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주식거래? ‘피로사회’ 앞당기는 촉매제”

[인터뷰] ‘동학개미 대변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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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26-03-19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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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증시 ‘1대 주주’인 개인투자자 무시한 일방통행식 선언

    • 24시간 거래 최종 승자는 주가 등락 무풍지대인 한국거래소

    • 거래시간 연장은 외국인·기관에 초강력 신형 날개 달아줘

    • 한국은 만성 수면 빈곤 국가… ‘주식 중독’ ‘일상 붕괴’ 심화

    • 심야시간대 ‘작전세력’의 ‘빈집 털기’식 범죄 일상화될 것

    • 전산장애, 결제 사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필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한국거래소의 일방통행식 주식 거래시간 연장 선언은 외국인 배만 더 불려줄 비민주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조영철 기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한국거래소의 일방통행식 주식 거래시간 연장 선언은 외국인 배만 더 불려줄 비민주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조영철 기자

    “올해 10월부터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가 24시간 주식 거래시간을 도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추세에 비춰 볼 때 (국내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은 불가피하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월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에서 열린 ‘자본시장 대도약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위해 오는 6월 29일부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프리마켓(오전 7∼8시)·애프터마켓(오후 4∼8시)을 도입해 출퇴근 시간대 주식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기존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시간 6시간 30분을 넘어 하루 12시간으로 거래시간을 대폭 늘린다는 것. 또한 2027년 12월까지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단계적 거래시간 연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게 막고, 해외투자자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란 게 한국거래소 측 명분이다.

    하지만 이는 곧 정보기술(IT) 개발과 인력 확충이 선행돼야만 한다는 증권사들의 잇단 반대에 부딪혔다. 또한 “거래시간 연장안은 노조·업계와 공식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 한국거래소 회원사인 증권사들과 주주들을 등지고 일방적 소통과 갑질을 하고 있다”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사무금융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직면했다. 

    헤비급 대 플라이급 선수의 일방적 경기 

    결국 3월 5일 한국거래소는 28개 증권사와 긴급 간담회를 열어 거래시간 연장 시점을 올해 8~9월로 전격 연기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내년 말까지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는 굽히지 않고 있다.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견해는 어떨까. 3월 6일, 정의정(68)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를 서울 서대문구 ‘신동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주식투자 경력 35년인 정 대표는 2019년 개인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한투연(네이버 카페, 회원 수 6만3500여 명)을 창립해 그동안 공매도 제도 개선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을 위해 530차례 집회와 여론전을 펼치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개인투자자(일명 ‘개미’)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한투연은 2024년 11월 주식시장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소비자정책 감시단체 (사)컨슈머워치로부터 ‘소비자 권익대상’을 받기도 했다.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에 대한 거래소 의지가 강하다.

    “24시간 주식거래는 개인투자자 처지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압도적으로 많다. 주식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모든 주체가 이익을 볼 순 없는 구도다. 거래시간과 상관없이 개인투자자의 평균 승률은 외국인·기관 대비 낮다는 게 정설이다. 거래시간이 늘면 매매 기술이 뛰어난 외국인·기관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개인은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최종 승자는 당연히 주가 등락 무풍지대인 거래소다. 거래시간 연장은 필연적으로 거래량 증가로 이어져 거래 수수료 수입도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거래시간 연장은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에 10개월 만에 30%의 점유율을 빼앗긴 데 따른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본다. 따라서 이해당사자는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영향력 있는 이들이 적극 나서서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간 공룡 싸움에 개미 등이 터지는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월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타워에서 열린 ‘자본시장 대도약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월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타워에서 열린 ‘자본시장 대도약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거래시간이 늘면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어떻게 될까. 

    “거래시간 연장은 정보력과 매매 기술력이 뛰어나 가뜩이나 승률이 높은 외국인·기관에 초강력 신형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그에 비해 평균적인 개인에겐 독소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탁월한 실력을 지닌 전업투자자에겐 기회의 장이 될 수 있겠지만 소수일 것이고, 정보력이 약하고 여러 변수에 대해 순간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다수 개인투자자는 심리적 압박만 받고 되레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야간 거래가 활성화되면 개인투자자 일상생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대한수면연구학회의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7분보다 1시간 30분이나 부족하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만성 수면 빈곤 국가’다. 주식투자는 보유 금액이 거래시간 중 순간적으로 위아래로 변하므로 수시로 신경 써야 해서 중독성이 있다. 그런데 지금보다 거래시간이 배 이상 증가하면 주식투자에 매달리는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1400만 개인투자자 중 일부는 심각한 ‘주식 중독’ ‘일상 붕괴’에 시달릴 수 있다. 이는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게 돼 결국 ‘피로사회’를 앞당기는 촉매제 구실을 할 거다.”

    24시간 가동되는 외국인·기관의 알고리즘 매매와 생업을 가진 개인의 수동 매매가 경쟁할 때 체급 차이가 클 텐데….  

    “국내 주식시장은 애초부터 외국인·기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여기에다 24시간 거래까지 시행되면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가 맞붙는 경기가 될 확률이 높다. 체급 차이를 극복해 외국인·기관과 맞먹을 수준의 극소수 개인도 있겠지만 대다수 투자자의 승률은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다. 금융당국은 사전에 철저한 시뮬레이션과 영향 분석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재산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도입해야 한다. 투자 주체 중 어느 일방의 지속적 손실을 구경만 하고 거래 수수료만 걷는 것은 후진적 주식시장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미국 주식시장 역사 230년, 한국은 70년

    주간에 비해 거래량이 적은 야간엔 이른바 ‘작전세력’이 시세를 조종하기가 더 쉬운 환경이 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거래량이 시간대별로 분산돼 가격 왜곡이 나타나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격 발견 기능이 약화된다. 결국 호가 및 유동성 공백을 이용한 시세 조종 세력이 활개 쳐서 개인투자자들은 높은 변동성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심야에 ‘빈집 털기’식 범죄가 생겨난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것을 모두 적발할 수 있을 정도의 감시 시스템 고도화와 인력 충원이 필수다.”

    미국형 24시간 거래 시스템을 모델로 삼는데,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이 이를 감당할 수준인가.

    “완벽한 시기상조다. 미국은 주식시장 역사가 230년 이상인데, 우리나라는 고작 70년이다. 뱁새가 황새 걸음으로 걷고 초등학생이 대학원생 교재로 공부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24시간 거래는 땅덩이가 넓은 미국 내 시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지, 단일 시간대인 우리나라 상황엔 맞지 않다. 한투연 회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 84%가 거래시간 연장에 반대했다. 한국거래소는 개인투자자의 민심을 수용하고 긴 호흡으로 상생·공생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빈번히 발생하는 전산장애, 결제 사고 등에 대비해 개인투자자를 보호할 방안도 마련돼야 하지 않나. 

    “‘사후약방문’은 하수의 선택이다. IT 강국임에도 예나 지금이나 발생하는 전산장애 등 각종 사고는 부끄러운 일이다. 사고 발생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 보니 유야무야 넘어가고 재발하는 도돌이표 형국이다. 지금 같은 땜질식 처방은 피해자만 양산할 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 강화를 법제화하는 게 시급하다.”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이 해외투자자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데….

    “한국거래소는 눈앞의 이익에 함몰되지 말고 파생될 영향을 면밀히 따져본 후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오래된 속담처럼 회자되는 게 바로 ‘외국인 놀이터’다. 더 큰 문제는 한국거래소를 포함한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그런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이다.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건 일단 좋은 일이지만, 개인투자자 재산을 가져가기 위한 목적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거래시간 연장은 결과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주권을 외국인에게 넘겨 시장 혼란과 국부(國富) 유출을 초래할 것이다. 국내 증시 거래량 기준 ‘1대 주주’인 개인투자자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나아가 연구조사 용역 의뢰는 물론이고 단 한 번의 공청회나 세미나도 개최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거래시간 연장 선언은 외국인 배만 더 불려줄 비민주적 처사다. 반드시 이재명 정부가 제동을 걸고 바로잡아야 한다.”

    개인투자자 의견 도외시한 ‘갑툭튀’ 선언 철회해야 

    밤사이에 터지는 대형 악재에 개인투자자들이 대응할 정보 공시 체계는 준비될 거라고 보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할 것이다. 향후 ‘올빼미 공시’가 시도될 수도 있고, 악재 뉴스가 한밤에 터져 이에 대처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재산 피해가 급증할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악재를 장시간 신경 쓰다 보면 투자자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크다.”

    24시간 거래가 강행된다면 한투연 차원에서 취할 액션 플랜은?

    “예고된 피해와 불행한 미래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개인투자자의 건강은 물론이고 재산 피해까지 불러올 수 있는 해악 정책의 강행을 막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개인·단체와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에도 24시간 거래 강행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국거래소에 던지고 싶은 ‘돌직구’ 질문이 있다면?

    “현재 한국거래소 행태를 보면 막가파식이나 다름없다.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갑자기 12시간·24시간 거래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당최 이해할 수 없다.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첫째, 국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중차대한 이슈임에도 최소한의 영향 분석과 연구용역 의뢰조차 없이 강행하려는 이유가 대체 뭔가? 둘째, 단 한 차례의 설문·여론조사도 없이 시장 참여자 의견 청취도 생략한 채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발표를 한 건 독선적 행위 아닌가?”

    ‘24시간 잠들지 않는 주식시장’을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불신에 이젠 한국거래소가 제대로 답할 차례다.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종합일간지(대구 매일신문), 시사주간지(주간동아), 시사월간지(신동아)를 거치는 33년 기자 생활 동안 제가 늘 염두에 둬 온 글귀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으론 진실을 알 수 없으니까요. 항상 선입견을 경계하고, 속단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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