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직격 인터뷰

“여름 민심 탐방 후 9월 본격 대선 준비”

김무성 前 새누리당 대표,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 song@yeongnam.com

    입력2016-08-02 10: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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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박계 당 대표 단일화 필요”
    • “나라 어려워…이대론 미래 없다”
    • 여의도 사무실이 예비 대선캠프 될 듯
    “왕의 귀환, 아니, 무대의 귀환.”

    새누리당 한 관계자가 하는 말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7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모 컨벤션센터에서 ‘2014년 7·14 전당대회 승리 2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물러난 당 대표가 당선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지자 1500여 명이 운집한 건 정치권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김무성의 세(勢)가 건재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는 한 발짝, 한 발짝 매우 조심스럽게 ‘혈투의 장’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비친다. 이런 가운데 비박계의 리더 김 전 대표가 크고 긴 양팔을 흔들며 군중의 환호에 답한 것이다. 순간 여권의 역학구도가 요동치는 듯했다.

    3시간 30분 동안 계속된 이날 모임은 ‘김(金)의 출정식’이었다. 김 전 대표의 얼굴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걸렸고, 참석자들은 ‘김무성’ ‘만세’를 연호했다. 열띤 분위기에 고무된 김 전 대표는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새 길에 제가 선봉에 서겠다.” “다음 농사를 준비한다. 다시 한 번 저 김무성을 믿고 힘을 모아달라.”

    행사를 마친 김 전 대표와 통화를 했다. 그는 4·13 총선 참패 이후 잠행하다시피 살았다. 기자들의 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바로 연결이 됐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총선 이전의 자신감이 다시 느껴졌다.



    ▼ 오늘 행사장의 열기가 뜨겁더군요.

    “지난해에도 했던 모임이고, 1년에 두 번씩 하는 모임이죠. 그런데 뭐 그리된 거지.”



    “그런 제 마음을 표현”

    ▼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더 그랬을까요.

    “그렇죠.”

    ▼ 곧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겁니까.

    “지금 우리나라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죠.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고 느꼈고, 그런 제 마음을 표현한 거죠.”

    ▼ 앞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더 많이 낼 생각인가요.

    “8월 한 달은 좀 있다가 9월부터….”

    ▼ 9월부터는 예비 대선캠프도 꾸리게 되나요.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 그래도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선을 준비하는 거네요?

    “그렇죠.”

    김 대표는 이날 행사 후 “앞으로 낮은 자세로 이야기를 듣고자 전국 배낭여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9월에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시작하겠다고 했으니 그에 앞서 어떤 분위기 조성내지 예열 차원에서 여름 민심 탐방을 계획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권 행보의 전형적 코스다. 김 전 대표가 장기 국내 여행에 나서는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김 전 대표는 7월 말 같은 상임위 소속인 친박계 수장 최경환 의원 등과 함께 약 1주일 일정으로 북유럽 시찰을 떠날 예정이다. 김 전 대표는 “아직 확정된 일정은 아니다”고 했다. 북유럽에서 돌아와 민심 탐방을 시작할 것으로 짐작된다.

    한 측근은 “예비 대선캠프라고 하긴 그렇지만, 김 전 대표를 따르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여의도에 사무실을 이미 꾸렸다”며 “김 전 대표가 9월에 움직인다면 그 사무실이 대선캠프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서울 밖에서 8·9 전당대회를 지켜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할 새 지도부 구성에 김 전 대표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몸이 어디에 있든 마음은 오매불망 비주류 당 대표의 당선에 가 있지 않을까. 이어지는 그와의 대화다.



    “완전히 프리한 단일화”

    ▼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친박계의 대표로 출마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는데요.

    “아이고, 나는 그런 이야기는 안 할래요.”

    ▼ 김 전 대표께선 일전에 비박계 후보가 단일화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염두에 둔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야, 아니야, 내가 누구를 염두에 두면 단일화가 되겠어요? 오히려 안 되지. 완전히 프리한(자유로운) 상태에서 단일화 문제가 논의돼야죠.”

    ▼ 비박계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내가 먼저 말한 게 아니고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단일화해야겠다고 한 거죠.”

    ▼ 단일화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건가요.

    “그렇죠. 자기들이 하겠다고 하니까.”

    김 전 대표는 7월 8일 정병국, 김용태, 나경원, 홍문표 의원 등 전당대회 출마 의사가 있는 비박계 주자들을 불러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는 비주류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이제 비주류 인사들이 당을 이끌면서 박근혜 정부의 남은 국정 운영을 새롭게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김 전 대표가 갖고 있다”고 전했다.

    7월 14일 행사장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정병국, 한선교 의원, 최고위원 경선에 출사표를 낸 강석호 의원, 청년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이부형 당 청년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참석자 대부분은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이었다. 17개 시·도 조직의 책임자급도 많았다. 출마자들은 ‘표밭’에서 김 전 대표에게 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정병국 의원은 김 전 대표처럼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상도동계 출신이다. 행사장의 대형 스크린엔 김 전 대표가 YS와 함께 찍은 사진이 많았다. YS의 적통(嫡統)임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로 풀이된다.

    강석호 의원은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제1 사무부총장을 지낸 중동고 후배다. 이부형 위원장도 김무성 대표 시절 중앙청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김 전 대표의 부친이 사업을 했던 포항이 고향으로, 측근 중 한 명이다. 김성태, 김영우 의원 같은 김 전 대표의 다른 측근도 최고위원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대표는 배낭여행 등으로 몸을 풀면서 측근들도 지원해 당 지도부에 포진시킨 뒤 올가을 대선 행보에 나서는 구상을 하는 듯하다.



    “다시 무대로 우뚝 섰다”

    이런 김 전 대표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여러 갈래로 쪼개진 비박계를 김무성계로 흡수 통합해 몸집을 불리는 일일 것이다. 여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분화가 시작된 친박계 일부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한 참모는 “그동안 ‘무대(무성 대장)’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에 계속 밀리면서 ‘무졸’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으나 7월 14일 행사를 통해 다시 ‘무대’로 우뚝 섰다. 쭉 이 페이스를 유지해나가려면 세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 참패의 책임이 있는 김 전 대표가 선거 3개월 만에 대규모 이벤트를 연 것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이에 김 전 대표는 “국민공천제 약속을 지키려다 반대하는 세력에게 몰매를 맞았다”며 정면 돌파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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