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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도전정신이 살아 있음의 징표”

‘멈추지 않는 바람개비’ 이길여 가천대 총장

  • 송홍근 | carrot@donga.com

“열정과 도전정신이 살아 있음의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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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아야 채워진다”

“열정과 도전정신이   살아 있음의 징표”

[가천대학교]

“박애, 봉사, 애국이라는 우리 재단의 정신이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것 같아요. 봉사의 정신, 공존의 정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우리가 가진 의료 및 교육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경을 넘는 봉사를 더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갈 겁니다. 청년 세대에서 이 같은 정신을 계승하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이길여산부인과는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보증금 없는 병원’이라는 푯말을 내걸었다.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기 이전 병원들은 환자가 병원비를 못 낼 것을 걱정해 치료에 앞서 보증금을 받았다.

“살림이 힘들던 시절이에요. 한번은 자궁 밖 임신이 된 여성이 수술비가 없다면서 돌아가겠다더군요. ‘사람부터 살아야지, 수술비는 나중에 갚으라’고 설득했지요. 그 후 병원 현판 옆에 ‘보증금 없는 병원’이라고 크게 써 붙여놓았습니다. 환자들이 치료비 대신 낸 생선, 나물 같은 게 병원에 수북이 쌓였던 기억이 납니다.”    

자궁암 무료 검진은 ‘최소한 인천에서는 자궁암으로 죽는 여성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자궁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이 90%에 이를 만큼 치료 효과가 좋으나 암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사망하는 여성이 적지 않았다.

1982년, 1988년에는 경기 양평군과 강원 철원군에 양평길병원과 철원길병원을 개원했다. 당시에는 오지나 다름없던 곳이어서 두 병원 모두 경영 수지를 맞추기 어려웠지만 주민들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1995년에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백령도 적십자병원을 떠맡아 2001년까지 백령길병원을 운영했다.





“여자 혼자 살려면…”

그가 이렇듯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온 데는 어릴 적 어머니의 가르침이 영향을 미쳤다. 전북 옥구의 고향집에는 거지가 찾아오기 일쑤였는데 어머니는 정성껏 밥과 국, 반찬을 내 집에 찾아온 손님들처럼 접대했다. 그들에게 음식을 나르는 게 ‘소녀 이길여’의 몫이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란다고 해요. 어머니가 나눔을 실천하는 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마을 부녀회장을 맡아 자선 활동을 주도하셨거든요. 6·25전쟁의 상흔을 극복하느라 봉사라는 개념이 거의 없을 때 낙도를 돌며 의료봉사에 나선 것도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그는 1978년 의료법인을 설립해 재산을 사회화했다.

“산부인과이다 보니 환자를 먼 곳의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잦았는데 그게 안타까웠습니다. 의료법인이 종합병원의 설립 주체가 돼야 한다는 조항이 의료법에 새로 들어가 의료법인이 아니면 종합병원을 세울 수 없게 됐습니다. 의료법인 설립은 개인 재산을 사회에 헌납한다는 의미라 ‘여자가 혼자 살려면 재산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지요. 병원은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에 1978년 150병상 규모의 ‘의료법인 인천 길병원’을 개원했습니다. 병원을 크게 지었다 적자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한 분도 있었는데 개원 3년 만에 시설을 두 배로 확장했지요.”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병원에서는 낳은 정, 대학에서는 키운 정을 느낀다”고 했다.  

‘환자바라기’로 하루 4시간 넘게 잔 적이 없는 ‘의사 이길여’는 ‘학생밖에 모르는 총장’이다. 학생들이 선물한 초상(학생 얼굴 사진들을 모자이크해 그의 얼굴을 표현했다) 액자를 가리키면서 “학생 하나하나가 모두 친자식 같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가천대를 2020년까지 국내 10대 사학으로 우뚝 세울 겁니다. 4개 대학 통합은 성장의 열매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밑거름일 뿐이죠. 가천대를 세계와 당당히 경쟁하는 반듯한 ‘명품 대학’으로 키워낼 겁니다. 가천대의 발전이 가져오는 혜택이 재학생, 동문을 넘어 사회와 국가로 돌아가게끔 할 거예요. 그것이 제 역할이에요. 누구에게나 소명이 있고 그것을 완수할 책임이 있는데 나의 소명과 책임이 인재 육성입니다.”     

그는 병원과 대학의 수준은 연구·개발(R&D) 역량에서 결정된다고 믿는 터라 2004년 1000억 원을 투자해 가천뇌과학연구원을 여는 등 가천대 산하 3대 연구소(가천뇌과학연구원, 이길여암·당뇨연구원,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를 통해 세계 수준의 임상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



아름답게 솟아오르는 샘

“가천뇌과학연구원, 이길여암·당뇨연구원,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외에도 마우스대사질환특화센터를 설립하는 등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가천뇌과학연구원이 2014년 미국과학재단 영상분야 ‘세계 10대 연구소’로 선정되는 등 성과가 잇따르고 있어요. 기초 의과학 분야의 발전을 통해 인류에 공헌하고, 세계에 코리아를 빛낼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진력하려고 합니다. 정부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으로 선정한 이길여암·당뇨연구원과 뇌과학연구원,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을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거예요.”

‘가천(嘉泉)’은 ‘아름답게 솟아오르는 샘’이란 뜻이다.

“가천은 ‘가회합례 수세인천(嘉會合禮 壽世仁泉,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른 삶을 이루게 하고 마르지 않는 생명으로 온 누리를 건강하게 한다)’에서 비롯한 말입니다. 교육과 의술의 가치가 복합된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을 지낸 도원 류승국 선생께서 지어주신 저의 아호이기도 하고요.”

그는 골프에서 그 어렵다는 에이지 슈트(자기 나이와 같거나 나이보다 적은 스코어로 라운드를 마치는 것)를 달성했을 만큼 건강하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요. 하루 1시간 넘게 산책하고요. 날씨가 좋지 않을 땐 반드시 집에서 러닝머신이나 스태퍼로 산책을 대신합니다. 별다른 비결은 없지만, 항상 꿈꾸는 인생을 살아온 게 건강의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아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늘 노력하고요. 일이 잘 안 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털고 일어납니다. 아파하고 괴로워할 여유가 없어요.”





신동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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