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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정치혁명 아이콘? 정치적 이단?

이탈리아 ‘오성(五星)운동’의 역설

  • 김종법 | 대전대 글로벌융합창의학부 교수 utikim@daum.net

정치혁명 아이콘? 정치적 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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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유권자!

정치혁명 아이콘?  정치적 이단?

정리 : 김종법 교수

오성운동이 정치적 목표로 내세운 5개의 별은 물, 환경, 운송, 에너지, 발전을 의미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지키고 정치 참여의 영역을 설정하려 한 것이다. 오성운동은 2010년 5개 주와 10개 코무네(Comune, 한국의 2~3개 군(郡)을 합쳐놓은 수준의 지방자치 조직)의 선거에 후보자를 내고 전국적 선거에 참여했다. 후보자 득표율은 5~7%, 정당 득표율은 2~5%에 그쳤지만 전국 정당화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선거였다. 이러한 출발은 이어지는 총선과 유럽의회 선거 등에서 오성운동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하면서 이탈리아 국민과 유럽인에게 집권 정당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성운동이 표방하는 정치혁명의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기성 정당정치에 반대하는 반(反)정당주의, 그리고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한 유권자의 직접 참여다. 이러한 기치를 내건 것은 기존 이탈리아 정치의 부패 구조, 정치 관료주의 및 후견인주의라는 오랜 정치·사회적 특징에 기인한다. 정치적 후견인을 중심으로 중앙 정치와 지방 정치조직이 연결되고, 마피아와 같은 범죄조직이 정치와 연결되며, 권위적 관료주의와 특권적 기성 정당들이 정치권력의 기본 질서를 구성하는 구조는 국민의 정치 개혁과 부패 청산 열망을 외면해왔다.

이 때문에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이 발달한 정치 환경 변화를 제대로 파악한 그릴로의 새로운 정치 방식은 유권자로부터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오성운동은 새로운 정치적 혁명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오성운동이 추구하는 두 가지 전략과 다양한 영역의 세부 전략이 기성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것과 확연히 다른 혁명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실천하는 지도자와 운동 방식이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냈기에 유권자들이 응답한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릴로는 한국의 교육 방식, 그리고 초등학생까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보고 이를 2013년 이탈리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을 만큼 다소 황당하고 즉흥적인 성격이기도 하다. 반(反)유럽통합 정책, 이탈리아를 유럽연합(EU)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정책 방향 등으로 인해 오성운동이 이탈리아 내부에서 집권정당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에선 말 그대로 정치혁명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이탈리아 4대 도시 중 가장 큰 상징성을 지닌 로마와 토리노 시장선거에서 오성운동의 30대 여성 후보들이 당선된 것은 이탈리아 국민이 바라는 정치 개혁 열망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기적 사건이 이탈리아 국민이 원하는 정치 개혁, 나아가 기존의 부패한 정치 질서와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정치혁명으로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정치혁명 아이콘?  정치적 이단?

오성운동 소속으로 토리노 시장에 당선된 키아라 아펜디노(가운데).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오성운동이 궁극적으로 정치혁명에 준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 사회질서와 정치·경제적 구조까지 바꿔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로마와 토리노에서의 승리가 갖는 상징성이 크긴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오성운동의 선거구별 득표수나 득표율은 2013년 총선과 큰 차이가 없거나 되레 감소한 곳도 있다. 보다 정교하고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기존 정당체계 및 구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점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장 큰 문제는 오성운동 부대표가 그릴로의 조카 엔리코 그릴로라는 사실이다. 친인척이 정당 설립이나 조직에 관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치가 오랫동안 그러한 폐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성 정치와 다를 게 뭐냐는 비판을 살 만하다.

주요 정책 기조가 현재 이탈리아가 추구하는 방향과 사뭇 다르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이탈리아 정치가 불신받는 것이 정책 기조나 방향 때문이라기보다 무능한 운영 주체들과 부패한 정치·사회 구조에 기인하는 점을 고려하면, 오성운동이 표방하는 포퓰리즘이나 유럽통합 회의주의가 이탈리아 정치 개혁과 구조 변화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지 비관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더욱이 토리노에서 아펜디노의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극우정당인 북부동맹(NL)이라는 점은 오성운동의 정체성을 의심케 할 수 있다. 아펜디노는 1차 투표에선 외무장관 출신의 피에로 파시노(민주당)에게 크게 뒤졌지만, 결선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북부동맹의 지지세를 끌어들여 승리했다. 기성 정당의 도움, 그것도 신(新)나치즘적 요소를 지닌 극우정당의 도움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이 기존 질서와 정당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오성운동의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관해 근본적 회의를 낳을 수밖에 없다.





신동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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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법 | 대전대 글로벌융합창의학부 교수 uti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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