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호

ESG 잘하는 기업엔 반드시 ‘이것’ 있다

[ESG 아는 체하기] 파타고니아, 유니레버, 나투라앤코, 이케아…

  • 이명우 ㈜솔루티드 대표

    입력2026-04-09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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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켜서 잘하는 기업 vs 알아서 잘하는 기업

    • 기업 DNA 바꾸는 힘, 창업주 ‘차별화된 정신’

    • ESG가 곧 수익 모델… ‘돈 버는 방식’의 혁신

    • 눈앞의 이익보다 ‘가치’ 택하는 진정성과 실행력

    • 평가지표를 넘어 ‘기업가치’ 다시 생각할 때

    파타고니아. Gettyimage 이케아. Gettyimage 유니레버. 뉴시스

    파타고니아. Gettyimage 이케아. Gettyimage 유니레버. 뉴시스

    연말이 되면 국내 각종 언론사와 기관 등에서 ESG 경영 시상식이 펼쳐진다. 한 해 동안의 ESG 경영 실적을 토대로 여러 기업이 시상대에 오른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ESG 경영을 잘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와 같은 느낌은 아니다. 수상하는 기업도 매년 바뀐다. 물론 국내 수상 기업들도 세계 기준에 맞춰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나 느낄 수 있듯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과는 결이 다르다. 시켜서 잘하는 학생과 알아서 잘하는 학생의 차이랄까?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글로브스캔(GlobeScan)과 ‘ERM 지속가능성연구소(ERM Sustainability Institute)’는 매년 지속가능성 선도 기업을 발표한다. 2025년 기준 1위는 의류 회사인 파타고니아, 2위는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 3위는 가구 기업인 이케아, 4위는 화장품 기업인 나투라앤코, 5위는 카펫 및 바닥제 제조 기업인 인터페이스가 차지했다. 이 다섯 기업은 2020년 이후 거의 매해 5위권 안에 든다. 이들이 현재 세계에서 ESG 경영을 가장 잘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기업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필자가 분석하기로는 이들의 공통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창업주의 차별화된 정신’, 두 번째는 ‘비즈니스모델과 ESG 관점의 통합’, 세 번째는 ‘진정성과 실행력’이다. 

    기업 DNA 바꾸는 힘, 창업주 ‘차별화된 정신’

    파타고니아의 창업주인 이본 슈이나르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Gettyimage

    파타고니아의 창업주인 이본 슈이나르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Gettyimage

    친환경 아웃도어의 대명사인 글로벌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슈이나르의 일화는 유명하다. 1960년대 그는 기업가가 아닌 자연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암벽등반가였다. 당시에는 등반 용품의 품질이 좋지 않았다. 그는 바위틈에 박아 넣는 강철못인 피톤이란 장비를 대장간에서 직접 제작해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이 만든 피톤이 암벽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매출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지만 사랑하는 자연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피톤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암벽 손상을 최소화하는 클린 클라이밍 장비를 개발했다. 매출은 급감했지만 그는 자연 친화적 방향성을 바꾸지 않았다. 이 사건이 파타고니아의 뼈대가 되는 철학으로 이어졌다. 그는 문제 해결을 환경 친화적 방식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사업 과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파타고니아가 환경에 초점을 둔 기업이라면 유니레버는 사회적 기여에 더 큰 비중을 둔 글로벌 소비재 기업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은 산업화로 위생 문제가 심각했다. 전염병이 잦았고, 노동자 계층의 위생 수준은 낮았다. 창업주인 윌리엄 레버는 단순히 비누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함을 통해 삶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는 비누를 귀족의 사치품에서 일반인의 필수품으로 바꾼 인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포트 선라이트(Port Sunlight)’라는 노동자 마을을 조성해 주택, 교육시설, 문화공간 등을 제공하며 노동자들의 위생 환경을 적극 개선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 복지 실험이었다. 그는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정신을 유니레버에 깊이 뿌리내리게 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ESG 선도 기업은 창업주에서부터 이어오는 고유한 정신이 있다. 기술혁신, 시장 확대, 고객 만족, 이윤 추구 등 일반적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보다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기여를 더 중시한다. 이 정신이 세대를 거치며 고스란히 전승되고 발전하면서 기업의 고유문화가 되고, 나아가 기업의 핵심 이미지와 브랜드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이런 기업을 달리 느끼고 고평가하는 것은 이 때문이지 싶다. 

    ESG가 곧 수익모델… ‘돈 버는 방식’ 자체의 혁신

    창업주의 ESG 정신이 기업의 핵심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모델과 ESG 관점이 통합’돼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ESG를 한다고 하면 돈은 돈대로 벌고, 그 벌어들인 돈으로 ESG 경영에 투자한다. 비즈니스모델과 ESG가 분리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ESG 리더 기업들은 돈을 버는 모델, 즉 사업 자체에 ESG 관점이 녹아 있다. 사업의 목적이 ESG에 관한 가치인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ESG 관점을 제품 설계, 원료 조달, 유통, 마케팅 단계 모두에 통합했다. 1990년대 중반,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모든 면제품에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이후 내구성·수선가능성·재활용을 핵심 기준으로 두고, 재생 폴리에스터 등 재활용 소재를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보통 기업이 원가 중심의 제품 설계에 초점을 맞춘다면 파타고니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하는 것이다. 한편 패션산업의 기본 사업모델은 트렌드에 따라 디자인을 자주 교체하고 소비자의 재구매로 이어지게끔 하는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이 사업모델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전략을 사용했다. 평생 수선 서비스 제공, 중고품 매입 후 재판매 등 소비자들이 옷을 더 오래 입도록 유도한다. 심지어 마케팅에서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란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이런 일관성이 소비자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한 것이다. 

    이케아는 가구를 분해된 상태로 납작하게 포장한 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게 함으로써 가격을 낮추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Gettyimage

    이케아는 가구를 분해된 상태로 납작하게 포장한 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게 함으로써 가격을 낮추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Gettyimage

    이케아의 비즈니스모델은 ‘플랫팩(flat-pack) 가구’로 유명하다. 이케아는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운송·보관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가구를 분해된 상태로 납작하게 포장한 뒤 고객이 직접 집에서 조립하게 한다. 이는 사업 전반에서 비용을 크게 낮춰 대부분의 사람이 살 수 있는 가격을 가능하게 만든 동시에, 운반 차량에 더 많은 제품을 실을 수 있게 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재생·재활용 소재를 우선 사용하고, 긴 수명을 고려한 모듈형 설계를 도입해 폐기물과 자원 사용을 동시에 줄이는 전략을 펼쳤다. 즉 이케아의 저가 전략은 단순한 원가절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디자인 및 공급망 혁신과 결합돼 있다. 비용, 가격, 친환경 성과가 같은 설계 원리에서 동시에 나오는 구조인 셈이다.

    나투라앤코는 아마존 생물다양성에 기반을 둔 원료 조달 모델을 비즈니스의 큰 축으로 삼는다. 아마존 지역 수천 가구와 파트너십을 맺고 울창한 산림을 유지하면서 채취 가능한 원료만을 공정 계약으로 구매한다. 이 원료를 활용한 제품 라인은 단순히 자연주의 이미지를 파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곧 아마존 숲과 지역 공동체를 지키는 행동이 되도록 설계돼 있다. 즉 매출이 늘어날수록 아마존 지역 파트너 농가의 소득과 보전되는 숲의 면적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가치를 택하는 진정성과 실행력

    끝으로 고객이 신뢰하는 ESG 리더 기업은 ‘진정성’과 ‘실행력’을 갖추고 있다. ESG 경영이 단순한 구호나 마케팅 수단에 그치지 않으려면,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약속한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는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선도 기업들은 위기 상황이나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에서도 그 진정성을 증명해 왔다.

    파타고니아의 경우 회사가 친환경 가치를 소유주나 외부 세력에 방해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도록 법적 구속력을 부여했다. 2012년 파타고니아는 캘리포니아 ‘베네피트 기업(이윤과 공익의 동시 추구가 정관에 명시되는 기업)’이 되며 매년 매출의 1%를 풀뿌리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소유주와 별개로 가능케 했다. 2022년 창업주 이본 슈이나르 회장 일가는 약 4조 원 가치의 회사 지분 100%를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기부하며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고 선포했다. 이는 기업의 소유 구조 자체를 환경보호라는 목적에 귀속시킨 것으로 환경에 대한 진정성을 전 세계에 확실히 보여줬다.

    유니레버 창업주인 윌리엄 레버는 비누를 귀족의 사치품에서 일반인의 필수품으로 바꿨다. Gettyimage

    유니레버 창업주인 윌리엄 레버는 비누를 귀족의 사치품에서 일반인의 필수품으로 바꿨다. Gettyimage

    유니레버 역시 ‘지속 가능한 생활 계획(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을 통해 ESG를 말이 아닌 실행의 문제로 가져왔다. 이 계획은 10억 명 이상 사람들의 건강과 위생을 개선하고, 제품의 환경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며, 농업 원료를 100% 지속 가능하게 조달하겠다는 세 가지 큰 목표로 구성됐다. 당시 투자자들은 수익성 저하를 우려했으나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둔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을 데이터로 입증하며 10년 넘게 이 약속을 이행했다. 말뿐인 선언이 아니라 매년 성과지표를 제공하고 미달성된 부분까지 솔직하게 공개하는 투명성이 이들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용 카펫 제조사인 인터페이스의 창업주 레이 앤더슨이 보여준 실행력은 더욱 상징적이다. 그는 원래 환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오직 수익과 성장만을 좇는 전형적인 산업자본가였다. 그러다 1994년, 폴 호켄의 책 ‘비즈니스 생태학(The Ecology of Commerce)’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 경험을 가슴에 창이 박히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하며, 그날 이후 인터페이스의 모든 경영 방침을 180도 바꿨다. 이후 ‘미션 제로(Mission Zero)’를 선언하며 2020년까지 회사의 부정적 환경 영향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재생원료 사용 확대, 에너지 효율 향상, 버려진 카펫 회수 및 재활용 시스템 구축 등 전사적 구조 변화를 추진했다. 실제로 2019년 무렵까지 에너지·폐기물·탄소 배출을 대폭 감축하고, 탄소중립에 가까운 제품을 내놓는 데 성공하며 본인이 한 약속을 지켜냈다. 

    평가지표 넘어 ‘기업의 가치’ 다시 생각할 때 

    연말 ESG 관련 시상대 위에 오르는 국내 기업들의 노력도 분명 값진 결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그들이 받은 상이 아니라 그들이 걸어온 과정과 태도에서 나온다. 이들에게 ESG는 외부의 요구에 떠밀려 하는 규제 대응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시켜서 잘하는 학생’과 ‘알아서 잘하는 학생’의 차이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답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ESG 경영이 단순한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목적과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소비자는 그 기업의 진심을 느끼고 신뢰와 지지를 보낸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평가지표를 채우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 세상에 줄 수 있는 사회적·환경적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창업 정신을 되새기고 사업모델의 근간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재설계하며, 작은 약속이라도 끝까지 지켜내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파타고니아처럼 결이 다른 기업을 더 많이 만나길 기대한다. 

    이명우
    ● 1983년 출생
    ● 포항제철고등학교 졸업
    ● 성균관대 중어중문/경영 졸업
    ●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 現 솔루티드(주) 대표(중소기업 ESG 컨설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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