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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김해新공항’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공항전쟁’은 정권투쟁

신공항의 정치학

  • 박재일 | 영남일보 정치부문 에디터 park11@yeongnam.com

‘공항전쟁’은 정권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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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정치적 분열 우려

주춤하던 신공항 문제는 2006년 말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 검토를 지시하고, 다음 해 대선을 맞이하면서 공약으로 등장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 이명박 정부는 신공항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2009년 발표된 용역 결과에선 밀양 B/C 0.73, 가덕도 0.70이었다.

이때부터 밀양과 가덕도의 대결은  첨예화했다. 정치 바람이 크게 들기 시작한 것. 부산은 당시 허남식 시장을 필두로 상공계가 똘똘 뭉쳐 가덕도 신공항 신화를 구축해갔다. 김범일 시장과 김관용 지사의 대구·경북은 밀양 신공항이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맞섰다. 부산 대 대구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고, 밀양이 소재한 경남과 밀양에 가까운 울산은 은연중에 대구 쪽으로 기울었다.

이명박 정부는 영남권의 세찬 압박을 무시할 수 없어 신공항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1년 3월 말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한다. 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명분상 경제성이 없어 포기한다고 했지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통치권적 판단과 함께 영남권의 정치적 분열을 우려했다는 게 정설이다.

신공항에 관한 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로를 판에 찍은 듯 똑같이 밟았다. 이번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는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발표와 큰 줄기에선 차이가 없다. 용역기관이 ‘제3지대 중립’의 이미지를 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란 점만 달랐을 뿐이다.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 대구에 온 박근혜 당시 의원은 신공항은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을지라도 미래엔 분명 필요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했다. 선거 유세에서의 행보는 미묘했다. 대구를 기반으로 한 박 후보는 정작 부산에선 “가덕도가 (용역에서) 맞다면 가덕도로 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부산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함수 고려

야권 문재인 후보의 행보는 아예 한쪽으로 기울었다. 사실상 가덕도 지지 선언을 했고, 그곳을 직접 방문했다. 그 덕인지는 몰라도 문재인 후보는 선전했다. 부산에서 박근혜 후보는 132만 표(59.8%)를 얻었고, 문재인 후보는 88만 표(39.9%)를 얻었다. 비슷한 선거 구도였던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부산에서 131만 표(66.7%)를 득표한 데 반해, 정작 부산 출신인 노무현 후보가 58만 표(29.9%)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1년을 끈 신공항 용역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한 그는 선정 과정에서 ‘앞으로의 법적·정치적 도전(Legal and political challenge)’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도전을 한국 언론은 ‘정치적 후폭풍’으로 번역해 큰 파장을 나았지만, 어쨌든 ADPi도 용역  조사 수행에서 신공항을 둘러싼 정치적 함수를 고려했다는 토로로 비쳤다.

실제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덕도에 지으면 대구시민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밀양이 선정되면 부산이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며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부산시민은 만족할 것이고, 대구가 반발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렇게 하는 게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물론 그는 공항 건설이 진행될 때 편입 보상 지연, 주민 민원 등 일반적인 법적·정치적 고려 요소를 감안했다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신공항 건설과정의 정치적 리스크를 확실히 고려했다는 측면은 부인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전국적 지지율은 30%대 중반을 오르내린다. 국정 수행의 부정적 평가가 더 높은 가운데, 그나마 영남권의 고른 지지에 큰 힘을 받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50% 이상의 긍정적 지지를 보낸다.

신공항이란 가치를 놓고 부산과 대구 간 어느 쪽으로 배분하느냐는 문제는 슈발리에 수석엔지니어가 말했듯이 정치적 위험 부담을 갖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비교적 단단한 지역이란 점에서 통치 차원의 위험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신공항 용역 조사의 기술적 순수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은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치적 리더십을 손상시키지 않는 타협안이 됐다.

당장의 지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래를 생각하면 신공항의 정치학은 더 복잡해진다. 미래는 내년 말까지 펼쳐질 대권 전쟁이다.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신공항을 놓고 사실상 부산 쪽을 지지한 데 이어 올해 4·13총선에선 한층 더 부산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부산시민이 우리에게 5석을 주시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공교롭게도 부산에서 5석을 얻었다. 엄청난 수확이었다. 문 대표로선 어차피 대구·경북에선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차라리 고향인 부산 편을 들어주는 게 훨씬 이득일 것이라 판단했을 법하다. 이른바 ‘영남권 갈라치기’ 전술이다. 사실 문 전 대표는 가덕도에 공항이 와야 한다는 주장에서 기술적·항공학적 논리를 제대로 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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