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불도저, 박근혜=촛불, 새 대통령은?
- ‘심리적 테러’ 당한 국민이 원하는 ‘치유의 리더십’
- 따뜻한, 인자한, 다정다감한, 정직한, 믿음직한, 듬직한, 후덕한, 중후한
기존 여론조사는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만 묻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말이나 글로 이상적인 대통령상에 대해 기술하라 해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간단하지만 그 속에 포함된 의미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 말이나 글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읽고 분석하는 조사 기법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이 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500명이 넘는다. 이제부터 여러분도 이 실험에 참여해보기 바란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상
결과부터 발표하면 올해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가장 매력적인 사진은 3번 ‘포옹’이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따뜻하게 포옹하는 모습이나 도란도란 살갑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다음 대통령에게서 바라는 이미지로 제시했다.
국민이 어떤 대통령을 원하느냐엔 정답이 없다. 힘의 상징인 ‘불도저’가 선택된 시기도 있었다.
2007 년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한 해였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혈투를 벌였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로 국민의 불안감은 나날이 고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의 참여라는 시대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넌더리가 난 국민들은 2007년 강력한 추진력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불도저 같은 인물을 원했다.
이쯤 되면 많은 사람이 고고하게 타오르는 촛불을 선택한 해를 짐작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한 2012년이다. 역설적이게도 고고하게 타오르는 촛불 이미지의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든 촛불에 의해 탄핵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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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과 맞잡은 손
국민은 국민 위에서 군림하고 권력욕에 사로잡힌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은 대국민 정책서비스 최고책임자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우리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진 대통령을 원하는지 정성적 기법으로 물어본 결과, 정감 있는 따뜻한 대통령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불도저 같은 돌파형 리더십은 더 이상 우리 국민이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다. 카리스마, 결단력, 추진력은 지도자에게 필요한 능력이지만 정치적, 경제적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에게는 치유의 리더십이 더 필요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새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따뜻한, 인자한, 다정다감한, 정직한, 믿음직한, 듬직한, 후덕한, 중후한 등으로 표현된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이미지들이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세대와 이념 간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탄생하는 대통령이기에 균형감을 가지고 국민들을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것을 표현하는 것이 다채로운 색상의 색연필(사진8)이다. 이는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용하고 포용할 줄 아는 대통령’을 원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손에 손을 맞잡은 모습(사진9)은 ‘서로 협동하면서 하나가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대통령’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이처럼 이미지 조사는 국민이 마음속에 그리는 바람직한 대통령상을 찾는 데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좀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법, 현장에서의 동향조사 등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좋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어떤 이미지를 갖춰야 하는지를 알아보려는 시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설령 그러한 시도를 했다 해도 번번이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에 파묻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과반 득표로 당선을 한 대통령은 국민에게 실망만 안겼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한 대통령도 성공적인 대통령은 되지 못했다. 만약 지도자가 국민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읽고 스스로 성찰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이나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지도자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대통령 후보들은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국민이 왜 따뜻한 포옹이나 정감 있게 대화를 나누는 이미지를 선택했는지 주목하기 바란다. 선거 때만 한 표를 얻기 위해 정치적으로 시도하는 포옹이 아니라 상처받고 지쳐 있는 국민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오바마식 포옹’이라야 한다. 만약 후보자의 정책도, 도덕성도, 비전도 잘 모른다면 주저할 것 없이 ‘포옹하고 싶은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