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심층 리포트

“부장이 노래방 좋아하면 평검사는 탬버린 잘 쳐야”

간부 검사들의 모럴 해저드

  • 특별취재팀

    입력2016-07-25 18: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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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 태도 나빠도 좌천…검찰 조직이 자살 불러”
    • “간부들 꼰대질에 조직 와해될 판”
    • ‘진경준 구속’으로 여론 전환?
    전·현직 간부 검사의 잇따른 추문에 검찰 내부도 들끓고 있다.

    부장검사는 부하 검사를 학대해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은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에 휩싸여 있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구속)는 전관예우로 100억 원 넘게 긁어모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간부들의 꼰대질에 검찰 조직이 와해될 판”이라고 한탄한다.  

    대검찰청은 120억 원 ‘주식 대박’진경준 검사장(21기) 사건에 대해 특임검사를 지명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검사들 입에서 나온 반응은 한 가지다. “처벌할 수 있는 혐의를 기존 수사팀이 새로 찾아낸 것 같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진경준 사건의 수사팀장(특임검사)으로 이금로 인천지검장(20기)을 택했다.

    이 지검장은 기획, 공안, 특수수사를 고루 거친 인물로 꼽힌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무적 판단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검찰총장은 진경준 사건이 검찰 조직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수사 결과’를 낼 줄 아는 이 지검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첫 검사장급 특임검사인데, 진경준 사건은 원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가 수사 중이었다. 특임검사에게 넘긴 건 ‘엄정하게 수사했다’는 대내외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 비리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검찰이 내놓는 고육지책이 특임검사 제도다. 2010년 스폰서 검사 논란 때 도입된 뒤로 벤츠 여검사 사건, 조희팔 뇌물 검사 사건까지 세 번 시행됐다. 모두 피의자를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한 검사는 “거꾸로 말하면, 혐의를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한다. 이번 특임검사 지명 역시 ‘기소’를 끌어낼 혐의를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경준 검사장은 비상장 넥슨 주식에 투자한 뒤 어마어마한 시세 차익을 남겼다. 특임검사팀은 7월 14일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그를 긴급체포했다.

    여기엔 김정주 NXT(넥슨 창업주) 회장의 진술이 크게 작용했다. 김 회장은 검찰에서 “진 검사장에게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매입자금 4억2500만 원을 그냥 주고 이후 120억 원대 차익을 누리게 했다”고 진술했다. 김 회장은 이렇게 해준 이유에 대해 “진 검사장이 향후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건넨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진 검사장은 자수서에서 “돈을 받았지만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은 없다”고 부인했다.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은 서울대 동창으로 친한 사이라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2006년 넥슨재팬 주식으로 교환했는데 이는 넥슨재팬의 일본 증시 상장을 예상한 특혜로 비쳐지고 있다. 이후 진 검사장은 이 주식을 매도해 120억 원 대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외에도 그는 2008년 넥슨 법인 리스 차량인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로 제공받고도 재산신고에 누락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넥슨과 진 검사장 간의 이러한 일련의 거래 과정이 ‘하나의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경우 2008년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하면 10년으로 제한되는 뇌물죄 공소시효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론도 “진 검사장이 주식으로 번 돈을 모두 몰수해 검찰비리를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특임검사는 구속을 전제”

    경북 지역 한 부장 검사는 “특임검사를 지명했다는 것 자체가 구속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한때는 한 식구였지만 이젠 조직에 부담만 되는 진 검사장을 어떻게든 구속하려고 사방에서 그를 옥죈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 사건을 놓고 박탈감을 토로하는 검사가 많다. 한 검사는 “일에 치여 주가가 올라가는지 떨어지는지도 모르고 산다. 120억 대박 얘기에 허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자부심 하나로 일하는데, 주변에선 진 검사장이나 홍만표 변호사처럼 버는 줄 안다”고 덧붙였다. 친인척 명의 회사를 통해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진 검사장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는 검사가 늘고 있다.



    “일단 ‘죽었다’ 생각”

    과천(법무부)에서 진 검사장(법무부 전 출입국관리본부장)이 대형 사고를 쳤다면, 목동(서울남부지검)에선 김모 부장검사가 검찰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김 부장검사가 자살한 부하 검사에게 폭언, 폭행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5월 서울남부지검 소속 김홍영 검사(41기)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검사는 유서에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들다”고 썼다. 자살 직후부터 동기 판·검사 사이에서  말이 무성했다. “상사인 김 부장검사의 괴롭힘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김 검사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과 유가족의 말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김 검사에게 쌍욕 등 인격적 모독을 서슴지 않았다. 결재서류를 찢어서 던진다든지, 술자리에 불러내서 ‘술을 마셔라. 술시중을 들라’며 괴롭혔고 폭행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홍영 검사 사무실의 한 수사관은  김 검사가 최근 집안일을 이유로 상반기 휴가를 신청했지만 반려됐다고 한다. 김 부장검사가 안 받아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부장검사는 김 검사와 수사관을 방으로 불러들인 뒤 “일도 못하면서 무슨 휴가를 가느냐”며 심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검사는 “내가 일을 못해 내 방 사람들이 고생한다”며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이 사건 전부터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법무부 근무 시절 공익법무관을 혼내며 “벽을 보고 서 있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는데, 그 법무관은 주변에 “내가 유서 없이 자살한다면 그 부장 때문인 줄로 알고 있어라”며 힘들어했다고 한다. 김홍영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검사는 “김 부장검사와 일하게 되면 일단 ‘죽었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는 ‘1년만 참자’고 위로했다”며 “김 부장검사 밑에서 일하면서 울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검찰 내에선 김 부장검사의 잘못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재경지역 한 부장검사는 “표현의 문제인데, 상사는 받아들이는 쪽의 처지도 생각해야 한다. 김 부장검사의 표현이 다소 지나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홍영 검사와 친분이 있는 한 검사는 “인격모욕 발언을 서슴지 않는 간부는 검찰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눈에 안 들면…”

    그러나 잘못의 정도를 놓고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와 김 검사가 소속된 부서에 남자 평검사는 김 검사 한 명뿐이었다. 평소 김 부장검사가 김 검사를 아꼈다고 한다. 그 표현 방법이 잘못된 것일 뿐 수사로 불거질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대검찰청은 수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대검찰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막말과 폭행이 입증되는 경우 모욕죄, 폭행죄 등으로 형사처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검사에 대한 대검의 진상조사가 마무리되면 형사처분을 위한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일각에선 “김수남 검찰총장과 대검찰청이 너무 미숙하고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은 유족이 진상조사를 촉구해도 별로 움직이지 않다가 검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사건 은폐 논란을 자초했다. 대검은 김 검사의 자살 직후 김 부장검사를 법무연수원으로 인사 조치했다. 좌천성 인사 조치를 하며 ‘처벌’을 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이와 동시에 평검사의 업무 강도를 조정하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사건의 원인을 ‘검사의 업무 강도’로 돌려 대충 끝내려 한 것으로 비쳤다.

    반면, 검찰 관계자들은 “김 검사의 자살은 ‘검찰 조직 시스템’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검사는 대개 사건처리 건수 같은 양적 평가와 부장검사에 의한 질적 평가로 평가받는다. 부장검사의 눈에 들지 않으면 다음 인사에서 좌천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부장검사가 술을 좋아하면 평검사는 맞춰서 함께 마셔야 하고, 노래방을 좋아하면 가서 탬버린을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 그게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같이 술을 마시는데 후배 검사의 태도가 건방지면 그 후배 검사는 아무리 일을 잘해도 평가가 안 좋게 되더라. 나도 여러 번 당했지만, 검찰 내 인사 시스템이 상사의 평가만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하가 부장검사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있지만, 보복 가능성이 있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수남 총장에 대한 책임론도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자살과 주식 대박 사건의 파급력이 워낙 커서다. “특임검사가 도입된 예전의 비리 사건에 비해 진경준 사건은 검사가 얻은 이익(120억 원)이 너무 크다”는 게 검찰 내 중론이다. 법무부에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은 역대 검찰 비리 사건 중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며 “사실로 드러나면 검찰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옷 벗는 책임자 위치 높아야”

    대검 한 관계자는 “국회 국정감사 전까지 이 이슈를 털지 못하면 김수남 총장에 대해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특임검사 도입 결정은 선을 그어 마무리하겠다는 총장의 선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총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남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 자살 사건은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조직의 구태의연한 문제다. 옷을 벗고 나가는 책임자의 위치가 높을수록 사건이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검찰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경찰에도 수사권을 주는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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