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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태로 본 대선 후보

문재인| 침묵으로 대응하다 문제 키워 , 안철수| 패배의 두려움 벗어나는 중 , 홍준표| 충동적 부주의가 약점

  • 최명기|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대통령의 조건’ 저자

문재인| 침묵으로 대응하다 문제 키워 , 안철수| 패배의 두려움 벗어나는 중 , 홍준표| 충동적 부주의가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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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의 가장 큰 특징은 말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없음은 어릴 때부터 비롯된다. 2011년 그가 펴낸 ‘운명’을 보면 어려서 가난해서 부끄러웠다고 회상한다. 경남중·고를 다니면서 부유한 학생들을 보며 소외감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문 후보가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말 많고 활발한 성격이 됐을까.

부끄러움은 일정 부분 타고난다. 부끄러운 아이는 모두 가난한데 혼자만 부자면 그것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운 아이는 모두 공부를 못하는데 혼자만 잘해서 칭찬받으면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운 아이는 키가 커도, 작아도 부끄럽다. 부끄러워할 이유를 어디에선가 찾아낸다.



‘말 없음’의 정치 스타일

그래서 문재인은 학생운동을 할 때도, 변호사가 돼 민주화운동을 할 때도 앞에 나서기보다 뒤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 부탁으로 청와대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민정수석에서 물러나자마자 히말라야로 가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되자 귀국 후 탄핵심판 변호인단이 돼야 했다.

그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 내내 청와대 안방의 살림꾼으로 안팎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아 했다.퇴임 후 문재인 후보는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자 경남 양산에 마련한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변호인단을 이끌게 됐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문재인은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은 죄책감도 더 강하게 느낀다. 그가 2012년 대통령선거에 나선 가장 큰 심리적 이유는 노무현에 대한 채무의식이다. ‘친노’인 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고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들에 대한 복수가 된다. 만약 노무현이 비극적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그가 정치에 발을 들였을까.

문재인의 ‘말없음’은 그의 정치 스타일에 상당 부분 득으로 작용했다. 말이 적으면 실수할 확률도 낮아진다. 말이 많은 사람은 참지 못하고 빌미를 제공한다. 문 후보는 상대방에게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계속 압박을 가하는 전술을 구사해 결국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하지만 문재인의 ‘말없음’은 그를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패권주의로 해석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대응하는 게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의 ‘말없음’은 내부 갈등을 키우기도 한다. 명확한 지침이 없다보니까 내부 혼란이 발생한다. 지금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는 이유도 그의 말없음이 수동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문 후보도 대중 앞에서 하는 말이 많아졌다. 하지만 내부에서 회의를 하거나 관계자를 만날 때 여전히 말하기보다 듣는 쪽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태도로 인해 선거캠프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대선후보 본인이 아닌 주변 결정에 의해 캠프가 끌려갈 경우 우왕좌왕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보다는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문 후보가 내각의 총리나 장관과 갈등을 빚을 때 침묵으로 대응할 경우 문제가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


“마! 고마해라”의 의미

문재인 후보는 민주화운동을 할 때도, 그 이후에도 표면에 나서기보다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간사 노릇을 주로 했다. 대학에서도 학생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재판 때도 간사 노릇을 했다. 간사가 하는 일은 다수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문 후보는 변호사로 활동했다. 결정은 변호사가 아니라 판사가 한다. 일단 판사가 결정하면 변호사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국내 문제를 다룰 때와 외교 문제를 다룰 때 태도가 달라진다. 외교 문제에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의 대상이 존재한다. 그럴 때 문 후보는 한계를 인정한다. 하지만 국내 문제에서는 다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한 외교 문제에서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보수의 의견을 포함해 합리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보수를 설득할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문 후보는 4월 2일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채용 의혹을 제기하자 “부산 사람은 이런 일을 보면 딱 한마디로 말한다. 뭐라고 하냐면 마! 고마해라(라고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웬만해서는 이런 방식으로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자식 문제이기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리라 짐작하지만 여기에는 부산이라는 장소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문재인도 부산 사람이고 안철수도 부산 사람이다. 안철수 후보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이후 서울에서 살았다. 문재인 후보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부산으로 내려가서 변호사 생활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에는 경남 양산에서 생활했다. 그렇기에 그가 정말 하고자 했던 말은 “마! 고마해라”가 아니라 앞의 “부산 사람”이 아니었을까. 진정한 부산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보자는 멘트였을 것이다.



의도치 않은 정치 입문

안철수 후보는 왜 또다시 대통령 후보에 나선 것일까. 얼핏 생각하면 안철수 후보는 벤처사업가이기 때문에 굉장히 도전적일 것 같다. 하지만 그를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낯가림이 심하고 강박적이라고 말한다. 강박적인 사람은 뭔가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 가지를 선택해도 또 다른 것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하게 된다. 안철수연구소를 열고 얼마 안 돼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e메일로 회사 업무를 봤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안철수 후보는 정치와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에서 계속 권유가 들어와도 정치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 그는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 정치를 하다보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복잡한 대인관계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정치를 기피했던 것이다.

하지만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정치인 출신 대통령에 피로감을 느낀 대중은 개발과 성장을 내세운 이명박을 선택했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큰 박수를 받지는 못했다. 기성 정치인도 싫고 운동권 출신 정치인도 싫은 이들은 안철수에게 열광했다. 과거 정치권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국민이 자신을 선택했을 때는 거부할 수 없었다.

안철수 후보는 어려서부터 두려움이 많았다. 의대에 가기는 했으나 해부학 실습이 힘들어서 그만둘 위기도 있었다. 인턴, 레지던트 과정이 두려워서 임상의사를 포기했다. 시술을 하는 것도 불편했고, 위계질서가 분명한 의국생활도 버거웠다. 그래서 선택한 게 기초교수였다. 하지만 그조차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그만뒀다.

대학에서 나온 뒤 처음에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만들려 했으나 자금 지원이 안 되자 아예 벤처 창업을 했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성공한 인생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임상의사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컴퓨터 바이러스를 고치는 의사가 되게 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낡은 정치와 싸우는 ‘백신맨’이 됐다. 그래서 정치를 거부하지 못한 것이다.


“두려움을 안고 광야에 서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을 때 안철수가 양보한 것은 두려워서였는지도 모른다. 아직 준비가 덜 됐던 것이다. 서울시장을 양보하자 그다음에는 대선후보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했다. 그런데 마음이 편해지기는커녕 괴로웠다. 기껏 포기했더니 박근혜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후보가 공동대표로 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면서 발표한 기자회견문 제목이 ‘다시, 두려움을 안고 광야에 서서’였다.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는 선언 앞에는 “허허벌판 혈혈단신 나선다”는 대목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과거 두 차례의 양보로 생긴 ‘철수한다’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끝까지 대권에 도전할 것이다. 어쩌면 될 때까지 도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소몰이 웅변 화법은 과거의 안철수와 많이 다르다. 안철수는 연구하는 스타일이다. 자신의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 연구하고 또 연구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목소리에 대해서도 생각했을 것이다.

조용히 얘기할 때 안 후보의 목소리는 자분자분 듣는 이를 설득하지만 목소리가 커지면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줬다. 아쉬운 것은 단조로운 목소리 패턴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문어체 어법은 어릴 때 생겼다. 안 후보 어머니는 안 후보에게 존댓말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안 후보 역시 어머니에게 존댓말을 써야 했을 것이고 그것이 문어체의 감정 변화 없는 말투로 굳어진 게 아닐까 싶다. 안 후보의 변화는 달라진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마치 고객이 바뀌면 상품을 바꾸듯 지지층이 바뀌면서 정치적 태도도 바꾸고 있다. 그는 기업인이고 마케팅에 익숙하다. 그에게 표를 얻는다는 것은 안랩 백신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즉 고객에게 어필해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지지자들은 20~30대였다. 그래서 20~3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 그의 핵심 지지층은 60~70대다. 이제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과거의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면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지금의 안철수는 먼저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대통령이 되면 고객인 국민에 맞춰서 그의 생각은 또다시 바뀔 것이다.

최근에 문재인과 안철수가 서로 인사하는 모습이 언론에 많이 노출됐다. 2017년 4월 12일 여의도 FKI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7 동아 이코노미 서밋에서 악수하는 모습을 보면 문재인 후보가 웃으며 앉아 있는 안철수 후보에게 다가서지만 안 후보의 표정은 냉랭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후보의 개헌 관련 의견 청취를 위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악수할 때도 마찬가지다.

과거 같으면 안 후보는 어색하고 수동적인 웃음을 보였겠지만 지금은 웃지 않는다. 불편하고 적대적 관계인 사람 앞에서 억지로 웃는 것은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이제 억지로 웃지 않는다. 문재인이 두렵지 않은 것이다. 예의를 벗어던지고 싸우고자 한다. 그런 태도를 통해 안철수는 패배의 두려움을 벗어던지려 한다.

홍준표 지사는 거침이 없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충동성은 부주의함을 동반하는데, 홍 지사 옷차림을 보면 뭔가 엉성하다. 홍 지사가 검사 시절 거물을 상대로 수사한 것도 일정 부분 충동성 때문에 가능했다.

보통 검사들은 거물을 건드리면 이렇게 될까 저렇게 될까 고민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충동성이 강하기에 일단 생각하면 해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 그만하라고 찍어내리면 욱하는 마음이 강해진다. 어떻게든 수사를 진행하고 마는 것이다.


웃길 줄 아는데 고뇌가 없다

정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보통 정치인은 발언을 할 때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말한다. 반면 충동성이 강한 사람은 일단 말하고 본다. 그래서 홍 지사는 “노무현 정부는 뇌물로 시작해 뇌물로 끝났다” “안철수는 얼치기 좌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춘향인 줄 알고 뽑았는데 향단이어서 국민들이 분노한 것이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홍 지사의 지지자들은 그의 한마디가 시원하다고 생각한다. 홍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그의 말과 행동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홍 지사의 ‘아니면 말고’ 스타일 말투는 트럼프와 유사하다. 그래서 ‘홍트럼프’라는 별명마저 생겼다. 그는 왜 대통령이 되려는 것인가.

나는 홍준표 지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홍 후보가 MBC개그맨 공채 응시원서를 제출했던 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신입생 환영회 등 행사 때면 개그본능이 폭발했다고 한다. 충동적으로 남을 웃기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멈추지 못하는 것이다. 홍 후보는 이런 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법을 알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본인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사태가 전개될 때 수습하는 데에도 탁월하다는 것이다. 막다른 상황에 몰려도 포기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낸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려면 그 자리에 필요한 무게를 갖춰야 한다. 대중에게 고뇌하는 모습, 슬퍼하는 모습, 위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가 적절하게 침묵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올라갈 것이다. 경남도지사 퇴임 연설 도중 눈물을 훔치는 것 같은 모습이 필요하다. 반대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보여준 ‘세탁기 발언’과 같은 언행은 피해야 한다. 그래야 길게 보았을 때 대권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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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대통령의 조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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