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특집 | ‘김해新공항’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그간 ‘확장안’ 못 낸 건 ‘사고 경직’ 탓”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인터뷰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6-07-25 17: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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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적 후폭풍 고려’는 통역 잘못
    • ADPi 용역보고서 투명하게 공개
    • 강남 재건축 과열…면밀히 모니터링
    • 7대 新산업은 미래 경제성장 동력
    • 파나마·칠레 출장, ‘도피성’ 아니다
    6월 21일, 현 김해공항을 신공항급으로 격상하는 ‘김해 신공항 건설안’이 발표되면서 10년을 끌어온 영남권 신공항 논란이 일단락됐다.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 중 부산·경남·울산지역은 일찌감치 발표 결과를 수용했다. 7월 1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새누리당 소속 지역구 의원들이 정부 결정에 ‘불복(不服) 성명’을 내는 등 한동안 거셌던 대구지역 반발도 수그러들었다. “대구공항 존치와 K2공군기지 이전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던 대구 민심이 7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공항-K2공군기지 통합이전 추진을 지시함으로써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 되레 경북지역 일부 시·군은 벌써부터 새 대구공항 유치전으로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신공항 사업 주무부처 수장(首長)인 강호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의 속내는 어떨까. 강 장관은 김해 신공항 발표 사흘 뒤인 6월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발표 이후의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곧바로 6월 25일 출국해 파나마, 칠레를 방문했다가 7월 4일 귀국했다. 해외 출장 중 ‘신동아’ 인터뷰 제의를 받은 그는 일주일 만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수그러든 지역 반발

    7월 8일 강 장관을 만나 김해 신공항 사업을 비롯한 국토부 정책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구 출신인 강 장관은 “어서 오이소!”라며 반기면서도 한때 반발이 드셌던 고향 민심을 의식한 듯, “신공항 이슈는 좀 덮어두는 게 좋은데”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 앞으로 신공항 사업 추진 절차 및 일정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7월 중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한다. 그게 끝나는 대로 내년 상반기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가 속도를 낼 것이다. 설계는 2019년 초, 착공 시기는 2021년 초다. 김해공항 항공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해 2023년경부터는 혼잡이 가중될 것이라는 수요 예측치를 감안하면 조속히 신공항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 개항 시점을 가급적 2025년 이전으로 최대한 앞당겨보려 한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 정부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연구용역을 맡긴 명분은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것 외에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였다.

    ▼ 용역 결과에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했다는 데 대해 뒷말이 적지 않다.

    “신공항 발표 당시 ‘Political Challenges’라는 문구를 통역 과정에서 ‘정치적 후폭풍’으로 표현해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결정쯤으로 오해하게 된 것이다. ADPi가 검토한 ‘Legal/Politcal Challenges’라는 항목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각종 법령이나 사회적 장애요인을 뜻하는 것이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다는 뜻이 아니다. 또한 이 항목이 전체 배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00점 중 10점, 즉 1%에 불과하다. 결과 발표 과정에서 통역 등 진행상의 매끄럽지 못한 내용 전달로 발생한 오해인  만큼,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

    ▼ 추후 영남권 5개 지자체와의 협의는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

    “김해 신공항 결정 이유를 각 지역에 충분히 설명하고, ADPi 용역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용역 결과에 대한 오해를 남기지 않으려 한다. 건설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관계 지자체와 긴밀히 협조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도 사업계획에 반영해 명실상부한 영남지역 거점 공항으로 건설할 것이며, 공항 건설에 따른 주민 피해도 최소화하겠다. 신공항 접근 교통시설도 대폭 확충해 영남 전체 주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고충이 컸을 듯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선 크고 작은 고충이 늘 뒤따른다. 그럼에도 영남권 신공항은 지역 간 이해(利害)가 상충하고 오랜 이슈인 만큼, 검토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이 적잖았다. 특히 국가 중요 정책을 외국 기관에 맡겨 책임지우고 결정케 한다는 비판에 대해 국토부를 책임진 장관으로서, 한 사람의 공무원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만, 이는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지자체 간 합의 내용에 따라 용역 시행 절차와 결과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또한 결과적으로는 그간 수차례 검토된 김해공항 확장 방안에 대해 외국 전문가의 시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최적의 대안을 찾아낸 값진 기회가 됐다고 판단한다.”

    ▼ 왜 예전엔 이번과 같은 김해공항 확장안을 최종안으로 결정하지 못했을까.

    “‘사고의 경직’ 탓 아닐까 싶다. 넘쳐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려면 경남 밀양이든, 부산 가덕도든, 현 김해공항이든 어차피 활주로를 더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김해공항 영역 밖의 땅도 고려해 여러모로 자유롭게 검토했어야 하는데, 자꾸만 기존 김해공항 영역과 다른 지역을 놓고 검토해야 한다는 좁은 발상에 매몰된 나머지 그랬던 것 같다.”



    ▼ 지난 1월 업무계획을 통해 발표한 국토교통분야 ‘7대 신(新)산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미래 경제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7대 신산업 육성을 위해 기술 연구개발(R&D) 지원, 시범사업 확대 및 사업모델 발굴, 전문인력 양성, 법령 정비 등 인프라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규제 개혁(법령 정비)과 시범사업부터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자율주행차·드론(무인기) 규제 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해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고, 스마트시티·리츠 활성화를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 중이다. 드론 비행구역 확대 및 공공 실증사업, 자율주행차 실도로 시험운행 실시, 해수 담수화 플랜트 선도사업(대산산업단지) 등 시범사업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 같은 경우 무엇보다 안전성이 관건일 텐데. 상용화 이후 혹시 추락사고라도 나면….

    “그거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아닌가. 열차도 일반 차량도…. 인터넷과 PC 보급이 일반화했는데, 해킹 피해가 발생한다고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드론은 새로운 기술이고 산업이기에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정확성 등 여러 측면을 충분히 검토하고 실증해보겠다는 것이다.”



    2020년 고속도로 자율주행

    자율주행차 산업 육성은 국토부가 7대 신산업 중에서도 특히 역점을 둔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테슬라사(社) 전기차의 운전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미국 연방도로안전청의 자율주행 5단계 기준은 비자동화인 0단계, 단독기능 자동화인 1단계, 시스템 복합화인 2단계, 조건부 완전 자율주행 자동화인 3단계, 완전자율주행의 4단계로 나뉜다.

    ▼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수준과 상용화 시기는.


    “자율주행 5단계 기준 중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는 2단계에 해당하는 운전자 지원 기능까지 상용화돼 있다. 즉, 운전자가 눈을 떼지 않는 상황에서 평면 교차로나 보행자가 없는 고속도로 환경의 차량이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 차로를 따라 운행할 수 있는 상태다. 이번 테슬라사 사고에서 보듯,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차량에 운전을 전적으로 맡기기엔 부족하며, 운전자가 전방 상황을 주시하고 필요하면 직접 운전해야 한다. 3단계부터는 고속도로 등 제한된 상황에서 운전자가 눈을 뗄 수 있는 정도의 기술 수준이다. 국토부는 2020년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3대 안전성(주행/고장, 통신보안, 차량-운전자 간 제어권 전환)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 7대 신산업 중 ‘스마트시티’는 7월 7일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활성화 대책 안건으로 선정될 만큼 정부가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인데.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도시개발 노하우, 경쟁력 있는 요소기술, 관련 법·제도 및 문화를 결합한 ‘한국형 스마트시티(K-Smart City)’ 모델로 패키지화해 민관 협업 기반으로 동반 진출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 수요가 크게 늘고, 개발도상국이 단기간 내 신도시 조성과 높은 도시화를 달성한 우리나라 도시개발 모델을 선호하는 점 등을 고려해 유망 수출전략 상품으로 적극 육성하려는 게 이번 방안의 목적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600억 달러 안팎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는 등 해외 건설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저유가 장기화,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건설업계 수주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시티’

    ▼ 위기 극복 대책이라면.

    “중동 플랜트 도급사업 위주의 수주 전략에서 벗어나 투자개발형 사업 등 진출 방식을 다양화하도록 사업 발굴, 금융 역량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업 발굴을 위해선 정부 간 협력으로 안정적인 사업 여건을 조성하고 상대국 수요에 맞는 사업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와 신흥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 역량 면에선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과 같은 국내 금융기관뿐 아니라 다자개발은행(MDB)과도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다.”

    ▼ 6월 25일~7월 4일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장으로 파나마, 칠레 등 중남미 지역을 방문했는데.

    “대통령 특사로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식에 참석했고, 파나마 대통령 예방, 공공사업부 장관과 송전공사 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우리 기업의 파나마 인프라 시장 진출을 지원했다. 파나마 대통령이 우리 기업들을 직접 거명하며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파나마 외교차관을 단장으로 한 대(對)파나마 투자 포럼 개최를 제안하는 등 우리 기업과의 협력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칠레에선 태평양동맹-옵서버 국가 장관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했고, 칠레 공공사업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수자원 분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제도·기술·경제적 협력체계를 마련했으며 유수율 제고, 담수화 등 사업화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 일각에선 신공항 입지 결정 후폭풍을 피하려는 ‘도피성’ 해외출장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파나마 운하 확장 건은 해운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고.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인가.

    “한 달 전 예정된 일정이었고 대통령 지시로 국가를 대표해 갔다 온 건데, 왜 도피성인가.”

    인터뷰 후 강 장관은 “나도 대구 사람인데 (김해 신공항 결정으로 인해) 고향에 내려가기 힘들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사흘 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대구공항-K2공군기지 통합이전 지시가 내려졌다. 강 장관이 고향을 찾지 못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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