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강지남 기자의 국경 없는 쇼핑백

건강식품은 ‘6병·150달러’ 이하로 ‘1일 1쇼핑몰’에서만!

관세를 피하는 방법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6-04-11 13: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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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200달러, 다른 나라는 150달러까지 면세
    • 관세청은 직구를 좋아해?…‘편의’ 높여 ‘유통’ 개선
    • 자가 사용 기준, 합산과세 등 유의해야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는데, 1990년대 여고생들은 으레 휴대용 반짇고리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한 손으로 감싸 쥘 수 있는 둥글고 납작한 반짇고리에는 작은 가위와 바늘, 몇 가지 색의 실, 옷핀 등이 들어 있고 심지어 오레오 쿠키 반쪽만한 작은 거울까지 달렸다. 교복 단추가 떨어지거나 ‘교련 붕대’ 가장자리 ‘오바로꾸(overlock, 휘갑치기)’가 풀어지면, 반에서 바느질을 가장 잘하는 친구가 엄마인 양 호들갑을 떨며 반짇고리 뚜껑을 열곤 했다.

    ‘그’의 책상에 놓인 작고 납작한 플라스틱 케이스를 발견한 나는 추억의 반짇고리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의 두툼한 손가락이 상자 뚜껑을 밀어 올렸을 때 그 안을 가득 채운 것은 실과 바늘이 아니라 빨강, 초록, 노랑, 하양…갖가지 색깔의 작은 알약들이었다. 그것들은 뭐랄까, ‘세계’와 ‘인체’의 축소판이었다. 해외직구로 공수된 건강보조식품들.

    신진대사와 해독 작용에 도움을 준다는, 하와이 코나해변 해양심층수에서 재배한 천연 스피룰리나(Spirulina, 해조류의 일종), 간세포 재생을 촉진한다는 밀크 시슬(Milk Thistle, 엉겅퀴), 기억력 개선 등 두뇌 기능을 강화한다는 포스파티딜 세린(Phosphatidyl Serine), 눈 건강에 좋다는 빌베리(Bilberry)와 루테인(Lutein)…. 건강보조식품계의 ‘입문’ 단계라 할 종합비타민, 오메가3, 코큐텐(CoQ10)도 물론 들어 있었다(코큐텐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고 알려졌다).

    그는 영문학과 출신이고, 그의 아내는 의사다. 그런데 온 가족 건강보조식품을 ‘항공기를 띄워’ 확보하는 임무는 그가 맡는다. 제품 라벨을 보며 하루 복용량, 원료 생산지,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함유 유무 등을 따지고, ‘대두(大豆) 성분으로 만든 포스파티딜 세린의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는지’ 영문 논문을 뒤질 때 그는 대학 때 전공을 십분 활용한다.





    무료 배송이냐 免稅냐

    남자임에도 그가 해외직구를 즐겨하는 것은 서너 해 전, 한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종합비타민 ‘센트룸(Centrum)’의 미국 판매가가 국내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사실 해외직구 하는 남자, 의외로 많다. 이 점은 다음 기회에 다뤄본다). 이후 그는 ‘아이허브’ ‘뉴트리25’ ‘비타마당’ 등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건강보조식품을 주문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에선 신체 부위별, 성분별, 연령 및 성별로 적합한 건강보조식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해외직구는 저렴하다는 것 말고도 장점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그가 온 가족 건강보조식품 구입에 쓰는 돈은 월 15만~20만 원. 그런데 이 적지 않은 ‘가계 부담’에 부담을 더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관세 부과 사건’이다.

    때는 지난해 여름. 그는 ‘뉴트리25’에서 건강보조식품 3병을 샀다(₩86,000원). 그리고 이튿날 할인행사를 한다는 소식에 ‘비타마당’에 들어가 다른 종류의 건강보조식품 4병을 더 주문했다(₩121,600).

    일주일 후. 기다리는 물건은 오지 않고, 낯선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송장번호 606160995XXXX / ○○은행 / 268-723-784-△△△△ / 청구금액 42,090 / 관세법인 □□’

    “스팸 문자인가 해서 무시했지 뭐.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도 물건이 안 와서 ‘뉴트리25’에 전화를 걸었어. 그때 알았다니까. 서로 다른 업체에서 주문한 각각의 상품이 인천공항에 같은 날 도착하면 한 건으로 취급된다는 걸….”

    건강보조식품은 최대 6병, 그리고 총 구매금액 150달러 이하까지 면세된다. 그런데 몇 군데 쇼핑몰에서 나눠서 주문한 것이, 동일한 날짜에 인천공항 세관검사장에 도착하면, 모두 합해 한 건으로 취급된다. 즉, 그는 하루의 시차를 두고 두 군데 쇼핑몰에서 각각 ‘6병 이하, 150달러 이하’로 구입했지만, 이 두 업체에서 각각 보낸 물건이 하필이면(!) 같은 날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바람에 ‘7병, 20만7600원’으로 간주 ‘당했다’. 따라서 면세 한도를 명백하게 넘어섰으므로 관세 및 부가가치세(부가세) 부과 대상이 됐다. 그리하여 그는 총 구매금액의 20%에 해당하는 4만2090원을 송금하고 나서야 공항에 ‘억류’된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었다.

    해외직구의 관문은 여럿이다. 외국어 ‘허들’을 넘고, 배송 방식(업체의 직배송이냐, 배송대행지 이용이냐)을 택하고, 국제배송료를 감당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마지막 관문은 ‘관세’다. 한 푼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해외직구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인데, 관세를 물면 해외직구로 누리는 ‘가격 차이’의 이점을 상당 부분 훼손당하고 만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집 근처 약국에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나도 한 번 ‘당한’ 적이 있다. 무료 배송 혜택을 받아보겠다며 200달러어치 넘게 샀다가, 우체국 아저씨한테서 손꼽아 기다리던 새 봄옷 대신 세금청구서를 받은 것이다. 따져보니 차라리 블라우스 한 장 덜 사고 배송료를 부담하는 게 나을 뻔했다. 배송료는 20달러가량인데, 세금은 4만5000원이었다.



    유통구조 개선 ‘촉매제’

    해외직구의 세계에서도 아는 게 힘, 아니 돈이다. ‘관세 기습’을 받은 그도 ‘입항일 태클’을 알았더라면 두 번째 쇼핑몰에서의 구매를 이틀 정도 뒤로 늦췄을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입항일이 달라져 과세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4만 원이면 장 건강에 도움 되는 유산균 100억 마리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를 한 병 사고도 1만5000원 가량이 남는다(60캡슐짜리가 아이허브, 뉴트리25 등에서 2만5000원 안팎). 참고로 국내에 공식 수입업체가 있고 대형마트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G○○’에선 90캡슐짜리 프로바이오틱스가 1병에 9만9000원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해외직구 물품에 대해 얼마나 면세해주고, 어떻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을까.

    우선 해외직구족에게 반가운 소식은 우리 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외직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2014년 4월 기획재정부는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수입물품 값이 비싼 이유가 ‘독과점적 수입구조’에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병행수입이나 해외직구 편의를 높여 경쟁을 촉진,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직구를 ‘장려한다’고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우리 국민이 해외의 저렴하면서도 좋은 제품을 ‘손쉽게’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유통구조 개선에 촉매제가 된다고 여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목록통관 대상을 전체 소비재로 대폭 확대했고(2014년 하반기) △면세 한도를 사실상 상향했다(2015년 12월).


    목록통관이란 간단히 말해 관세청이 택배상자를 ‘까보지’ 않고 통과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해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택배상자 겉면에 ‘송장’이 붙는다. 거기에는 최종 도착지인 우리 집 주소뿐만 아니라, 내가 산 물건이 무엇이고 몇 개이며 얼마인지, 그래서 이 상자 안에 든 물건이 도합 얼마인지까지 적혀 있다. 관세청은 이 송장만 확인하고 ‘쓱’ 내보내준다. 관세청에 따르면 목록통관 확대로 통관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장 3일에서 최단 4시간으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마약, 총기류 등을 해외직구할 생각은 하지 말자. 관세청 특수통관과 관계자는 “해외직구로 들어오는 택배상자는 모두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X-레이 검사를 한다”며 “의심이 드는 상자는 뜯어서 검사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태양을, 아니 관세를 피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1_장바구니 가격은 150달러
       넘지 않게(단, 미국은 200달러)

    목록통관이 된다는 것은 곧 면세해준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목록통관 기준금액은 ‘물품가격’ 기준 미화 150달러 이하. 다만 한미FTA에 따라 ‘미국에서 구입해’ ‘미국에서 발송되는’ 제품은 200달러까지 면세된다. 따라서 장바구니 가격을 미국은 200달러, 유럽·일본·중국 등은 150달러를 넘지 않도록 하자. 다른 나라에서 주문했는데 물건이 미국에서 발송된다면? 그래도 200달러까지 면세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보기 드물다”는 게 관세청 직원의 얘기다.

    지난해 12월 이전에는 미국 외 국가에서 해외직구를 할 경우 과세가격, 즉 ‘물품가격+보험료+국제운송료’가 15만 원을 초과하면 과세했다. 그러니까 독일에서 주방용품을 주문할 때 국제운송료 등을 고려해 10만 원어치만 사도 ‘세금 맞을까’ 불안했다. 하지만 이제 기준이 물품가격 150달러로 바뀌었다. 보험료나 국제운송료가 얼마인지 개의치 않아도 되고, 환율에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해외직구 면세한도가 올라간 셈이다.

    ‘면세한도를 좀 더 올릴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외여행객 면세한도가 600달러로 묶여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할 때 해외직구 면세한도를 더 올리긴 어렵다”며 “현행 면세한도는 다른 국가들과도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해외직구 면세한도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뜻으로 접수.

    2_초과분만 세금 낸다?
      ‘전체’에 과세한다!


    미국 백화점에서 아이 옷 몇 벌 사면서($180) 내 구두 한 켤레($50)를 슬쩍 넣었다고 가정해보자. ‘Sub Total $230’. 미국 면세한도가 200달러니까, ‘초과분’ 30달러에 대해서만 ‘쿨하게’ 세금 내겠다고 생각하면 오산. 관세청은 전체 물품가격 230달러에 대해 과세한다.

    3_의약품·건강보조식품 살 땐
      ‘6병, 150달러’ 이하만!


    세상만사에 예외란 항상 있는 법. 목록통관을 전체 소비재로 확대했다고 해도 몇 가지 예외가 있다. 의약품, 건강보조식품(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화장품, 주류, 담배 등은 목록통관 대상에서 제외돼 정식 수입신고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런 물품은 총 물품가격이 150달러 이하일 경우 면세된다(미국도 150달러까지).

    보통 수입신고절차는 운송회사가 대행한다. 소비자는 물건을 주문할 때 구입처에 개인통관고유부호(해외직구에서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되는 개인식별번호. p.customs.go.kr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만 제출하면 오케이. 따라서  물품가격이 150달러가 넘지 않으면 목록통관이든 일반수입신고 대상이든 신경 쓸 필요 없이, 택배 아저씨 오시기만 기다리면 된다.

    의약품·건강보조식품은 자가 사용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만 면세된다. 관세청은 6병 이하까지만 자가 사용으로 인정한다. 즉 △6병 이하 △도합 가격 150달러 이하, 이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종합비타민 등을 살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

    화장품 중에 ‘기능성 화장품’은 목록통관에서 배제된다. 따라서 기능성 화장품은 미국에서 주문한다 해도 200달러가 아닌 150달러까지만 면세받을 수 있다. 관세청이 ‘기능성 화장품’으로 간주하는 것은 미백, 주름 개선, 선탠, 자외선 차단, 그리고 탈모 방지(추후 추가 예정) 기능 제품이다. 그런데 요즘 화장품치고 이런 기능이 없는 제품이 없다. 심지어 입술을 촉촉하게 보호해주는 립밤(lip balm)에도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데!

    “남성용 기초화장품 말고는 다 기능성 제품이라고 할 정도라는 걸 우리도 잘 알아요. 그렇다고 화장품 택배상자를 다 까볼 수는 없고…. 기능성 화장품은 ‘다 걸러내기엔 한계가 있다’ 정도로 표현해주세요.”(관세청 관계자)

    면세한도를 넘어서면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향수는 개별소비세, 담배는 개별소비세 및 담배소비세까지 부과된다. 다만 60mL 이하의 향수, 궐련 200개비 이하 담배는 총 물품가격이 150달러가 넘지 않을 경우 위 세금이 모두 면제된다.

    4_1일 1쇼핑몰 주문만!

    인천공항 세관검사장에 같은 날짜에 도착한 2개 이상의 택배상자는 1건으로 간주돼 합산과세된다. 2개의 미국 쇼핑몰에서 각각 ‘의류 150달러’, ‘건강보조식품 3병 120달러’를 주문했더라도 같은 날 인천에 도착하면 ‘총 물품가격 270달러’가 돼 세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해외직구 할 게 잔뜩 쌓였더라도 ‘입항일 시간차 공격’을 위해 하루에 한 쇼핑몰, 아니 2, 3일에 한 쇼핑몰에서만 주문하도록 하자. 깜빡하고 같은 날 2개 쇼핑몰에서 주문했는데, 하나는 먼저 도착하고 다른 하나는 며칠 뒤에 왔다? 입항일이 다르므로 합산과세되지 않는다.



    면세한도 넘기면 세율 20%

    부득이 세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세율은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합해 대략 20%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 의류 및 신발은 25%이고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컴퓨터,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등 전자기기는 0%다.

    세금을 내야 하면 운송회사 또는 운송회사와 계약한 관세사가 세금 얼마를 어디로 보내라고 연락해 온다. 종종 관세청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온다. 나도 동생과 연합해 무료 배송받을 요량으로 접시, 머그컵 등을 15개쯤 주문했을 때 관세청 직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음…. 판매 목적이 아닐까 의심될 경우 저희가 직접 전화를 합니다.”(관세청 직원)

    다시 ‘그’의 얘기로 돌아간다.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을 꼼꼼하게 챙기는 그에게 아내와 딸은 종종 ‘건강염려증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먹은 최근 2, 3년간 그의 가족은 감기 한번 제대로 걸린 적 없다고. 그는 “면역력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데는 아내도 동의한다”고 뿌듯해하며 내게 선물로 칼슘과 마그네슘, 그리고 포타슘(Potassium)이 든 ‘메가푸드(Mega Food)’ 한 병을 건넸다.

    “마그네슘은 피로 회복에, 칼륨은 나트륨 배출에 도움을 주지. 칼슘은 칼륨과 함께 먹을 때 흡수력이 높아져. 아, 참고로 미국에선 칼륨을 포타슘이라 하더군. 칼슘을 너무 많이 먹어도 문제 아니냐고? 불필요한 칼슘 축적은 마그네슘이 막아준다네. 하루 두 알씩 드시오”라는 설명과 함께. 고맙습니다,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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