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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민주당, 분열하는 진보?

격전 현장 취재 | 울산

  • | 최재필 자유기고가 jp_choi@hotmail.com

오만한 민주당, 분열하는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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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주당, 지지율 오르자 진보 후보 단일화에 난색
    ● 한국당 소속 김기현 시장 어부지리?
김기현 울산시장.(왼쪽)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인재영입위원장. [동아DB]

김기현 울산시장.(왼쪽)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인재영입위원장. [동아DB]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말이 딱 들어맞는 지역이 있다. 바로 진보·노동 1번지로 불리는 울산시다. 

70%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덕분에 울산의 진보진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첫 진보 시장’ 탄생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시장 선거는 물론이고 구청장 선거, 시·도의원 선거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왜 그럴까. 울산의 진보진영은 지금까지 선거에서 단일화를 ‘관행’처럼 해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렇게 한다면 선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엔 쉽지 않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 때문이다. 집권여당에 유리한 선거지형이 만들어지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계와 단일화할 필요성을 적게 느낀다고 한다. 민주당 울산시당 한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없다. 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 노동계와 ‘자리 나눠 먹기’로 비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올챙이 적 생각 못 해”

노동계에선 이런 민주당에 대해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울산지역 노동계 한 인사의 말이다. 

“울산은 노동자의 도시이고 노동계 정당이 제1야당 역할을 해왔다. 민주당은 별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지율이 올라가고 조직이 커지니 민주당이 후보 단일화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며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후보 단일화가 안 되면 울산은 또 한 번 보수 야당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노동자 출신으로 울산 북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인 김진영 전 울산시의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울산의 ‘집권당’은 여전히 자유한국당이다. 단 한 차례도 ‘진보 시장’을 배출한 적이 없다”며 “그동안 진보진영 정치권과 노동계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기에 그나마 한국당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싸움을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울산광역시장 선거에선 자유한국당이 계속 승리했다. 기초단체장만 놓고 보면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통해 민주노동당 소속 윤종오 후보를 북구청장에 당선시킨 게 전부다. 다만 20대 총선에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진보진영은 북구(윤종오)와 동구(김종훈)에서 승리했다. 

“다자 대결은 필패이고 양자 대결은 승리”라는 지역 노동계의 주장은 수치로도 어느 정도 증명된다. '국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울산지역 성인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울산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현 시장 31.0%, 민주당 소속 송철호 민주당 울산인재영입위원장 15.1%가 나왔다. 이어 정갑윤(한국당) 의원과 임동호(민주당) 시당위원장이 각각 8.1%, 권오길(민중당)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이 3.9%, 심규명(민주당) 변호사가 3.8%, 조승수(정의당) 전 의원이 3.7%, 이영순(민중당) 전 의원이 1.9%를 얻었다. 

수치상 한국당, 민주당, 노동계 후보가 3자 대결을 벌이면 김 시장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온다. 반면, 김 시장과 민주당 송철호 위원장 간 양자 대결이 되면 송 위원장이 48.1%를 얻어 김 시장(40.4%)을 7.7%포인트 앞선다.

“한국당 출신은 적폐라더니…”

울산에서 노동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6년 7월 20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울산 노동자 총파업대회. [동아DB]

울산에서 노동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6년 7월 20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울산 노동자 총파업대회. [동아DB]

지역 정가에선 진보진영 분열의 주요 요인으로 민주당의 인재 영입 실패를 꼽는다. 노동계 한 인사는 “‘분열은 곧 필패’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민주당과의 단일화가 쉽지 않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정권 교체 후 민주당의 당세가 불어났다. 수천 명에 불과하던 당원 수는 지난해 대선 후 2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민주당은 올해 지방선거에 내보낼 ‘선수’도 다수 영입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적폐 세력’으로 규정되던 이들이었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 기초의회 의장을 지낸 사람도 있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사람도 있다. ‘적폐 청산’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인데, 진보진영이 어떻게 한국당 출신과 단일화를 할 수 있나? 난센스다.” 

1월 8일 오전 11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울산시당(민주당울산) 지방선거기획단 출범 기자회견장에는 출마예정자들이 대거 몰렸다. 울산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송철호 위원장, 임동호 시당위원장, 심규명 노동위원장이 왔다. 민주당이 영입한 구청장, 군수 출마예상자들도 참석하면서 회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 적폐 세력을 청산하는 선거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울산에선 적폐 세력에 의한 정치독점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고 지방선거는 이 혁명의 연장선에 있다.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울산의 적폐를 심판하고 문재인 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親문재인계 송철호 자질론

이날 민주당 출마예정자들 중엔 보수정권 출신이 더러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울산 북구청장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L씨는 ‘MB 측근’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그는 200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부터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으며,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선 비서관을 지냈다. P 전 중구의회 의장, J 동구의회 의장, C 전 동구청장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출신이다. 이외 K씨는 울산시장을 지낸 박맹우 한국당 의원의 캠프 출신이다. 

한 울산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박정희 정권 시절 인물도 눈에 띈다는 말이 있다”며 “보수정당을 적폐로 규정해 청산하겠다는 쪽에서 보수정당에 몸담았던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면 시민들이 수긍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인재 영입을 지휘한 친(親)문재인계 송철호 인재영입위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원인 김민호(58) 전 중구주민회 대표는 “인재 영입에 대해 당연히 불만이 많다. 목소리가 안 나오면 건강한 정당이 아닌 것 아니냐. 민주당원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밑바닥 민심은 민주당 정신과 맞지 않는 인재 영입은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밴드’의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단체방에선 송 위원장의 자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민주당 당원은 “8번 중 민주당 소속으론 딱 3번, 무소속으로 4번,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1번”이라면서 송 위원장의 이력을 제시한 뒤 “탈당과 재입당을 5번 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탈당 안 하고 민주당을 지킨 분들은 바보인 것이냐”라고 했다. 

이에 다른 당원은 이 글을 올린 당원을 향해 “많은 도전과 아픔을 함께 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누워서 침 뱉는 일 하지 마라”며 송 위원장을 지지했다. 

울산 지역 정치인들은 결국 지방선거 막판엔 민주당과 노동계가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 과정에서 울산 지역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후보들을 나눠 갖는 ‘빅딜’이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울산지역 언론사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송철호 “다양한 목소리 나오는 과정”

“문재인 정부는 울산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계의 협조가 필수다.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울산시장 단일후보를 갖는 대신 기초단체장 몇 곳을 노동계에 내줄 가능성이 높다. 3자 대결로 가면 필패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송 위원장도 여러 번 학습했다. 울산시장이나 국회의원을 아깝게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 울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송 위원장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에 있던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은 결국 당내 조직력이 약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다. 노동계와의 ‘빅딜’로 민주당이 울산시장 후보를 얻는다면 경선이 본선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경선 승리를 위해 외연 확장에만 골몰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철호 위원장은 “인재 영입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공천 경쟁이 본격화할 3월까지 더 많은 단체장 후보들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인재 영입에 대한 노동계나 당내의 반발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영입된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경선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계와의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다른 진보진영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측 “바닥 민심은 우리 편”

김기현 울산시장 측은 김 시장의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한 측근은 김 시장에 대해 “‘산업도시 울산의 시정을 이끌면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성장 동력을 보강해 지역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바꾸고 있는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측근은 “울산시민들 사이에서 김 시장의 이미지가 좋은 편이다. 바닥민심은 우리 편이다. 본선에선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소속 일부 현역 광역단체장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당 중앙당 한 관계자는 “울산시장의 경우 김 시장의 본선 경쟁력이 높아 경선이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의 송철호 변호사가 울산 지역에서 여러 번 낙선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울산시민들은 송 변호사나 노동계 인사에게 울산 시정을 맡기는 것에 대해 다소 불안해하는 것 같다. ‘진보 후보 단일화’도 시민들에겐 ‘자리 나눠 먹기 야합’으로 비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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