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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레이더|깃발 올린 한국신당·개혁신당·민주노동당

4·13총선, ‘미니 신당’ 바람 불 것인가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4·13총선, ‘미니 신당’ 바람 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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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내걸고 1월30일 닻을 올린 민주노동당은 1만800여명에 이르는 당원 가운데 55% 가량이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종래에도 진보노선을 표방하는 정당들이 총선을 겨냥해 발진된 적이 없지 않았지만 민주노동당은 월 당비(1만원)를 꼬박꼬박 내는 1만1000여 당원을 갖고 있는 확실한 대중정당임을 강조한다. 당의 주된 기반세력이랄 수 있는 민주노총이 지난해 합법화된 데 이어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조항이 지난해말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판결을 받음에 따라 민노총 조합원 개인 차원의 성금에서 나아가 노조로부터 정치자금을 공개적으로 기부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돈’과 ‘조직’이라는 총선의 기본 무기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 민주노동당 창당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

철저하게 자발적 당비로만 운영되고 뚜렷한 이념을 가진 정책정당이라는 점이 민주노동당이 강조하는 특색이다. 그러나 당명 설정을 둘러싸고 내부논란이 벌어졌던 데서도 알 수 있듯 당내 온건그룹에서는 민주노총이 정치자금을 무기로 민주노동당을 사실상 장악할 경우 국민 일반으로의 지지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때문에 민주노동당은 단순히 ‘민주노총당’이 아니며 자율성을 갖고 국민 일반에 다가가는 정책개발과 인적기반 확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창당준비위측은 개혁정치에 뜻을 같이하는 학계나 변호사 의료계 등 사회 명망가 그룹의 영입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김진균(서울대)·안병욱(가톨릭대) 장상환(민교협 공동의장·경상대) 백도명(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 김석연·이석우 변호사와 옷로비특검팀에 참여했던 조광희 변호사, 김록호 전 인의협대표 등이 이같은 케이스이며 태재준 전 서울대총학생회장(92년 전대협의장), 이종욱 전 한양대총학생회장(94년 서총련의장), 박용진 전 성균관대총학생회장(94년) 등 87~92학번대의 청년·학생운동 그룹도 참여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출범한 만큼 진보진영의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고 컴퓨터전문가로 구성된 ‘사이버정치실천단’을 구성, 정보화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화교육을 통해 지지세력을 확대한다는 ‘사이버정치’도 구상하고 있다. 봉급생활자 농민 도시빈민 등 저소득층을 지지층으로 삼고 있는 만큼 깨끗하고 정직한 사회,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된 사회,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회 등을 공약으로 내건다는 전략이다.

민주노동당은 4월 총선이 진보진영의 숙제인 ‘원내 진입’의 가장 좋은 기회라고 보고 특히 정당명부제 실시를 겨냥,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100여 곳에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안될 줄 알면서 ‘존재 알리기’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출마는 지양하고 단 한석이라도 확실히 당선시킬 수 있는 지역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현실 노선’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이미 서울 경기 울산 등에 40여 개 창당추진위원회를 결성, 지구당 창당과 후보자 선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울산 마산 창원 안산 인천 등 공단 밀집지역과 서울 일산 등 사무직 노동자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에 공천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 가운데서도 민주노총의 주력인 현대그룹 노조원들이 많이 사는 울산 동구와 북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0월 치러진 울산 동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미 민주노동당 이영순 후보가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후보에 1만여표 이상의 압도적 차로 당선돼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울산 북구의 경우 역시 97년 대선에서 전국 평균 1.2% 득표에 그친 권영길 국민승리21 후보가 14%라는 최대 득표율을 올린 곳이다. 96년 중구에서 분구된 이곳은 현역의원이 없는 무주공산이다.

이번 총선에서 권영길 상임대표는 울산 또는 고양 일산에, 1998년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해 14만8000여표를 얻은 송철호(宋哲鎬) 변호사는 울산지역에 출마해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당원인 조승수 울산 북구청장의 울산지역 출마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또한 서울지역에는 조직국장을 지낸 이상현 당대변인이 노원갑에, 최규엽 당 정책위의장이 금천에,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 박용진씨가 강북을에, 노회찬 전 진보정치연합대표가 강서을에, 박홍순 전 진보정치포럼대표가 구로갑에, 이선근 전 경제민주모임대표가 강남갑에 도전하고 있다. 공단이 몰려 있거나 저소득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수도권 일원에도 이덕우(李德雨) 변호사가 경기 군포에, 정형주 전 외대총학생회장이 성남중원에, 도영호 전 전국연합수원위원장이 수원권선에, 송재영 변호사가 안양에, 노세극 전 시의원이 안산을에 출마채비를 차리고 있다.



이밖에 부산 연제에는 14·15대 총선 때 출마해 2위를 한 박순보 전 전교조부산지부장이, 대구 서을에는 김기수 전 진보정치연합 대구지부장이, 경북 경산에는 서상학 경산진보연합대표가, 전남 여수에는 김형운 전 국민승리21지부장이 도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충북에도 정진동 목사(청주 흥덕)와 지역농민운동가 신달우씨, 김선태 민노총 충북본부장(청주) 등이 출마를 검토중에 있다. 전국빈민연합의장을 지낸 양연수 당 공동대표는 종로출마가, 전국연합의장을 지낸 천영세 당 사무총장 등은 진보세력의 대표적 인사들은 비례대표로 내세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시적 선거연합 그칠 수도

이같은 신생정당들이 당초 예상과 달리 여론조사 결과 간단찮은 지지율을 보이자 여야 정당은 이들 지지표가 어느 당 표를 잠식할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새천년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다당구도가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이 일부 지지기반을 잠식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자민련은 ‘한국신당’이 내각제 무산 이후 JP에 실망한 충청권 내 민심을 어느 정도 파고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는 군소정당의 출현이 2여1야 구도를 2여 다야구도로 변화시키면서 야권표 분산을 초래, 한나라당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선거법 개정협상에서 협상대표들간에 잠정합의됐던 1인2투표제가 당지도부에 의해 거부되고 비례대표의석 배분자격으로 ‘득표율 5%, 지역구 의석수 5%이상’이라는 단서를 굳이 붙이도록 한 것도 군소정당의 출현을 최대한 차단키 위한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현재 50%에 육박하고 있는 무소속유권자 가운데 이들 신생정당을 ‘대안’으로 택하는 숫자가 클 경우 이들 군소정당은 의외의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새천년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유권자들의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 때문에 신당이 효과적인 공천을 할 경우 무시못할 원내세력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특히 이번 총선은 소위 3김시대의 사실상 마지막 선거로서 과거와는 조건이 달라졌다”고 일부 신당의 착근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반면 그 자신이 과거 진보정당 운동을 주도한 바 있는 정태윤 한나라당 총선기획단부단장은 신생정당들의 약진 가능성에 별 비중을 두지 않았다. 정 부단장은 “지역주의 정치구도와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겨냥한 틈새정당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민주노동당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정당은 대중적 토양없이 한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에 의해 간판만 내건, 한때의 포말정당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부단장도 간발의 차로 당락이 좌우되는 수도권에서 개혁신당 등의 출현이 DJP 정치에 반대하는 야권표 분산을 초래, 불리한 판세를 조성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김용환·허화평씨의 ‘한국신당’과 TK신당 추진세력간에 연대가 이뤄질 경우 한나라당 독주양상을 보이고 있는 영남권 총선에서 부분적이나마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홍사덕 장기표 두 사람이 추진하는 신당은 적잖은 여론의 뒷받침을 받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이 추진하는 신당은 13.2%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것은 국민회의 22.8%, 한나라당 11.7%, 자민련 5.4%에 비추어 비교적 높은 지지율이다.

민주노동당도 지난해 8월29일 창당발기인대회 이후 10월2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국민회의 27%, 한나라당 24.2%, 자민련이 6.6%인 상황에서 무려 20.9%의 지지율을 보였고 신년초 각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4~7%대의 지지율을 보여 2.6~9.4%에 머무는 자민련을 웃도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같은 수치가 실제 모두 표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국민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 다시 말해 신당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점을 인식, ‘DJP 견제론’을 내세워 신생정당들이나 무소속 후보로의 표분산을 방지한다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신생정당들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선거를 앞둔 소수그룹의 ‘일시적 선거연합’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공 이후로만 따져도 13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됐던 한겨레민주당이 단 한 명의 당선자를, 14대 총선 당시 박찬종의원이 만든 신정치개혁당이 박의원 1인만의 당선자를 냈을 뿐 나머지 소수정당들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15대 총선 때는 국민회의 합류를 거부한 통합민주당이 극심한 지역구도 속에 어렵사리 15석을 얻은 것을 빼고는 이렇다할 신생정당 창당 움직임조차 없었다.

지역주의와 냉전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했거나 출마자들의 함량미달, 혹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때문이다. 특히 선거가 임박할 수록 지역대결 또는 양당대결 구도가 재연되면서 초반 호조를 보이던 ‘제3당’들이 현실 득표전에서는 맥없이 주저앉고 마는 경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신당들의 높은 초반 지지율은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신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표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색깔론’의 위력이 떨어진 시대상황이고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불신도 극에 달해 있는 만큼 무당파 정서가 이들 틈새정당들로 쏠릴 경우 의외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신생정당이 탈3김 시대의 비전과 새시대에 맞는 독자적 자생력을 보여준다면 4·13총선은 물론 향후 정치구도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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