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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김해新공항’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허브공항 환상 깨고 ‘진짜 고객’ 찾아라

제대로 된 공항 만들려면?

  • 허희영 |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hyhur@kau.ac.kr

허브공항 환상 깨고 ‘진짜 고객’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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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측과 지역 주민들이 상호 소통으로 신뢰를 형성하면서 제3 활주로 증설 논의도 가능해졌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제3 활주로 건설을 반대하던 목소리는 점차 수그러들었다. 심한 소음을 겪으면서 처음엔 반대하던 주민들도 제3 활주로를 건설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 방음창과 온실정원 지원, 관련 정보에 대한 정기적 지원 등이 뒤따르면서 지역 주민의 불만은 누그러졌다. 오히려 긍정적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줍니다. 비행기 소음이야 참아야지요. 공항이 없으면 멀리까지 일하러 다녀야 할 텐데요. 지금은 장점만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의 생각이 바뀐 건 우연이 아니다. 공항 측이 진정성을 가지고 주민들과 성실하게 소통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였다. 드디어 2005년 제3 활주로 건설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그리고 디알로그 포럼이라는 조정기구를 발족했다. 이전까지의 조정위원회가 갈등 해소 기구였다면 디알로그 포럼은 앞으로 일어날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정기구였다. 이 사례는 비록 국가사업이라 하더라도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시사한다.

인천공항의 경우도 이와 상황이 비슷했다. 1992년 착공 당시 반대가 적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김포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공항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당시 영종도의 신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환경론자와 시민단체 등이 반대 시위를 했다. 영종도의 연약한 지반, 빈번한 기상 변화와 해무(海霧), 환경 파괴 우려가 주된 이유였다. 영종도와 용유도의 갯벌을 매립해 건설한 인천공항엔 당시 우려하던 안전과 환경 파괴가 더 이상 문제시되지 않고 있다.





도로망보다 이동시간

공항은 여행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항공교통의 요충지다. 따라서 편리한 접근성은 성공적인 공항이 갖춰야 하는 또 다른 요건이다. 거미줄처럼 잘 갖춰진 도로망과 고속철도 같은 대체 수단이 존재한다면 한 시간 남짓한 이동시간으로도 고객의 흐름이 얼마든지 바뀐다.

지금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양양국제공항은 민감한 접근성으로 인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2002년 개항 이전까지 속초공항과 강릉공항엔 날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두세 편씩 정기 노선을 운영할 만큼 충분한 수요가 있었다. 두 지역의 중간 지점인 양양군 손양면을 국제공항 입지로 선정할 때는 너무 단순하게 접근했다. 절충점에 위치한 신공항이 두 지역의 항공 수요를 쉽게 흡수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공항이 들어서고 기존 공항들이 폐쇄되자 모든 항공 수요가 사라져버렸다. 양양공항은 속초와 강릉에서 한 시간 이내에 접근 가능한데도 여행객들은 그것조차 번거롭게 여겨 고속버스와 승용차로 옮겨 탄 것이다.

2007년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의 경우도 비슷하다. 중국과의 교류 확대에 따른 서해안 시대 거점공항으로 건설에 착수할 당시 광주공항 폐쇄를 전제로 했다. 막상 개항이 다가오자 광주 지역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취항사 늘려라

허브공항 환상 깨고  ‘진짜 고객’ 찾아라

공항이용료를 높게 책정해 운영하다 빚더미에 오른 일본 간사이 공항. [뉴시스]

지금도 이 지역엔 인접한 2개 공항이 적자로 운영된다. 불과 40분 거리의 무안공항보다는 현 광주공항의 접근성을 희생하기 싫은 여행객의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 김해공항 인접 도로와 고속도로망은 대폭적인 확충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여행객을 공항으로 유인하기 위한 접근성은 넓은 도로망으로만 개선되는 게 아니다. 이동시간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휴가철이나 연휴 때마다 예외 없이 TV 화면에서 인파로 북적이는 공항 출입국장을 접한다. 공항의 고객은 대개 관광객들로 비친다. 과연 그럴까. 목적지까지 타고 갈 비행기가 있어야 관광객은 공항을 찾는다. 공항 처지에선 비행기를 취항하는 항공사가 진짜 고객이다. 이 고객들은 손님이 없으면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다. 종종 지역 주민의 여행 편의와 복지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인들이 한껏 큰 목소리를 내보지만,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항공업계에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엔 개항을 못한 공항이 하나 있다. 잘 지어놓고 수년간 개항을 미루다 결국 ‘비행장’으로 전락한 울진공항이다. 건설 당시 연간 여객수를 2010년 기준 53만 명으로 예측했지만, 2008년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어 결국 포기했다. 진짜 고객인 항공사들의 니즈(needs)를 모르고 추진한 국책사업의 실패 사례다.

공항은 무작정 크게 잘 지어놓는다고 손님이 몰려오는 곳이 아니다. 노선을 개설하고 지점을 차려 비행기를 띄우는 항공사가 많아야 성공할 수 있다. 1994년 개항한 간사이 공항은 당시 일본의 자존심이었다. 바다에 인공섬을 만들고 첨단 공법으로 건설한 이 공항은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지금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건설비 충당을 위해 공항이용료를 높게 책정해 운영하니 항공사들이 취항을 꺼린 탓이다. 첨단 공항을 짓는 것과 공항을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우리나라 14개 지방공항 중 11개는 대체 교통수단으로 옮겨가는 여행객과 정치적인 입지 결정, 건설 당시의 부풀려진 수요 예측 등으로 인해 해마다 적자에 시달린다. 이 가운데 일부는 향후 존치 여부도 불투명하다.



‘신공항발전전략위원회’

김해 신공항은 건설 단계에서부터 차별화한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공항의 지리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영남권역인 대구, 포항, 울산, 사천 등의 기존 4개 공항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 이제부터 정책 당국과 지역 사회는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 일본, 동남아 에 집중된 노선 구조와 여행객의 특성, 이들을 겨냥한 저비용 항공사들의 니즈를 파악해 저렴한 공항이용료 실현을 위한 경제적인 건설 투자, 항공사들의 요구사항 등이 공항 설계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항공사에 여행객을 모아주는 인바운드 국제여행사들의 요구사항은 공항의 진짜 고객인 항공사를 유인하는 데 소중한 정보가 된다. 그동안 건설된 국제공항들은 건설 과정에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지어놓기만 하면 항공사들이 취항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김해공항을 드나들면서 결국 정기 노선 개설을 포기한 외국 항공사들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공항 개발 착수 단계에서부터 신공항발전전략위원회(가칭)를 구성하는 것은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성공을 위해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모으는 데 유용한 대안이 될 것이다. 물론 지역 갈등만 조장하는 목청 큰 정치인들의 출입은 사양해도 좋을 듯하다.





신동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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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hyhur@k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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