 다 얽매여선 안 될 것 같은데요.”

    국회의장을 비롯한 많은 의원은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 필요성을 주장한다. 야당이 이런 주장을 비교적 강하게 펴고 있고, 여당의 친박계와 비박계 일부 의원들도 동조한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직선제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되는 총리에게로 분산하는 통치 형태다.  

    ▼ 요즘 정치권에서 개헌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개헌에 대해 제가 연구를 많이 한 편이거든요. 18대 국회 때부터 쟁점들을 두루 살펴봤어요. 2000페이지에 달하는 책도 냈고.”

    ▼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리 실정에서 실현 가능한 개헌안은 현행 대통령책임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 임기와 맞춰 4년 중임제로 하는 안입니다.”

    ▼ 상당수 의원이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것 같은데요.

    “투톱 체제인데, 그건 우리 현실에 잘 안 맞을 거예요. 대통령과 총리 투톱이 항상 마음을 하나로 합하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소속 정당이 다르면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당이라도 개인적 편차에 의해 갈등이 생기게 돼 있어요. 이원집정부제를 시행하는 몽골이 대표적 사례죠. 몽골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대통령책임제를 연구하고 있죠. 이원집정부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니 이론상으론 좋아 보여요. 그러나 저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부 체제라고 봐요.”



    경제민주화의 달콤한 추억

    ▼ 가끔 ‘선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1, 2년마다 큰 선거를 치러요. 여기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과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4년 중임제로 개헌할 때 대통령 임기의 시작과 국회의원 임기의 시작을 같은 날로 맞추면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를 수 있어요. 그러려면 바뀐 헌법의 적용을 받는 첫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거나 첫 국회의원의 임기를 줄여야겠죠.”

    이 의원은 새누리당에는 달콤했던 ‘2012 경제민주화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그는 “2012년 총선 때 내가 정책위의장으로서 감세 중단, 복지 확대, 보육 지원을 내걸었다. 경제민주화를 당 정강정책의 세 번째에 집어넣었다. 그해 총선·대선을 다 이겼다. 당은 이때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예의 부드러운 어조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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