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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인사이드

‘금융약자’ 울리는 대부업 금리 인하의 역설

설익은 규제 불법사채 시장만 배불린다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금융약자’ 울리는 대부업 금리 인하의 역설

  • ● 대부업 이용자 중 7~10등급 비중 계속 줄어
    ● 심사 강화로 대출 승인율 13.4%에 그쳐
    ●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정치적 산물’
    ● 나쁜 평판 자초한 대부업계도 반성해야
    ● 부작용 외면한 ‘묻지마’ 식 영업 자제했어야
국회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2.3%로 인하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신용대출 중단을 선언하는 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스1]

국회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2.3%로 인하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신용대출 중단을 선언하는 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스1]

“대부업 금리를 낮추면 신용등급 9~10등급에 대한 대출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감안해 (10%포인트가 아닌) 5%포인트 인하를 생각한 겁니다.”(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2015년 6월 23일,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 발표’ 기자간담회) 

4년 전,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정치권으로부터 법정 최고금리 인하 압박을 받은 뒤 관련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런 언급을 했다. 당시 야당(現 더불어민주당)은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10%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現 자유한국당)은 5%포인트만 낮춰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절충선인 27.9%로 인하하는 방안이 이듬해 국회를 통과했다. 정권이 바뀐 뒤인 지난해 2월, 법정 최고금리는 또 한 번 인하돼 현재 연 24%를 적용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대부업법 제정 후 연 66%로 정해진 이래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등 꾸준히 낮아졌다. 

최고금리가 66%에 달했을 때는 인하에 이견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속해 금리를 내리면서 점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출 금리를 낮춰 서민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과도하게 인하할 경우 대부업체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해 저신용자를 외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더 나아가 영업 자체를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간 금리 인하 과정에서 대부업체들의 대출 잔액이 줄어든 적이 없다는 점을 꼬집는다. 금리를 낮추면 저신용자가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실은 어떨까? 그간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부업 대출 잔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던 것은 사실이다. 대부업 이용자들이 최고금리 인하로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도 맞다. 대출금리가 낮아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점차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이 부각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대출 잔액이 줄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17조3487억 원으로 6개월 전보다 0.6%(983억 원) 줄었다. 대부업 대출 잔액이 준 것은 지난 2012년 6월 말 이후 처음이다.


대출 잔액·이용자 수 내리막

‘금융약자’ 울리는 대부업 금리 인하의 역설
대부업 이용자 수도 줄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을 이용하고 있는 이는 221만3000명으로 2015년 12월 말(267만9000명) 이후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자(아프로·웰컴)가 대출 잔액을 줄였고, 대출 심사 강화와 정부의 서민 금융 상품 공급 확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해석도 있다. 일부의 우려대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부업 이용자 중 7~10등급의 저신용자 비중은 2017년 말 74.9%에서 지난해 6월 말 74.3%, 지난해 말 72.4%로 줄고 있다. 이 비중은 2011년 85.7%를 기점으로 계속 내리막이다. 

심사 강화로 인해 대출 승인율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2014년 기준 대부업 대출 승인율은 24.5%였는데 지난해 상반기에는 13.4%로 하락했다. 대부업체 문을 두드린 이들 중 85%가량이 대출을 못 받았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2.3%로 인하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낮추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자 국내 대부업체 1위인 산와머니(산와대부)는 신용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지금과 같은 대출금리로는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시장 저신용자 배제 규모의 추정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로 인하할 경우 최다 86만 명의 저신용자가 대부업에서 배제될 것으로 추정했다. 대부금융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3만 명 수준이던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2016년 43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법정 최고금리의 지속적인 인하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는 분위기라면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를 돌아봐야 한다. 최고금리를 또 내려도 될지에 대해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지속적인 법정 최고금리 인하 움직임은 한국 사회가 가진 대부업에 대한 인식과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대부업을 제도적으로 양성화한 것은 2002년 대부업법을 만들면서다. 시행 초기엔 사채업자들을 양지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부업자 등록을 독려했다. 2006년에 최고 금리를 연 66%로 제한했다.


누가 보기에도 명분 좋은 ‘카드’

사채업자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금융 당국이 관리하고 있지만, 대부업에 대한 인식은 법이 만들어지기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분위기다. 수백·수천 %에 달하는 금리로 서민들을 옭아매는 ‘불법 사채업자’와 금융 당국에 등록해 법을 지켜가며 영업하는 ‘대부업자’를 제대로 구분하는 이들조차 여전히 많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업체들은 업계의 명칭을 바꾸고 싶어 한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거의 매년 중점 사업으로 대부업 명칭 변경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생활금융, 편의금융, 소비자여신금융 등을 밀고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지속해 고개를 젓고 있다. 대부업 대출 명칭이 지나치게 친숙할 경우 자칫 ‘고금리 대출을 조장한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는 금융 당국조차 대부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때마다 내놓는 ‘금융꿀팁’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부업을 이용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장기 미상환 채무에 대해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확인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물론 소멸시효가 지나도록 오래된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게 법적으로 맞긴 하겠지만, 대부업 대출은 오래되면 갚지 않아도 된다고 ‘권하는’ 것으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대부업체가 법원의 지급명령을 받은 뒤 합법적으로 추심하더라도 이의신청이나 강제집행정지신청 등을 통해 거부해보라고 하거나, 대부업자가 높은 이자를 얻을 목적으로 일부러 오랜 기간 채권추심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부업계는 “당국이 일부의 사례를 일반화해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있다며 반발했다. 

물론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정치권에서 매번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방안을 들고 나오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고금리로 서민을 힘들게 하는 대부업 대출 금리를 낮추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명분 좋은 ‘카드’이기 때문이다.


10과 5사이의 7

다시 4년 전 여야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수준을 놓고 기 싸움을 벌였을 때로 돌아가보자. 왜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은 5%포인트 인하 방안을 내놨고, 지금은 여당이 된 당시 야당은 10%포인트 방안을 내놨을까? 5%포인트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왔을까? 특별한 이유가 없다. 지난 2007년 이후 지속해 5%포인트씩 최고금리를 인하했으니 관행적으로 추진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 여야가 합의해 10과 5의 중간 정도인 7%포인트를 인하하기로 한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정치적인 산물’일 뿐이다. 

최고금리 인하에 앞서 금융 당국이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영향을 가늠해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 모양새를 갖추는 것일 뿐 ‘객관적 방식’으로 적정한 최고금리를 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를 어느 정도로 낮춰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을지 분석했다면 매번 똑같이 5%포인트씩 인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부업계는 “정부나 정치권이 대부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추기기보다는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긍정적 기능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바라고 있다. 앞선 대부업계 관계자는 “2002년 대부업법을 처음 만든 이유가 불법 사채 시장을 없애기 위해서였는데, 다시 사채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국보다 먼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인하한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 역시 최고금리를 20%로 내린 뒤 비정규직과 영세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해 문제가 됐다고 한다. 이에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 최고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니 우리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경우 일본과 비교하면 금리 인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에서는 1983년 당시 연 79%이던 최고금리를 26년간 네 차례 인하해 2010년 연 20%까지 낮췄다. 반면 한국은 지난 15년간 법정 최고금리를 여섯 차례 인하했다.


30일 무이자의 진실

[동아DB]

[동아DB]

대부업계의 반성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부업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일부 잘못된 사실에 기초한 오해로 빚어지기도 하지만, 자초한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수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대부업체 30일 무이자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웹툰이 화제였다. 당시만 해도 대형 대부업체들이 대출 영업을 활발하게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30일 무이자 대출’ 상품이었다. 

웹툰에는 대부업체가 30일 무이자라는 미끼로 고객을 끌어들여 신용등급을 떨어뜨려놓고, 이후 다른 금융사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웹툰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해당 대출 상품은 모두 사라졌다. 

웹툰 내용처럼 일부 대부업체들이 고객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30일 무이자 대출 상품을 내놓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당시 업계 안팎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 웹툰이 전혀 터무니없는 내용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금융 지식이 부족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의 경우 30일 무이자라는 말에 혹해 대부업체를 이용했다가 본인도 모르는 새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모를 리 없는 대부업체들이 무작정 대출을 늘리려고 무차별적인 영업을 했던 게 문제였다. 기존 금융사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곳이라는 긍정적 면을 강조하고자 했다면 이와 같은 ‘묻지마’ 식 영업은 자제해야 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은 자금 조달 규제 문제나 명칭 변경 문제 등을 지속해 요구하고 있지만 여론 등을 고려하면 당장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 대부업계에서 건전한 영업이 자리 잡으면 여론도 바뀌는 만큼 장기적 과제로 검토할 수는 있다”고 했다.




신동아 2019년 9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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