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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中외환보유고 날로 먹으려는 장사꾼”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이문기|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트럼프는 中외환보유고 날로 먹으려는 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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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T-X 대결은 장사꾼 vs 정치인 다툼
  • ● 中 약한 고리 통상·무역부터 공격
  • ● Xi, 韓<미국의 아바타> 때리며 업어치기 노려
  • ● 美·中 ‘사드 인질’…희생양 될 수 있어
전병서(56)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일했다. 손꼽히는 실물경제 중국통(中國通).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 칭화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 ‘경제수도’ 상하이(上海) 푸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로 일했다. 

IB 뱅커로 일할 때 한국 최초로 ‘차이나 리서치’와 중국기업 한국 상장 업무를 시작했다. 중국 선박금융·부동산 투자 업무도 진행했다. 베이징, 상하이의 중국 기업인과 교류하면서 중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속내도 살펴봤다. 저서로는 ‘중국 100년의 꿈, 한국 10년의 부’ ‘중국의 大전환 한국의 大기회’ ‘한국의 신부국론, 중국에 있다’ 등이 있다. 



‘투키디데스 함정’ 벗어난 中

中·国·通 5회 주제는 실물경제에 천착한 금융인의 눈으로 본 ‘T-X(Trump-Xi) 시대, 중국경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이다. 3월 27일 서울 광화문 미래전략연구원에서 전병서 소장을 만났다.그는 “T-X 시대, 미중 간 대결은 장사꾼과 정치인의 다툼”이라면서 “‘사드 인질’로 잡힌 한국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스마트한 라이프(정보경제), 두툼한 지갑(위안화 국제화), 적절한 체력(인구와 건강), 깨끗한 신체(환경)로 거듭난다”면서 “한국경제는 중국 ‘100년의 꿈’과 경쟁할 생각을 접고 어떻게 올라탈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철강과 시멘트의 나라에서 모바일과 금융의 나라로 탈바꿈한다”면서 “입고 먹고 쓰던 제품을 중국에 가져가 팔면 잘되던 시대는 끝났다”고 덧붙였다.



-T-X 시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어떤 양상일까요. 트럼프 당선 이후 ‘트럼프의 미국’과 관련해 4가지 특징이 꼽혔죠. 첫째, 미국우선주의. 둘째, 경제민족주의. 셋째, 국제 관계에서의 거래(deal) 지향성. 넷째 대(對)중국 강경노선이 그것입니다. 앞의 셋은 예상대로인데 대중 정책과 관련한 워싱턴의 정책기조가 혼란스럽습니다.

당선인 시절 트럼프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는가 하면 중국에 강경한 참모들이 배치됐습니다. 반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3월 18, 19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협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냈고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중 정상회담도 ‘탐색전’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양상이기에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겁니다. 미중 대결은 정치인-정치인의 충돌이 아니에요. 장사꾼-정치인이 부딪칩니다. 시진핑(習近平)은 뼛속까지 정치인인 반면 장사꾼이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장사꾼처럼 일하니 미국인도 당황스럽고, 세계도 어지럽습니다.”

-미중이 무역·통상 분야에서 충돌할까요.

“현재는 두려움이 충돌하는 단계입니다. 미국의 두려움은 2등의 부상이에요. G1은 G2가 급격하게 성장하면 공격하려는 욕망을 갖습니다. 미국이 최근 100년간 넘버 2를 다룬 방법이 있어요. 40% 룰이 그것입니다. 2등의 경제력이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40%를 넘으면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소련이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을 뒷배로 시장화·자유화 바람을 집어넣은 후 사지를 해체했습니다. 일본이 파죽지세로 커 올라오자 1985년 ‘플라자 합의’라고 이름 붙인 ‘금융의 칼’로 무장해제했고요.”


바다에 대한 공포

인류 역사에서 패권국가는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나라가 나타다면 견제하거나 손을 보곤 했다.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침공한 게 일례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이름을 따 1등이 2등의 부상을 두려워해 전쟁을 일으키려는 욕망을 ‘투키디데스 함정(Thukydides Trap)’이라고 일컫는다.

“패권국 미국이 칼을 빼드는 임계점은 도전국의 GDP가 미국의 40%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소련은 붕괴했으며 일본은 플라자 합의를 빌미로 엔화를 절상시켜 20년간 죽여놓습니다. 중국이 부상하자 워싱턴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해 베이징을 견제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투키디데스 함정을 벗어났습니다. 중국 GDP가 미국의 61%까지 올라갔거든요. 트럼프는 불운한 대통령이에요. 미국이 지금처럼 강한 넘버 2를 상대해본 적이 없습니다.”

-중국이 느끼는 두려움은 뭔가요.
“바다에 대한 공포입니다. 1840년 아편전쟁에서 패한 후 100년간 서구의 반(半)식민지로 살았습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후에도 공산주의자들의 정책 실패로 1978년 개혁·개방 이전까지 가난했고요. 아편전쟁 때 서구 열강이 남중국해를 통해 중국으로 밀려들었습니다.

중국이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시설을 짓는 것은 바다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미국은 바다에서 중국을 포위해 가둬두려 하고요. 중국 해군이 미군 제7함대를 뚫고 태평양으로 나가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금권욕 vs 패권욕

-트럼프는 취임 첫날(1월 20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율을 부과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고요.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그것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누가 더 양보하느냐의 게임 이론으로 갈 확률이 높아요. 2등이 약한 부문에서 힘겨루기를 시작할 겁니다. 첫째가 무역, 둘째가 금융입니다. 무역, 금융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때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것이죠. 넘버 2를 굴복시켜 큰 파이를 얻는 게 트럼프의 목적이겠죠. 중국의 약한 고리인 통상과 금융에 주사를 놓을 겁니다.”

-트럼프가 1987년 쓴 ‘협상의 기술’에 옵션의 최대화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협상하기 전 위협적 메시지를 보내놓아 실제 협상 시 운신할 폭을 최대한 넓히라는 겁니다. 위협에 대한 상대의 반응에 따라 호의적으로 나갈지, 더 강력하게 윽박지를지 선택하는 거죠. 4월 6, 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습니다. 워싱턴은 앞으로도 경제·통상 분야에서 실익을 추구하려 하고, 베이징은 외교·안보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후퇴시켜주길 원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O(Obama)-X와 T-X 시대의 차이는 앞선 시대가 패권 대 패권, 즉 정치의 대결이라면 현재는 돈에 관심을 가진 쪽과 패권에 관심을 둔 쪽의 다툼이라는 점입니다. 금권에 대한 욕심이 패권 의지와 충돌하는 거예요. 중국 군사력이 아직은 미국의 30% 수준입니다. 미국이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관리할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트럼프가 탐내는 건 중국의 돈이에요. 트럼프의 당선에도 국가의 금고를 채우라는 미국민의 요구가 영향을 미쳤고요.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이 보유한 달러 자산이 미국으로 이전된 전례처럼 3조 달러(2017년 1월 현재 중국 외환보유고는 2조 9982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날로 먹으려는 겁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중국산 제품에 관세율 45%를 부과하는 게 실현 가능할까요.

“통상 문제는 드라이브 샷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언 샷이에요. 미국 소비자가 45% 관세율을 버텨낼 수가 없어요. 3억2000만 인구가 사용하는 생필품을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100달러 제품이 145달러로 오르면 미국의 개인이 견뎌내겠습니까. 환율조작국 지정은 최근 10년간 선거철만 되면 미국 의회에서 발의된 사안입니다. 중국이 포함된 적은 없어요. 드라이브 샷으로 날린 통상과 환율은 협상 카드예요. 아이언 샷은 ‘자본·금융시장을 개방하라’는 것이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4월 6,7일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100일 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확인했으나 북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붙잡고 있어야 인질”

-베이징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업어치기하려 하겠죠.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한국처럼 자본·금융시장을 통째로 여는 바보짓은 안 하죠. 적절한 수준의 개방을 통해 중국에 들어온 외자를 산업 구조조정 등에서 약(藥)으로 쓰려고 할 겁니다. 적절한 수준의 개방은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되고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3월 15일 막을 내린 2017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업무보고에서 외국기업을 중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을 향해 협상 카드를 던진 것이죠.” 

-사드 보복은 어느 수준, 어떤 강도까지 갈까요. 중국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다음주에 중국에 가는데 입 조심, 몸조심 해야죠. 베이징이 더 살벌해요. 상하이는 상대적으로 괜찮고요.”

-베이징이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시범 케이스로 걸린 것 같아요. 처절하게 후회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한류는 자연스레 소멸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입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와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를 손보는 것도 피할 수 없다’고 논평합니다.

트럼프가 통상과 관련해 멕시코를 시범 케이스로 때렸습니다. 멕시코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죠. 중국을 두들기기에 앞서 샘플로 보여준 겁니다. 동아시아에서도 중국을 때리기에 앞서 희생양 국가를 앞세울 수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합니다. 대만은 대중 협상용 카드지 두들길 대상은 아닙니다.

‘원숭이를 길들일 때 닭을 죽여 피를 보여주라’는 중국 언설이 있습니다. 재수 없으면 우리가 베이징을 길들이는 데 사용되는 희생양이 될 수 있어요. 중국도 희생양이 필요합니다. 시진핑은 대국을 이끄는 지도자의 힘을 인민에게 보여줘야 해요. 그렇다고 미국에 맞서면 얻어터지죠. 미국을 직접 때릴 순 없지만 아바타인 한국을 혼내주면 체면은 차립니다. 한국이 이렇듯 고약한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사드 인질’이에요. 인질은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붙잡고 있는 겁니다. 중간에 풀어주면 가치를 잃어요.”



中, 심리전에 능란해

- ‘사드 인질’이란 표현이 절묘합니다.
“경제 보복은 시작 단계입니다. 아직은, 심리전이에요. 제재를 본격적으로 한 게 아닙니다.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25%, 홍콩 포함 30%에 육박합니다. 올해 1, 2월 대(對)중 수출이 전년 대비 20% 넘게 늘었습니다. 현재는 한국 관광을 통제하고, 한류와 화장품을 제재한 정도예요. 대중 수출의 80%가 중간재, 15%가 자본재입니다. 소비재는 5%밖에 안 돼요. 소비재 중에서도 화장품, 한류에만 손댄 겁니다.

베이징의 의도가 도대체 뭘까요. 중국은 심리전에 굉장히 강합니다. 모든 조직에 선전선동부가 있는 나라예요. 한류에 손대면 TV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KBS, MBC, SBS가 뉴스 때마다 반복해 보도합니다. 한국인에게 심리적 공포감을 줄 수 있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는 아직껏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만, 단계별로 제재에 나선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외교·안보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면 제재는 계속될 겁니다.”

-대기업이 타깃이 될 수도 있을까요.
“삼성전자 반도체, LG디스플레이 LCD패널, 포스코 철강, 현대자동차를 옥죄는 방법은 세 갈래입니다. 첫째, 세무 문제. 한국 기업은 재무제표에 중국 자회사 이익을 제로(zero)나 적정 수준으로 조정합니다. 이전가격조작을 문제 삼으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노사 문제. 계약직을 두 차례 거치면 종신고용을 해주는 것으로 노동법이 바뀌었는데 한국 기업은 종신고용 전환을 잘 안 해줬습니다. 셋째, 환경 문제. 환경법이 대표자를 구속할 만큼 엄격합니다. 소방 문제를 빌미로 롯데를 손봤는데 어떤 공장이든 정도차가 있을 뿐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중국이 앙갚음하려고 벼르면 한국기업 공장 어느 곳이든 문제 삼겠으나 대기업은 손을 안 댈 확률이 높아요. 대기업을 제재하면 중국 경제에도 부담이 가거든요. 천만다행인 것은 한국 대기업들이 지방 정부 및 주민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입니다. 다만 중소기업은 언제든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중소기업은 약하기에 제재를 당하면 아프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심리전 효과가 굉장히 커요.”



‘세계의 공장’은 옛말

-한국과 중국은 보완적 관계의 통상을 해왔습니다. 한국이 그간 통상에서 이득을 봐왔습니다만 현재는 중국 제조업이 한국과 경쟁하거나 추월해나가는 형국입니다. 경합적, 경쟁적 측면이 부각되는 것이죠. 
“제조업의 중국 특수는 2014년 끝났다고 봐요. 그해가 정점입니다. 대중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해가 2013년이거든요. 한중 FTA가 발효된(2015년 12월) 이후 수출이 오히려 줄어요. 중국 제품 수입액도 2014년이 가장 많았고요. 2014년을 기점으로 대(對)중국 통상이 피크 아웃(Peak Out)했습니다.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들어섰는데도 한국 제품이 중국에서 잘나간다고 여기는 건 착각입니다.

자동차부터 봅시다. 중국에서 지난해 2800만 대가 팔렸는데 현대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6.8%입니다. 9% 근처까지 갔다가 뚝 떨어졌어요. 작년 중국에서 팔린 자동차는 세계 전체의 14%에 해당해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중국에서의 경쟁력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가 세계시장에서 1등인데 중국에서는 5위권 밖입니다. 올해 1월에는 8등을 했습니다. 애플은 5등 안팎을 오가고요. 중국 제조업이 이렇듯 급부상합니다. 한국과 제품군이 겹친다는 게 문제예요. BMW, 벤츠, 아우디의 시장에서 중국기업이 활약하는 게 아니라 쏘나타, 아반떼 수준에서 치고 들어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중국이 절절히 원하지만 갖지 못한 것을 공급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반도체예요. 한 해 21억 대의 휴대전화가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중국은 노트북, 디지털TV 최대 생산국이면서 소비국이에요.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합니다. 중국이 아직은 휴대전화, 사물인터넷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를 만들지 못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물량의 70%를 공급해요. 외교·안보 분야에서 갈등이 심화해도 삼성전자는 영향을 덜 받을 수밖에 없죠.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정보센터’로 탈바꿈했습니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수백만 달러의 크라우드펀딩이 순식간에 이뤄지는 세계 최고의 혁신 무대이면서 창업의 나라예요. 미국, 유럽, 일본을 합한 것보다 더 큰 모바일 인구를 가졌습니다. 최근 10년간 중국 대륙 전체가 공유경제 프레임으로 전환됐고요.



제조는 乙, 유통이 甲

플랫폼이 제조업을 따돌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플랫폼 경제의 용광로’가 됐습니다. 제조업에서 1위라고 자랑만 하다가는 곧바로 플랫폼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합니다. 중국의 카카오톡 격인 탄센트, 전자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보다 많은 게 현실입니다. 공유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입니다. 휴대전화, 자동차의 분기별 판매 대수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에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할 일은 중국에서 플랫폼을 확보하는 겁니다. 중국인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채널을 확보해야 해요. 휴대전화를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서 의무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에 가입시키는 방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플랫폼에 가입시켜야 해요.

그 플랫폼에서 한류, 화장품, 휴대전화, 자동차 등 뭐든 다 팔 수 있거든요.” 그는 제조업에 목매는 한국이 변화한 중국경제에 적응하지 못하면 날개 없는 추락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땅 위의 모든 공산품이 공급 과잉인 중국에서 제조업으로 승부를 내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중국 시장을 들여다보는 시각에도 전환이 필요할 듯합니다. 
“아침 일찍 회의하고, 365일 밤 새워 일해 돈 버는 구조는 한국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24시간 3교대로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산업은 현재의 어린이가 성인이 됐을 때는 한국에서 운영될 수 없습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이 최강자로 남으리라는 것도 착각일 뿐입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삼성전자가 최근 10년간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쏟아붓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레버리지로 사용해야 합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자동차도 스마트기기예요. 사물인터넷에 들어갈 메모리반도체를 중국이 아직 생산하지 못하는 것을 지렛대로 삼아 다른 것을 얻어내야 해요. 반도체를 레버리지로 삼으면 엄청난 협상력(barganing power)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지금 잘나가지만 미국, 일본이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지 않으면 생산라인이 멈춰 섭니다. 소재, 장비의 국산화가 40%가량밖에 안 됐거든요. 종국엔 미국과 일본처럼 반도체 산업을 중국에 넘겨야 합니다.

우리는 뭘 먹고사느냐. 복제가 가능한 근육산업은 중국에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포산업은 달라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매출이 수백억, 수천억밖에 안 되지만 기술은 세계 최고예요. 중국이 반도체를 만들면 만들수록 부품, 소재, 장비업체는 앉아서 떼돈을 법니다. 재주는 중국이 넘고 돈은 한국이 버는 거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버리고도 큰돈을 벌 기회가 오는 겁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일본에 넘긴 후 일본 회사에 투자해 떼돈을 벌었습니다. 일본이 한국으로 반도체 산업을 넘긴 후에도 미국과 일본이 큰돈을 가져갔고요. 삼성전자가 10조 원의 이익을 내면 외국인이 5조1000억을 가져갑니다. 삼성전자 주식의 51%가 외국인 소유거든요. 2조6000억 원을 삼성그룹이 가져가니 대한민국 개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2조4000억 원에 그칩니다.”


2020년 전면적 小康사회 건설

그는 “제조업의 시각으로만 중국을 들여다봐선 안 된다”면서 “금융으로 중국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강퉁(상하이·홍콩 증권거래소 간 교차거래 허용)과 선강퉁(선전·홍콩거래소 간 교차거래 허용)이 개방돼 개인도 중국기업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기술이나 제품을 들고 공장을 세워 들어가면 판판이 깨집니다.

중국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한 순간 한국의 경쟁자를 죽이거든요. 반면 자본을 합작하면 동지가 됩니다. 중국기업과 피를 섞으면 어떻게 될까요. 중국의 제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가만히 앉아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마산 등 수출자유지역에 미국, 일본 기업 수만 개가 있었습니다만 지금껏 남은 게 있습니까.

미국, 일본이 한국에서 못한 일을 우리가 중국에서 하겠다는 건 오산입니다. 미국, 일본이 공장을 팔고 떠난 후 한 일이 한국의 금융을 공략한 것입니다. 1984년 삼성전자 주가가 4800원이었는데 현재 200만 원이 넘지 않습니까. 400배 넘는 수익도 가능했던 거예요.” 그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중국 또한 제조대국이 아닌 금융대국으로 가는 게 강대국의 길임을 것을 명확하게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제조강국은 ‘영원한 머슴’이고, 금융강국이 ‘진정한 강자’라는 것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중국경제가 경착륙하리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융위기설도 잊을 만하면 재론되고요.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2016년의 6.7%보다 낮은 6.5%로 잡았는데요. 중국이 중속 성장 시대로 진입한 모습입니다. 

“중국에서 매년 2000만 명이 도시로 유입됩니다. 2000만 명에 대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1인당 10만 위안만 잡아도 2조 위안에 달합니다. 도시화만으로도 2~3%의 GDP 유발 효과가 있어요. 6.5% 성장목표는 그렇게 높은 게 아닙니다. 후진타오 시대 때 12%에 가깝다가 6.5%로 하락했으니, 성장률이 반 토막 난 것이라면서 경착륙론을 제기합니다만, 후진타오 시대인 2005년부터 10년간 중국 GDP가 5배 커졌습니다.

GDP 총량이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에서 6.5% 성장은 양으로 보면 엄청난 거죠. 비율만 봐선 안 돼요. 경착륙 주장은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2021년이 공산당 창건 100주년입니다.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표했죠. 2020년 GDP가 2010년의 곱절이 되는 게 공산당의 목표인데, 올해부터 매년 5.8~6.6% 성장하면 2020년 GDP가 2010년의 두 배가 됩니다. 공산당 창건 100년 목표에는 문제없이 도달합니다.”



‘혼합소유제 개혁’ 추진 중

-경착륙론자들은 금융 부실, 부동산 버블을 지목합니다. 기업부채도 GDP 대비 170%를 넘었고요.

“한국이나 중남미, 유럽에서 일어난 형태의 금융위기는 없다고 봅니다. 중국은 외환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급격한 외화 유출로 인한 위기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어요. 중국 은행의 형태는 한국의 산업은행을 떠올리면 됩니다. GDP 대비 기업 부채가 170%로 G20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만

중국의 4대 은행(공상, 건설, 농업, 중국)이 모두 국가 소유입니다. 국가 은행은 부도가 날 수 없어요. 중국에서 돈이 묶인 곳은 ‘과잉 재고’ ‘과잉 설비’ ‘부동산’입니다. 위기에 처할 만큼 돈이 묶였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중국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 비율을 높여 부채를 낮추려고 합니다. 리커창 총리가 2015년 기업공개를 미국처럼 등록제로 바꾸려 했는데 주식시장 사정으로 아직은 도입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공급측 개혁’을 벌입니다. 과잉 재고 및 설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수진작책도 썼고요. 5년째 공급측 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성과가 별로였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요. 

“중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측 개혁의 핵심을 ‘혼합소유제 개혁’으로 바꿨습니다. 생산 능력을 줄이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하다가 지배구조를 바꾸는 쪽으로 나아갑니다. 민간기업이 국유기업에 지분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의 KT가 구조조정을 거친 후 상장된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일례로 차이나유니콤이 탄센트와 알리바바를 주주로 영입했습니다. 차이나유니콤이 중국 통신업계 3등인데 주가가 최근 70%가량 올랐습니다. 탄센트는 ‘웨이신(위챗)’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데 가입자 수가 8억5000만 명입니다. 알리바바는 4억5000만 명을 확보했고요. 탄센트,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이용해 통신업계 3등을 1등으로 만드는 실험이 벌어진 셈이죠.”



“중국경제 위기설은 오해”

-부동산 시장은 괜찮을까요.
“앞으로 10~15년은 버블 붕괴 없이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산업화 시기에 서울 집값을 누가 올렸을까요?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한 이들이 끌어올린 겁니다. 한국의 도시화율이 83% 가까이 됩니다. 중국은 56%에 불과해요. 중국의 1선도시(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인구를 다 합쳐도 전체의 5%가 안 됩니다.

중국 부동산 대출은 미국처럼 파생상품이 없는데다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강력합니다. 1년 1400만 쌍이 결혼해요. 방 1400만 칸이 새로 필요합니다. 도시화가 1년에 1.36%씩 진행됩니다. 매년 2000만 명이 도시에서 새살림을 차려요. 대학 졸업생은 매년 740만 명에 달하고요. 거칠게 계산해 방 4140만 칸이 새로 필요한 겁니다.

방 3칸짜리 아파트를 1400만 가구 가까이 지어야 수요를 맞춥니다. 중국이 최근 연간 750만~800만 가구를 짓습니다. 아직까지는 공급이 부족해요. 중국의 도시화율은 적어도 70%까지는 상승해야 합니다. 도시화율이 14%포인트 더 올라가야 하므로 앞으로 10~15년 동안은 미국에서 겪은 부동산발(發) 경제위기가 일어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중국경제 위기론이 최근 20년 동안 3, 4년 주기로 반복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까지의 경착륙론은 틀렸습니다. 경제위기론이 되풀이되는 까닭은 뭘까요.
“중국경제 위기론을 누가 퍼뜨릴까요? 서방 언론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3개 매체가 앞장섭니다. 이 매체들의 특징은 금융자본을 기반으로 한 언론사라는 점입니다. 중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해야 돈을 버는 이들과 이해를 함께합니다. 3개 매체의 주장은 간결해요.

‘금융시장을 개방해야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위기를 막는다’는 겁니다. 30년 동안 미국이 주창해온 세계화는 자본의 글로벌화입니다. 모든 나라를 향해 자본시장을 열라고 외쳤습니다. 달러를 수출한 후 실물경제에서 미국이 이득을 가져가는 구조에서 중국만 예외입니다. 중국 외환보유고 3조 달러를 미국이 먹으려면 금융시장이 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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