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도시의 내공은 뒷골목 문화에 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23-08-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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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대에 들어간 미대 지망생

    • 윤석열 대통령 부친 윤기중 교수와 인연

    • 교육부 공인 남자 가정학 석사 1호

    • 세계 절반쯤 천천히 걸어본 남자

    • 빈티지 가치는 켜켜이 쌓인 일상 추억

    • 곳곳에 가로막, 광고판에 덮여버린 서울 풍경

    • 로맨틱한 도시 완성은 패션 피플

    1982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에 입학한 박진배 교수는 한 대학에서 상대, 가정대(주생활학과 석사), 공대(건축학과 박사)를 모두 졸업한 기록을 세웠다. [지호영 기자]

    1982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에 입학한 박진배 교수는 한 대학에서 상대, 가정대(주생활학과 석사), 공대(건축학과 박사)를 모두 졸업한 기록을 세웠다. [지호영 기자]

    “미네르바, 10시 30분.”

    박진배 뉴욕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실내디자인과 교수가 만남의 장소로 고른 곳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 ‘미네르바’. 간판 아래 ‘since 1975 그때 그 모습 그대로’라는 문구는 이 가게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정확히 오전 10시 30분이 되자 가게 문이 열린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증기압으로 추출하는 사이폰 커피 맛과 1970년대 대학가 감성의 인테리어는 그대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앤티크’와 ‘빈티지’는 일반적으로 혼용되는 개념이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한 세기가 넘은 물건은 앤티크, 수십 년 전의 것은 빈티지다. 이 기준에서 48년째 한자리를 지키는 미네르바는 빈티지다. 빈티지의 가치는 ‘연관된 미학(related aesthetics)’에 있다. 과거의 어떤 공간이나 물건, 스토리와 추억, 그리고 그와 연결된 감정을 가리킨다. 빈티지에는 무엇보다 ‘내가 그 시기에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다’는 자기 회상이 담겨 있다고 한다.

    1970~80년대 신촌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빈티지는 무엇일까. 전국적으로 똑같은 인테리어에 똑같은 잔에 담긴 커피를 파는 대형 체인점이 아니라, 주인이 다르고 인테리어가 다르고 커피 맛이 다르고 잔도 제각각인 오래된 카페야말로 빈티지다. 물론 그 카페가 세월을 이기고 살아남았다면 말이다.

    박 교수는 최근 펴낸 ‘공간력 수업’(효형출판)에서 지식인의 공간으로 사랑받았던 커피하우스와 커피 문화가 사라지는 아쉬움에 대해 썼다.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체인점의 등장이 단지 책이나 신문이 노트북으로 바뀌고 커피잔이 종이컵으로 바뀐 것만을 의미할까.



    “파리의 유명한 카페들은 센강 남쪽에 많다. ‘북쪽은 소비하고, 남쪽은 생각한다’는 표현처럼 남쪽에는 소르본 대학을 비롯해 많은 도서관과 서점이 있다. 그리고 철학과 문학, 예술적 분위기의 중심에 카페가 있다. 여기서 카페는 소비하는 곳이 아니고 생각하는 곳이다.”(‘공간력 수업’에서)

    그 시절 ‘연세랑’ ‘복지다방’ ‘바로크’는 사라졌고, ‘독수리다방’은 옛 모습을 잃었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만큼 좁고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지나 언제 헐릴지 모를 낡은 건물 2층에서 버티고 있는 ‘미네르바’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신촌 명물거리를 내려다보며 41년 전 갓 대학에 입학한 열아홉 살 새내기로 시간 이동을 했다.

    윤기중 교수와 인연

    “저는 미술학과를 가려 했는데 부모의 권유로 하는 수 없이 응용통계학과에 지원했습니다. 반드시 미술대학으로 갈 것을 결심했으나 이곳에서도 미술 공부를 할 수 있어 미술에 열중할 터이니 통계학 과목을 좀 도와주십시오.”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창립 50주년 기념문집에 쓴 ‘문화예술, 박진배 교수 이야기’. [박진배]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창립 50주년 기념문집에 쓴 ‘문화예술, 박진배 교수 이야기’. [박진배]

    학기 초에 불쑥 연구실로 찾아와 당돌한 부탁을 하는 신입생에게 “정신 차리고 전공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호통을 칠 법도 한데 당시 윤기중 교수는 오히려 “통계학은 도와줄 테니 출석을 빠지면 안 된다”는 말로 제자를 응원했다. 훗날 윤 교수는 어린 나이에 확고한 포부를 가진 제자가 사랑스러웠다고 회고한다.

    이 일화는 2017년 응용통계학과 창립 50주년 기념문집에 윤기중 명예교수가 직접 쓴 ‘문화예술, 박진배 교수 이야기’에 등장한다. 윤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이다. 스승의 배려로 무사히 대학을 졸업한 제자는 그토록 원하던 실내디자인을 공부하러 가정대학 주생활학과(주거환경학과로 변경됐다 현재는 실내건축과) 대학원에 들어갔다.

    “연세대는 가정대에 남학생의 입학을 처음으로 허용한 대학이었어요. 1984년엔 남학생 2명이 지원했다 떨어졌고, 85년 주생활학과와 의생활학과에 각각 한 명씩 들어왔죠. 86년과 87년에도 한 명씩 들어오더니 88년에는 무려 5명이나 들어왔습니다. 당시 대학원생이던 제가 주도해 가정대 남학생 모임을 만들었는데 일간스포츠에 기사가 나올 만큼 화제였죠.”

    1988년 교육부 공인 남자 가정학 석사 1호,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인테리어 디자인 석사, 연세대 건축공학과 박사를 거쳐 그는 미술대학 교수가 됐다. 한 대학에서 상대, 가정대, 공대를 모두 다닌 드문 기록도 남겼다.

    미대 교수는 그의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서울의 ‘르 클럽 드 뱅’ ‘민가다헌’ ‘베라짜노’, 뉴욕의 ‘사일로 카페’ 등을 디자인했고, 레스토랑과 외식 컨설턴트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자문했다. 뉴욕의 ‘프레임’과 한식당 ‘곳간’을 창업해 운영했고, 바텐더와 일식 요리사 자격증도 땄다.

    거리가 여행자에게 건네는 속삭임

    “박 선생은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전에 세 장소를 반드시 방문해 봐. 프로방스, 밀라노, 그리고 영국의 남동부.”

    그가 뉴욕에 레스토랑을 열 계획을 말하자 외식업계 대부인 일본인 멘토가 건넨 말이다.

    “프랑스에서 음식이 가장 세련된 지역은 부르고뉴지만, 프로방스에서 재료의 맛을 극대화하는 음식을 만날 수 있을 걸세. 그리고 밀라노는 흔히 패션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대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필요한 시스템과 문화를 배울 수 있지.”

    “그럼 영국의 남동부에는 왜 가라고 하십니까?”

    멘토는 10초 정도 침묵을 지키다 나지막이 말했다.

    “… 그곳은, … 바람이 좋아.”

    그는 할 말을 잃었다. 그곳에 특별한 음식이 있으니 먹어봐야 한다든지, 어느 곳을 꼭 가보라든지 하는 정도의 답변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공간미식가’를 펴내면서 그는 맨 앞에 이 일화를 소개했다.

    그 이후로도 그가 프랑스어로 ‘피에 아 테르(Pied-`a-terre)’, ‘땅에 한 발짝을 들여놓는다’는 말의 의미를 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안목과 연륜이 쌓이자 처음 찾아간 마을, 상점, 길거리가 여행자에게 건네는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시칠리아 타오르미나의 원형극장에서 그가 발견한 메시지는 “이렇게 아름답고 위대한 자연이 있다. 하지만 이 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자연보다 더 위대하다. 연극은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였다. 1992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등장하는 커버드 브리지(Covered Bridge). 미국 시골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버드 브리지는 대부분 19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비바람으로부터 목재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붕을 씌웠다. 한적하고 외딴 길목에 지어진 다리 위에서 아이들은 뛰어놀았고, 연인들은 키스를 했고, 청혼을 했다. 다리 밑에서는 피크닉이나 낚시를 즐겼다. 추억을 찾아서 사람들은 일부러 먼 길을 우회해 그 다리를 보러 간다. 미국 버몬트주 태프츠빌의 붉은색 커버드 브리지를 바라보며 그는 이렇게 썼다. “지나가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이제는 목적지가 됐다.”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공간력

    강의에서 해방될 때마다 그는 이탈리아의 움브리아주, 프랑스의 시골 마을들, 스코틀랜드의 양조장과 잉글랜드의 해안을 찾아다녔다. 그의 연중 스케줄에는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있는 포도밭에서 와인을 만드는 일도 있다. 그렇게 세상의 절반쯤 가봤고, 현장에서 느낀 안목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아홉 권의 책을 쓰고 두 권을 번역했다. 지난해 펴낸 ‘공간미식가’가 공간과 사물들에 대한 기록이라면 이번 ‘공간력 수업’에서는 그 공간을 존중하고 즐기는 ‘태도’에 집중했다.

    “공간에 추억과 연륜이 쌓여 서사를 품게 되면 비로소 하나의 장소가 됩니다. 공간이 물리적 개념이라면 장소는 정서적 개념이에요. 공간력은 사람을 모이게 하는 힘이죠. 일상적 공간이 문학이나 영화의 배경이 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 공간력이 생깁니다.”

    영화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영국 요크의 ‘섐블스(The Shambles)’의 좁은 골목길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박진배]

    영화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영국 요크의 ‘섐블스(The Shambles)’의 좁은 골목길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박진배]

    공간력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가 영국 요크 지방에 있는 골목길 ‘섐블스(The Shambles)’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주인공들이 벽난로를 통해 공간 이동을 하는 ‘다이애건 앨리’의 실제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900여 년 전 이 골목엔 푸줏간이 모여 있었다. 일부 구간은 양팔을 뻗으면 벽에 닿을 만큼 좁다. 건물은 높아서 골목 안에 하루 종일 그늘이 생기니 상점 앞 창틀에 걸어놓은 생고기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보도와 도로는 아래로 살짝 기울어져 도축된 고기에서 흘러나온 피가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모였고, 비가 잦은 날씨 덕에 바닥의 피는 자연스럽게 씻겨 내려갔다. 푸줏간용으로 설계된 골목이 영화 덕분에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박 교수는 “도시재생의 파괴로부터 살아남은 골목을 걷는 것이야말로 아날로그로만 맛볼 수 있는 지적인 놀이”라며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거리를 만들었다면 도시 디자인의 3분의 1은 잘한 것이고, 뒷골목이 재미있다면 그 도시의 내공은 남다른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어로 ‘플라뇌르(fl^aneur)’라는 말이 있어요. 의역하면 ‘거리를 배회하는 산책자’라고 할 수 있죠. 골목을 천천히 거닐며 풍경을 감상하는 행위로 이해하면 됩니다. 저는 플라뇌르야말로 도시를 보는 최고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대로변에서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 우리는 일상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자신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특별히 이색적인 경험은 없지만 소소한 것들로 채워진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는 거죠.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 강아지의 반가운 꼬리침, 예기치 않게 빵 굽는 냄새를 맡거나 예쁘게 꾸며진 상점 입구를 발견하기도 하죠. 그렇게 목적 없이 걷다가 작은 가게나 커피 하우스에 들어가 잠시 쉬어가는 것도 우리 인생과 닮았잖아요.”

    프랑스 알자스 지방 에귀샤임 거리. 소소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골목길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골목길에선 천천히 조용하게 모든 것을 음미하며 걸어야 한다. [박진배]

    프랑스 알자스 지방 에귀샤임 거리. 소소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골목길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골목길에선 천천히 조용하게 모든 것을 음미하며 걸어야 한다. [박진배]

    “가능하면 천천히 걸으면서 관찰하게”

    영화 ‘일포스티노’에서 시를 쓰는 법을 묻는 집배원 청년에게 파블로 네루다는 말한다. “바닷가를, 가능하면 천천히 걸으면서 관찰하게.”

    플라뇌르의 핵심은 철저하게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골목의 주인은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주민들이지 어쩌다 방문한 여행자가 아니다. 큰소리로 떠들고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이처럼 경우에 맞게 행동하고 품격을 갖추는 태도를 ‘스타일 인 라이프(Style in Life)’라고 한다. 박 교수는 심지어 여행 중 구경 삼아 가는 전통시장에서도 지켜야 할 스타일이 있다고 말한다.

    “시장에서는 물건을 사주는 게 예의이자 스타일이에요. 시장은 뮤지엄이 아니라 기본적인 상거래가 이뤄지는 장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상인들은 봉지 하나라도 들고 다니는 손님을 좋아해요.”

    1907년 문을 연 미국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연간 100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지만 이곳이 ‘시애틀의 영혼’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이 시장과 일상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농수산물, 빵, 꽃, 공예품, 만화책, 마술용품, 빈티지 상품을 취급하는 전문 상점과 노점상이 한 지붕 아래 공존한다. 심지어 시장 3층에 꾸며놓고 빌려주는 회의실은 스타트업처럼 자체 회의실을 갖추지 못한 작은 회사들에 인기가 좋다. 남는 시간에 쇼핑을 하고 회의를 마치고 장을 봐서 집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쇼핑을 하는 것은 시애틀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만나는 지름길이다.

    박진배 교수의 페이스북은 한동안 ‘#뉴욕에는_없어요’란 해시태그가 달려 있었다. 5월 18일에 한국에 와서 7월 4일 뉴욕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6주간 돌아본 한국은 어땠을까.

    “한국의 도시는 시각적 정보가 너무 많아요. 거리는 온통 가로막(플래카드)으로 시야가 막혀 있고, 건물의 벽과 유리창은 온갖 정보로 뒤덮여 있어요. 선거가 끝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올해도 여전하네요. 걷다 보면 눈에 걸리는 게 다 그런 정보들이에요. 그리고 광화문광장이나 시청앞 광장처럼 공공장소가 비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늘 집회나 시위 중이어서 오히려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서울에서 머릿속 지도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

    박 교수는 사람과 교감하는 도시를 만들려면 ‘휴먼 스케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뉴욕에서 제일 큰 ‘애비뉴’가 기껏해야 6차로이고 ‘스트리트’는 보통 2차로입니다. 도로가 넓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보행자 우선’이 돼요. 차만 오지 않으면 신호등에 관계없이 건너갈 수 있죠. 보행자가 도로에 한 발짝 내딛기만 해도 자동차는 저 멀리서부터 속도를 줄이기 때문에 신호등에 의존하는 것보다 오히려 안전해요. 반면에 대로가 많은 서울은 늘 차가 우선인 도시예요. 또 서울은 대로변 양쪽에 건물이 꽉 차 있어서 그 이면도로에 무엇이 있는지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예요. 머릿속의 ‘인지지도’가 작동하지 않으니 ‘내비게이션’에 의존해야 해요. 내비게이션 앱에서는 오로지 출발지와 목적지만 있을 뿐 중간 과정이 생략되죠. 두 번째 가도 처음 가는 것처럼 머릿속에 지도가 남아 있지 않아요.”

    전 세계적으로 도시가 보행자와 사람 위주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도시의 주인이 되려면 도시에 사는 사람도 달라져야 한다.

    “파리가 로맨틱한 도시인 이유는 유서 깊은 건물이나 카페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파리 사람들이 옷을 잘 입기 때문이기도 해요. 뉴요커들은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피플 워칭’하기 좋은 장소를 중요하게 여기죠. 잘 차려입은 옆 테이블의 비즈니스맨, 길거리를 오가는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을 ‘워칭’하는 겁니다. 파리나 밀라노처럼 노천카페가 발달한 도시에 패션이 발달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어요. ‘어글리하게’ 입은 패션 테러리스트의 도시가 로맨틱할 수는 없잖아요.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이 대세가 되면서 도시가 패션의 미감을 잃어버린 것도 아쉽죠. 레스토랑과 도시의 풍경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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