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와 레토 사이에 태어난 아르테미스·아폴론
오만 떨던 니오베의 자식들 처단한 쌍둥이 남매
‘아폴로’ 과자에 그려져 있던 우주선의 정체
아폴로 11호 달 착륙 당시 창궐한 ‘아폴로눈병’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 조각상. 동아DB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4년까지 달에 최초로 여성 우주인을 보낸 다음 2028년까지 유인 기지를 건설한다. 또한 2024년 유인 우주선 ‘오리온(Orion)’을 달로 보내고 유인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도 지을 계획이다. 오리온은 거인 사냥꾼으로 아르테미스의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이었고, ‘루나(Luna)’는 티탄 신족 달의 신이던 셀레네(Selene)의 로마식 이름이다.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이기도 했다. 그녀를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도 사냥개다. 사슴도 물론 그녀를 상징한다. 하지만 사슴은 이상하게도 아르테미스의 사냥 대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친구로 그려진다. 아마 접근하기 힘든 사슴의 성격이 자신을 닮아 아르테미스가 친구로 삼은 것 같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유명한 조각품 ‘베르사유의 다이애나’도 복장은 사냥복이지만 그녀가 데리고 있는 건 사냥개가 아니라 사슴이다.사냥개와 사슴과 관련한 그녀의 일화로는 테베의 왕자 악타이온과의 악연을 들 수 있다. 악타이온이 어느 날 사냥개들을 대동하고 친구들과 숲속으로 사냥을 나섰다. 얼마 후 그는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사냥개들과 함께 추격하던 사냥감을 놓치고 목이 말라 샘을 찾아 나섰다. 그때 어느 동굴에서 우연히 아르테미스와 마주쳤다. 그녀도 요정들과 사냥을 마친 뒤 그곳 샘물에서 목욕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침입에 깜짝 놀란 여신이 벗은 몸을 가리며 그를 저주하자 악타이온은 동굴에서 황급히 튀어나오는 순간 사슴으로 변했다가 자신의 사냥개들과 그사이 합세한 친구들의 사냥개들에게 추격당한 끝에 결국 녀석들에게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고 말았다.
미국의 유명한 애견 사료 브랜드 ‘아르테미스’는 아르테미스가 평소 사냥하면서 데리고 다녔을 사냥개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이름이리라. 우리나라 브랜드 ‘스페쉬(Spash)’에는 ‘아르테미스 포 우먼’이라는 여성 갱년기 전문 비타민이 있다. 아르테미스가 숲속에 여인왕국을 세워 요정들과 자유롭게 사냥을 즐기며 살면서 같은 여성인 요정들의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했으니 충분히 개연성 있는 네이밍이다.

니오베의 자식들을 화살로 죽이는 아르테미스와 아폴론. 미국 댈러스미술관 웹사이트
‘물의 요정’ 아레투사를 위기에서 구하다
그에 대한 좋은 예가 바로 자신을 추종하던 아르카디아 지방의 ‘물의 요정’ 아레투사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준 일이다. 아레투사가 어느 무더운 여름날 몸을 식히러 알페이오스 강물로 들어갔다. 그러자 똑같은 이름을 지닌 강의 신이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를 덮쳤다. 간신히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아레투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치다가 막 잡히려는 순간 자신의 수호신 아르테미스에게 도와달라고 외쳤다.아르테미스는 비명을 듣고 재빨리 그녀를 짙은 안개로 감쌌지만, 알페이오스는 포기할 줄 모르고 계속 그녀를 찾아 헤맸다. 아르테미스는 하는 수 없이 그녀를 샘물로 만들어 펠로폰네소스 반도 지하를 흘러 바다 밑을 뚫고 이탈리아 남부 시라쿠사의 오르티기아 반도에서 솟아나도록 했다.
아르테미스는 같은 여성으로서 어머니 레토에게 강한 애착을 지녔다. 그녀가 어머니에게 의존했다는 뜻이 아니라 어머니를 위하고 그녀의 방패가 돼주었다는 뜻이다. 아르테미스가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동생 아폴론을 낳는 어머니를 도와줬다는 일화도 그녀가 얼마나 어머니를 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르테미스가 아폴론과 함께 어머니를 능멸한 니오베의 자식들을 처단한 것도 마찬가지다.
니오베는 리디아의 왕 탄탈로스의 딸이었다. 그녀는 테베의 왕 암피온의 아내로 7남 7녀를 낳았다. 일국의 왕비로서 남부러울 게 없었는데, 특히 자식이 많다는 사실에 지나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사람들에게 자신이 여신인 레토보다 더 많고 똑똑한 자식들을 뒀다고 오만을 떨었다.
그러던 어느 날 레토는 하늘에서 니오베가 자신을 모욕하는 말을 듣고 분노했다. 그녀는 당장 두 자식을 불러 자신이 니오베에게 당한 수모를 갚아달라고 명령했다. 추상같은 어머니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재빨리 테베 왕궁으로 가서 하늘의 구름 위에 앉았다. 이어 니오베의 자식들이 놀기 위해 모두 궁전 마당으로 나오자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아폴론의 화살은 아들들을 향했고, 아르테미스의 화살은 딸들을 향했다.
이들의 화살은 각각 궁술의 신과 사냥의 신답게 백발백중 하나도 빗나가지 않았다. 니오베의 남편 암피온은 자식들이 태어난 순서대로 하나씩 몰살당하는 광경을 보고 광분한 나머지 델피의 아폴론 신전을 부수려다가 아폴론의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니오베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결국 그녀는 리디아로 돌아가 시필로스산에서 울다 지쳐 바위로 변했다. 바위에선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추억의 과자 ‘아폴로’와 ‘아폴로눈병’
1969년 우주선이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한 사건은 어린 시절 최대 화젯거리였다. 필자와 친구들은 그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당시 우리 고향 동네엔 TV 있는 집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소식을 라디오로 접했다. 마침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필자는 친구들에게 달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들아, 저기 봐봐. 우주선 안 보이냐? 나는 보이는데. 야, 대단하다.”
미국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에 인간을 태워 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 미국항공우주국
최근 추억의 과자 목록에서 ‘아폴로’를 발견하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그즈음에 그 과자가 유행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당시 왜 그 과자에 아폴로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아마 아폴로 11호가 장안의 화제가 되던 때라 그 유명세에 물타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아폴로 과자에 우주선이 그려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 우주선은 아마 아폴로 11호였을 것이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면서도 이성의 신이다. 예언의 신이자 의술의 신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아폴로눈병’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아폴로눈병은 눈이 갑자기 아주 심하게 충혈되는 급성 출혈 결막염을 칭한다. 왜 하필 아폴로눈병이라고 했을까. 당시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는데, 최근에야 비로소 그런 이름을 붙인 이유가 분명 의술의 신 아폴론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인터넷을 뒤져보다 너무 실망스러운 답을 찾고 말았다. 추억의 과자 이름에 아폴로를 붙인 이유와 엇비슷하게 그 눈병이 만연하던 시기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던 때라 그냥 아폴로눈병이라고 칭했다는 것이다.
내가 은근히 기대했던 답은, 아폴론은 의술의 신으로서 병을 치료하기만 한 게 아니라 병을 주기도 했는데 그 당시 그 눈병이 창궐하는 바람에 신이 내린 병이라는 뜻에서 그리스 신화 의술의 신 아폴론의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었다.
사실 아폴론은 병을 치료만 한 게 아니라 일으키기도 했다. 때는 트로이전쟁 마지막 해인 10년 차. 트로이 측이던 크리세섬 아폴론 신전의 사제 크리세스가 금은보화를 배에 가득 싣고 아가멤논을 찾아와 포로로 잡혀 그에게 배분된 딸 크리세이스를 돌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했다. 하지만 아가멤논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청을 면박까지 주면서 매몰차게 거절했다.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크리세스는 아폴론 신전에서 자신을 모욕한 아가멤논에게 복수해 달라고 기도했다. 아폴론은 크리세스의 기도에 화답해 즉시 그리스군 진영에 역병의 화살을 날려 수많은 군마와 병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아가멤논이 예언가 칼카스에게 역병의 이유를 물어보니 크리세스에게 딸을 돌려주지 않아 아폴론이 분노한 것이니 그에게 딸만 돌려주면 역병은 깨끗이 물러갈 것이라는 신탁을 전했다. 결국 아가멤논은 크리세이스를 돌려줬고, 아폴론은 바로 역병을 거두어 갔다.
‘치료자 아폴론’ ‘구원자 아폴론’
고대 그리스의 신전 중에 유명한 게 바사이 지역의 아폴론 신전이다. 2세기경의 그리스 여행 작가 파우사니아스에 따르면, 펠로폰네소스전쟁 시기에 바사이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주민들이 아폴론에게 도움을 간청했다. 이에 아폴론은 신비한 약초가 있는 곳을 알려줘 그들이 역병에서 벗어나게 했다. 주민들은 감사의 표시로 약초를 발견한 곳에 아폴론 신전을 짓고 ‘아폴론 에피쿠리오스’ 신전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치료자 아폴론’ ‘구원자 아폴론’이라는 뜻이다.이 신전은 해발 1131m인 코틸리온산 경사면에 놓여 있는데 파르테논 신전을 지은 건축가 익티노스가 세웠다. 파우사니아스에 의하면 이 신전은 당대 그리스에서 테게아의 아테나 신전 다음으로 아름다웠다. 또한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산속에 있어서 전쟁이나 이슬람의 영향을 피한 덕분에 아테네 아고라의 헤파이스토스 신전 다음으로 보존이 잘돼 1986년 그리스에선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현재는 산성비로 인한 부식을 막기 위해 전체를 하얀 천막으로 덮어 보호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은 아폴론을 태양 자체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사두마차에 태양을 싣고 마치 애니메이션 속 ‘은하철도 999호’처럼 하늘길을 따라 달린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보온병 브랜드 중에도 ‘아폴로’가 있다. 그 보온병에 든 물은 태양의 신 아폴론이 마차에 싣고 있는 뜨거운 태양열로 늘 데워줄 테니 아마 절대 식을 리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