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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여 ‘진짜 목숨’의 무게로 도전하라”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청년이여 ‘진짜 목숨’의 무게로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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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에 맞서다

“청년이여  ‘진짜 목숨’의 무게로 도전하라”

2007년 2월 2일 KAIST 명예박사 학위수여식. 맨 오른쪽이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그의 말년을 “생물학적 본능에 맞서는 수도자의 시간”이라고 압축했다.

그는 요즘 매일 ‘죽는 연습’을 한다.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려 노력한다는 뜻이다. 보답 못한 이를 찾아 밥을 먹고, 상처 준 이에게 사과한다. 이 세상에서 쌓인 업을 말끔히 정리하고 떠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은퇴와 기부 또한 노욕(老欲)일 뿐이라고 여긴다.

“이제는 차라리 솔직해지고 싶습니다. 매스컴에선 나를 두고 ‘아름다운 퇴진’이니 ‘진정한 부자’니 떠들썩하게 칭찬했지만, 사실 추하지 않게 늙어가며 남은 인생을 평안하게 살아보겠다는 또 다른 노욕의 발로였을 뿐이에요.”

그는 “버림은 소유의 끝이 아니라 소유의 절정”이라고 회고록에 썼다.

“돈을 포기하고 나니 더 가져야겠다는 욕심과 지켜야 한다는 초조감, 가지고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이용해야 한다는 자괴감 등 온갖 번뇌까지 말끔히 사라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기가 먹은 것과 남에게 대가 없이 준 것들만 진짜 자기 재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진짜 내 재산’만 품고 살다 가고 싶다.”



▼ 소일(消日)은 어떻게….  

“현역 때는 회의, 식사 약속, 출장 등으로 몇 달 앞 일정까지 빡빡했지요. 요즘에는 몇 달 후는 물론이고 며칠 후 약속도 가급적 잡지 않습니다. 속박당하는 게 싫어서예요. 아침에 눈뜨면 그날 상황에 따라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분을 정합니다. ‘인스턴트 생활’이랄까요. 그게 편합니다. 서울에 있는 시니어타운에서 집사람과 둘이 사는데, 일주일에 두어 번씩 옛날 살던 청계산 기슭 집에 가서 낮 시간을 보냅니다.”

▼ 건강은.

“섭생과 운동이 요체입니다. 섭생은 단순하게 한식 위주로 해요. 집사람이 하루 두 끼를 채식 위주로 정성껏 차립니다. 직접 콩을 삶아 된장, 고추장을 담가요, 집사람이. 콩 삶은 물은 버리지 않고 농축해 마십니다. 운동은 헬스클럽에서 오전 30분, 오후 1시간 유산소·무산소 운동을 골고루 합니다.”

그는 “남에게 잘 보이려는 욕망만 버려도 스트레스의 3분의 2가 날아가는데, 은퇴하니 그런 점이 좋다”면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국내외 문학작품을 섭렵하는 독서인으로 유명하다. 책, 신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문술이 어매’

“지금 탐독하는 책은 예술과 자연에 대해 박학다식한 데이비드 로텐버그 박사의 명저 ‘자연의 예술가들’이란 두툼한 번역서입니다. 자연계에는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식물이 많음을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이나 나비 날개의 다양하고 눈부신 무늬가 그런 사례지요. 자연의 아름다움이 인간이 예술을 창조하고 과학을 탐구하는 원천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던지며 읽습니다.

문학작품도 읽는 재미가 대단한데요, 최근에는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와 ‘싯다르타’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청년 시절에 제 가슴을 흔든 ‘데미안’도 다시 읽고 싶군요. 토마스 만의 ‘마의 산’도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는 명작입니다.”

▼ 국내 작가의 작품은.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아직 못 읽었어요. 곧 읽어볼 작정입니다.”

6·25전쟁 때 그의 가족은 전 재산을 잃었다. ‘문술이 어매’는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시절에 면과 면을 돌며,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의 경계를 넘나들며 잡곡과 쌀을 바꾸는 장사에 나섰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했다. ‘문술이 어매’는 그가 인정하는 벤처인이다. 그는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내가 인정하는 진정한 벤처인은 저 아득한 유년의 과거 속에 묻혀 있다. 단순한 단어로서의 ‘목숨’이 아닌 ‘진짜 목숨’의 무게를 느낀다. 그러고는 홀로 어머니를 추모한다. 어머니는 나를 먹이고 가르치겠다는 확고한 목적 하나에 목숨을 걸고 앞길을 개척했다. 일단 목숨을 걸고 나면, 어떤 상황에서도 낙담할 일이 없어지고 무서운 추진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게 다져진 승부근성과 도전정신이야말로 내가 인정하는 벤처 마인드다.”

▼ 청년 세대가 회고록을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습니까.

“도전의식에 불을 붙이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해요.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경험까지 털어놓은 것은 그만큼 절실하게 어떤 일에 몰두하면 해법이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노력한다고 모두 성공할 수는 없지만, 성공한 분의 대다수가 노력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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