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직격 인터뷰

“안보정책 조언 못할 바엔 장성 출신들 대선캠프 나와라”

3사 출신 육군대장 박성규 前 1군사령관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안보정책 조언 못할 바엔 장성 출신들 대선캠프 나와라”

1/4
  • 박성규 전 1군사령관은 육군삼사관학교, 비영남 출신으로는 드물게 4성 장군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군인은 군복을 벗었더라도 국민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그가 각 당 대선 캠프에 몸담고 있는 장성 출신 영입인사들을 향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던진 쓴소리는 차기 대통령이 국가안보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성규(65) 전 1군사령관은 1972년 6월 육군삼사관학교에 입교해 2013년 9월 말까지 41년 3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수호했다. 전역 후엔 여주대학 군사학부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군사문제연구소 고문으로 국가안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40년 넘게 군 생활을 하고, 육군대장까지 지냈다는 것은 군과 국가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것이다. 나라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웃었다.

흔히 ‘연줄 사회’라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군은 육군사관학교, 대구경북(TK) 출신이 주류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육군삼사관학교를 나왔다.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별을 다는 것도 어렵지만, 4성장군에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1960년대 후반 설립된 육군삼사관학교 출신 5만여 명 중에서 별을 단 사람은 170여 명에 불과하고, 4성장군은 단 3명뿐이다. 그나마 TK 출신이 아닌 경우는 박 장군이 유일하다.



비TK 삼사 출신 대장 신화

-대장까지 올라간 비결을 꼽는다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상급자를 많이 만나 리더십 등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특히 이남신 전 합참의장의 리더십을 본받으려 노력했다. 또한 내가 승부 근성이 강한 편이다. 운동이든 사격이든 다른 부대에 지는 걸 싫어했다. 그런 면에서 좋은 부하들을 만났다(웃음). 굳이 하나 더 꼽자면, 쉬운 길을 가려고 하기보다 정도를 걸으려 노력했다. 그게 윗분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다.”

-40년 넘게 군 생활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진급에서 탈락도 많이 했고, 말 못할 아픔도 많이 겪었다. 특히 이사를 34차례까지 세다 포기했을 정도로 자주 하다 보니 가족들에게 늘 미안했다. 때론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군 생활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속상했던 적이 있다면.
“지금 우리는 북한의 치명적인 핵위협 아래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를 남 일처럼 여기는 국민이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 또 하나, 한미연합훈련은 대한민국을 적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훈련이다. 훈련 전에 한국군과 미군 지휘관들이 모여 작전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이 있는데, 내 나라 내 땅에서 내가 싸우는 훈련인데도 간혹 한국군 지휘관들은 소극적이고 미군들이 더 적극적일 경우가 있다. 우리 군이 더 적극적으로 훈련을 주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한국군 지휘관들이 소극적인 건 그만큼 모르기 때문인가.

“전문성이 부족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토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어서 말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나라의 문제인데 소극적인 모습은 좋지 않게 보일 수밖에 없다.”


“얼굴마담 되지 마라”

예전엔 군 장성 출신이 보수정당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야당에 들어가면 큰 사건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야당 캠프에 군 장성 출신이 넘쳐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특히 문재인 캠프에서는 장성 출신을 100명 넘게 영입했다고 공언할 정도다. 안철수 캠프에도 최근 군 장성 출신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야기는 많은데, 내가 아는 분들은 대부분 지난 2012년 대선 때 이미 문 후보를 지지한 인사들이다. 아직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새로운 인물로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제안을 받았나.
“몇 곳으로부터 받기는 했지만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후보의 가치관이 나와 맞아야 한다.”

-군 장성 출신들이 갑자기 야당에 줄을 서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헌법이 인정한 정당이면 보수든 진보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본다. 장성들은 조직 및 경영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인재들이다. 능력을 갖춘 예비역 장성들이 각 정당에 골고루 분포해 국가안보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군 경력을 이용해 한자리 차지하려는 사심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예비역 장성들이 각 후보 캠프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보나.
“각 후보 진영에서 국방정책에 대한 정리된 공약이 나오지 않아 평가하기 이르지만, 그동안 후보들이 한 말을 보면 ‘캠프에 들어가 뭐하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 후보들이 그런 말을 하는데 장성 출신들이 아무런 조언을 못한다는 게 우려스럽다. 캠프에 들어갔으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당의 안보정책과 주요 쟁점에 대해 확실하게 방향을 설정해줘야지 얼굴마담 노릇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지 못할 바엔 캠프에서 나오라고 소리치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문제라고 보는가.
“먼저,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자는 주장이다. 지금도 병역 복무기간이 21개월밖에 되지 않아 병력 충원과 신규 교육으로 인적·물적 자원 낭비는 물론 전문성과 숙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2022년부터는 적정 군 병력 유지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모병제 주장도 그렇다. 모병제를 통해 적정 병력 유지가 가능한지, 양질의 자원 모집이 가능한지, 돈을 바라보고 온 군인들에게 충성심과 국가관을 어떻게 정립시킬 것인지, 적정 예산은 가능한지 등을 따져볼 때 시기상조라고 본다.”



사드 배치와 국가이익 우선순위

-괜찮은 공약도 있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군 구조를 재설계해야 하는 게 당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군이 기본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한국형 3축 체계’인데, 이를 위해선 각 군에 산재하는 것을 통합 운영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미사일 전략 사령부 창설’은 적절한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권에서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으로서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 사드 배치는 이미 국가 간에 약속한 것이다. 사드 배치를 미루면 중국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한미동맹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는 국가 수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후보에게 그런 충언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나마 안철수 후보가 찬성 쪽으로 변화한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드 배치가 군사적 측면에서는 필요할 수 있지만 중국과의 마찰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지 않나.
“국가 이익 차원에서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에 정의한 국가목표를 보면 국가 이익을 크게 생존(안보), 번영(경제), 민주, 통일, 세계평화 기여로 정리할 수 있다. 사드 배치 문제는 국가 이익 중 생존(안보)과 번영(경제) 요소가 상충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국가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울 때는 우선순위를 적용해야 하는데, 북핵의 위협이 당면한 상황에서는 생존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그는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준비과정이 너무나 아쉽다”고 탄식했다.

“사드 배치는 국방부는 물론 국가적 차원의 중요 결심 사항이다. 따라서 결심을 위한 조건을 세부적으로 발전시켜 설정하고, 이것이 어느 정도 충족된 후 추진해야 했다. 그런데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국민마저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보다 조건 충족이 우선

-한미동맹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후보도 있다.
“동맹은 외부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둘 이상의 국가 간에 맺는 공식적 연대 관계로, 국력과 군사력을 증진하는 수단이며 국가 간의 상호 관계를 증진하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나라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으려고 노력해왔다. 특히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국방의 처음이자 끝이며, 국가 이익 핵심 중 하나다. 한미동맹 빼고 대한민국 국방은 생각할 수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국내에서도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미동맹은 미국에도 국가안보전략상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에도 굳건하게 유지하려 할 것으로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북핵 및 주변국과의 문제 등을 해결함에 인식과 노력을 함께할 수 있도록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조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후보들 공약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도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시작전권 2012년 환수를 추진한 바 있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도 이를 계승해 전시작전권 이양을 서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측에서는 당초 2000년까지는 작전통제권 전체를 전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북핵 문제가 발생하자 북한 위협을 고려해 작전통제권을 전시와 평시로 구분해 평시작전통제권만 환수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은 연합사령관이 계속 행사토록 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에서 다시 논의를 요구해 2012년 4월 17일부로 환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걸 이명박 정부에선 2015년으로, 박근혜 정부에선 2020~30년으로 연기했다. 세 대통령 모두 자기 임기 내에는 하지 않고 차기 정부에 떠넘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 방향을 정해진 시간을 강조하는 ‘시간에 기초한 개념’에서 조건 충족(준비 정도)을 중시하는 ‘조건에 기초한 개념’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다.”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보는가.

“첫째 한국군의 연합방위작전 주도 능력 확보, 둘째 북핵·미사일 대응능력 구비, 셋째 전작권 환수에 부합된 한반도 지역 및 주변 안보 환경 조성이다. 이제부터는 전시작전권 환수 준비 기간을 우리 군의 전투 능력을 향상시킬 절호의 기회로 보고 앞에 제시한 조건을 세부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전시작전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한미 간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시진핑의 국방개혁


-국방개혁도 대선 때면 나오는 단골 공약이다.
“국방개혁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주요 과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국방개혁을 추진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과연 추진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할 정도로 성과가 미미하다. 문제점이 여기저기에 깔려 있는 상태다.”

-문제가 뭐라고 보나.
“우선 국방개혁 기본계획이 빈번하게 바뀌고 있다. 벌써 ‘2006~ 2020’에서 ‘2014~2030’으로 세 번째 바뀌었다. 그런가 하면 국방개혁을 주도할 국방개혁실이 2년 연장된 한시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장될 때마다 조직 명칭과 규모가 축소돼 국방개혁 추진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추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가장 큰 건 예산 문제다. 예산이 제대로 나와야 새로운 현대 무기가 들어오고 그래야 군 구조도 바꿀 수 있는데, 방위력 개선비가 소요 예산의 56~80% 수준에 불과하다.”

-해결책은.
“국방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두 가지가 관건이다. 하나는 적정 규모의 국방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 국방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2.4% 수준으로 이스라엘 등 주요 분쟁 및 대치 국가들의 4~7%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도 2015년 기준으로 중국 1158억 달러, 일본 477억 달러, 러시아 661억 달러 등 우리의 304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국방개혁에 대한 추동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국방개혁실을 상시조직 또는 장기적 한시조직으로 조정해 전문성과 의지를 갖고 추진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박 장군은 한걸음 더 나아가 “국방개혁실을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직속기관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국방개혁추진위원장(중국 공산당 중앙 군사위원회 국방 및 군대 개혁심화 연도소조 조장)을 맡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사례들을 보더라도 국방개혁은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추진됐다. 우리도 국방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


평화는 힘을 통한 억제

-사병 월급 인상 공약도 있더라.
“선거 때마다 군 제도를 손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봉급 올려주는 게 군 사기를 올리는 건 아니다. 군 사기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내적인 정신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풍족한 의식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국민의 신뢰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다. 군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군 사기와 관련해 우리 군은 북한의 수차례 도발에도 제대로 된 응징을 한 적이 없다.
“맞는 말이다. 1953년 한미동맹이 결성된 이후 우리는 군사 부문에서 자율권을 상실해왔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안보 딜레마였다.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 도발에 대해 자유롭게 군사력을 사용할 수 없었으며, 그 결과 북한은 남한의 응징보복 불가론을 신뢰하게 되었고 남한의 억제정책을 불신하게 되었으며 우리 국민에게는 우유부단한 전쟁관을 심어주게 되었다.

이제 과거와는 달리 자율권 행사의 폭과 질이 달라진 만큼 북한 도발에 대한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평화는 힘을 통한 억제에 의해 가능하다. 북한이 도발했을 때 강력히 대처하는 것은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협하는 연결고리를 끊어버리자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다시 한 번 각 당 대선 캠프에 참여한 예비역 장성들에게 “자신이 모시고 있는 후보들이 우리의 안보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안보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하는 박 장군의 표정에 진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1/4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목록 닫기

“안보정책 조언 못할 바엔 장성 출신들 대선캠프 나와라”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