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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건에 나타난 대기업 ‘대북 비밀 접촉’ 실태

北, 평양 낙랑공단 참여할 CJ를 비롯한 한국기업 물색 중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북한 문건에 나타난 대기업 ‘대북 비밀 접촉’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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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는 CJ를 비롯한 대기업의 대북 접촉과 관련해 북측 기관이 작성한 문건, 북한 인사 서명이 담긴 문건 등 다수(多數)의 자료를 확보했다. 문건엔 알려지지 않은 비화(秘話)가 가득했다.
지난해 11월 초순 평양 낙랑구역 전진동 허허벌판에 한국인이 나타났다. 유병철 CJ제일제당 인천2공장 공장장. 유 공장장은 한 대북지원단체가 수년 전 지은 빈 공장을 둘러봤다. 식품소재 기획을 담당하는 CJ 간부도 동행했다.

평양 낙랑구역엔 평양과기대 캠퍼스가 서 있다. 캠퍼스 서쪽으로 평양과 개성을 잇는 고속도로가 지난다. 고속도로와 캠퍼스 사이는 나대지다. 북한은 이 땅에 식품가공공단을 세우려고 한다. CJ 사람들은 왜 나타난 걸까?

소문과 진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경협도 지난 정권과 달라야 한다고 여긴다 한다. 개성공단 같은 임가공 형태가 아니라 삼성 SK 같은 대기업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다.”

지난해 11월 중순 남북경협에 발을 걸친 한 대기업 임원은 “확실한 정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소문은 꼬리를 물었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CJ가 북한에 식품공장을 짓는다. 중국 기업과 합작 형태다.”

“삼성이 북한에 식품공장을 세운다. 순안공항 리모델링에도 관심이 있다.”

한 언론은 A그룹, B회장이라는 이니셜을 쓰면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북한 경제개발 프로젝트가 물밑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경제 개발에 국내 굴지 A사가 참여한다. B회장도 제3국에서 북한 관계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에서 A그룹은 삼성, B회장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을 가리킨다. 이 기사는 순안공항 리모델링 사업도 언급한다.

이 같은 소문과 기사는 사실일까?

북한은 외자(外資)에 목말라 있다. 외자 유치 목적으로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고, 조선대풍국제그룹을 외자 유치 창구로 지정했다.

국가개발은행은 3월10일 이사회를 열고 전일춘 노동당 39호실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39호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곳. 부이사장은 중국동포인 박철수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총재가 맡았다.

박 총재는 3월2일 ‘조선신보’와 인터뷰를 하고 “외자 유치를 통해 먹는 문제와 철도 도로 항만 전력 에너지 등 6가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최대 4000억달러 외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북한은 한국 자본에도 군침을 흘린다. 북한과 한국기업의 남북경협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①북한 ‘경제 일꾼’이 중국에서 남측 중개인을 만난다. ②중개인이 한국기업에 제안서를 넣는다. ③중개인의 거간으로 중국 혹은 북한에서 남측 기업인과 북측 인사가 만난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①, ②단계에서 나돌곤 한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선서한 이들이 버글대는 곳이다. 부서가 돈을 주고 일을 시키지 않고 독립적으로 돈을 벌어서 살고 정해진 돈을 국가에 입금해야 하는 곳. 그래야 영웅이 되고 이런저런 훈장을 받는 곳이 평양이다.

외자 유치에 혈안이 된, 중국에 나와 있는 경제 일꾼들도 마찬가지다. 남측 인사를 부지런히 만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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