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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포퓰리즘이다

검찰개혁 대통령 의지만으론 불가능, 국회가 힘 모아야

  • 이준일|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profyi@hanmail.net

검찰개혁 대통령 의지만으론 불가능, 국회가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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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文,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신설
  • ● 安, 수사권 분리, 공수처 신설, 기소배심원제 도입
  • ● 洪, 경찰에 영장청구권, 검찰총장 외부 영입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실시된다.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으로 대통령이 파면되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해야 하므로(헌법 제68조 제2항)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선거운동기간도 짧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를 준비할 시간도 별로 없다.

대통령의 파면 이후 신속히 움직인 각 당은 대선후보를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목을 끄는 주제는 사법개혁의 한 축인 ‘검찰개혁’이다. 대선 때마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등장했기에 이번엔 실제로 개혁안이 관철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검찰 기득권 깨부수기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검찰로부터 수사권 부분을 떼어내 경찰에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법관과 검사, 고위공무원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도록 하는 검찰개혁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검사 출신으로 검찰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홍준표 후보는 헌법을 개정해 경찰에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주고, 검찰총장은 자체 승진을 금지하면서 외부 영입을 추진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당내 경선을 거치며 돌풍을 일으켜온 안철수 후보는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하고 공수처를 신설하는 방안과 함께 기소배심원제를 도입해 검찰이나 정치 관련 사건, 소위 권력형 사건에서 권력비리의 담합으로 불기소가 남용되지 않도록 통제한다는 독특한 개혁안을 제시했다.

지지율이 아직 한 자릿수에서 답보 상태인 유승민 후보는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하고 공수처를 신설하겠다는 대동소이한 검찰개혁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일한 여성으로 기대를 모으는 심상정 후보는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대안으로 지방검찰청장을 주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전반적으로 대선후보들은 무소불위와도 같은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현재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구조를 깨뜨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해 기존의 경찰이나 별도의 수사기관에 주겠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동안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고위공직자 수사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에 따라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독립된 국가기관인 공수처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한다.

심지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성을 강화하려 지방검찰청장을 선출직으로 바꿔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주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도록 하겠다고도 공언한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함께 검찰권 남용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기소편의주의를 깨부수려 기소 여부도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배심원제로 운영하겠다는 파격적 공약도 제시한다.

수사권 분리든 공수처 신설이든, 지방검찰청장 주민선거든 기소배심원제든, 모두 검찰 권력을 상당히 제한하는 일이라 만만치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기득권을 가진 검찰의 저항을 이겨내고 실제로 검찰개혁을 관철하는 입법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공수처’ 설치는 옥상옥?

대통령을 파면시킨 게이트가 발생한 지난해엔 유독 검사 출신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될지 우려됐고, 실제로 수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공수처 설치 주장이 다시금 힘을 얻었다. 전직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 로비 의혹, 현직 검사장이던 진경준 씨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우병우 씨 사이에 일어난 특정 기업의 공짜 주식 취득과 처가 땅 매입과정 개입 및 검사장 승진 과정에서의 부실한 인사 검증에 관한 일련의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지만 검찰 수사는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고위공직자에 대한 ‘봐주기식 수사’라든지 ‘제 식구 감싸기식 은폐’라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사실 검찰 출신뿐 아니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재벌 등 힘 있는 사람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의 비굴한 행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검찰과 함께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는 별도의 국가기관을 두는 ‘공수처 설치안’에 대해선 일종의 옥상옥(屋上屋)식 해결 방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 출신 고위공직자 수사를 위해 독자적 기관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수사기관인 공수처 출신 고위공직자의 수사를 위해 또 하나의 수사기관이 필요하고,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불필요하게 국가기관 위에 또 다른 국가기관을 설치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옥상옥이 될 국가기관을 설치할 수 없어 공수처 출신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더욱이 공수처 수장과 구성원에 대한 인사권을 누가 갖고,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독립성이 얼마만큼 확보되는지에 따라 공수처의 성패가 좌우되므로 공수처 설치 자체만으로 그 성공적 활동을 단언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청와대의 비리를 감찰하다 해체된 특별감찰관실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검찰이 기소권만 갖고 수사권은 경찰 등 별도의 수사기관에 부여하는 ‘수사권 분리안’에 대해선 검찰이 기소와 공소유지에만 전념하게 하려는 본래 취지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하지만 분리된 수사권을 경찰에 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들어 넘길 것인지, 그리고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경우에 지금보다 강화된 권력을 갖게 되는 경찰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검찰에 부여된 수사지휘권을 좀 더 강화할 것인지 등을 두고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영장청구권의 딜레마

검찰 대신 새롭게 수사권을 독점하게 된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수사권 분리안은 현실적으로 관철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경찰이 검찰을 대신하는 새로운 권력기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차라리 검찰이 수사권을 계속 갖는 것이 최악을 피하는 차악이라는 의견이 제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에 수사권을 독점시키는 문제는 경찰의 수사 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과연 경찰이 현재 수사권을 독점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현재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분리해 경찰이나 별도의 수사기관에 준다 해도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한 헌법에 따라 영장청구권을 갖지 못하는 경찰이나 새로운 수사기관은 여전히 강제수사에 필요한 영장의 청구를 위해 검찰의 눈치를 봐야 한다. 체포나 구속, 압수나 수색과 같은 강제수사를 위해선 검사가 청구하고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이 필요하다는 게 헌법의 요청(헌법 제12조 제3항)인데, 강제수사에 필수적인 영장청구권을 갖지 못하는 경찰이나 그 밖의 수사기관의 수사권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 출신인 홍준표 후보는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질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해 경찰에 부여하는 건 지난한 작업이다. 더욱이 경찰에 강제수사에 필수적인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는 건 그보다 훨씬 힘든 작업이기에 홍준표 후보의 이런 주장이 현실성을 갖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차라리 검찰개혁을 위해 헌법을 개정한다면 검찰과 그 밖의 수사기관에 대해 그 설치 근거를 헌법에 명시하고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 그 권한을 분명히 설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수사권이나 기소권 혹은 검찰조직에 관한 헌법 규정이 없는 한 공수처 신설이든 수사권 분리든 지방검찰청장 주민직선제든, 이는 모두 법률 제정이나 개정으로 가능한 사안이다. 헌법은 검사를 영장청구의 주체로만 언급하기에 검찰이 헌법기관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헌법기관은 법률로 폐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법률로 박탈할 수도 없다. 헌법이 영장 청구기관을 검사로 규정한 이상 법률로 검사제도 혹은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을 폐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방검찰청장 직선제의 맹점

하지만 헌법은 영장청구권 외에 검사 혹은 검찰의 권한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법률 제정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는 별도의 국가기관을 설립하는 건 가능하다. 이렇게 설립된 국가기관의 강제수사권을 보장하기 위한 영장청구권이 문제될 수 있지만, 이 국가기관의 구성원에게도 검사의 지위를 부여하면 문제는 예상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이로써 오로지 검찰만이 기소권을 갖는 기소독점주의 원칙과 오로지 검찰만이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소편의주의 원칙이 완화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권을 갖는 관할 사항에 대해선 여전히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라는 원칙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로 남는다.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수사 혹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은 검찰이 조직상 행정부에 소속돼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만 문제의 본질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 승진과 보직, 특히 검사장 승진에 목표를 두는 검사들로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을 통해 인사 검증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차라리 인사권을 지방검찰청장에게 주고 지방검찰청장은 주민 선거로 직접 선출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검찰청장 직선제는 되레 검찰의 정치화를 재촉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소 여부를 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의지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철폐하려면 기소배심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국 법제도에서 배심제는 여전히 익숙지 않다. 그리고 기소는 재판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기소 여부를 법조인 자격을 갖지 않은 일반 시민이 결정할 수 있다면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와 관련해 헌법적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정권을 잡지 못한 야당 시절엔 공수처 신설에 찬성하다가도 정권을 잡아 여당이 되면 곧바로 자신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야 하는 공수처 신설을 반대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정치권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태도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수처 신설이든 수사권 분리든 지방검찰청장 주민직선제든, 결국 국회가 법률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 실현해야 할 공약들이다.

단지 대통령의 의지만으론 불가능하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회의 세력이 힘을 모아야 실현될 수 있는 공약이라는 뜻이다. 국회도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위해선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이번엔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 염원을 담아 새 대통령과 국회가 뜻을 모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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