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탈북 기자 주성하의 ‘비교체험, 남과 북’

낡은 자전거로 먼지 나는 시골길 달리는 행복을 아십니까?

  • 주성하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탈북 기자 주성하의 ‘비교체험, 남과 북’

3/7
탈북 기자 주성하의 ‘비교체험, 남과 북’

한국은 북한보다 자유롭지만 서로 갈등을 겪다가 충돌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내 운명은 그런 대로 괜찮은 편이다. 행운이 뚝 떨어져 본 일은 없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뒀다. 이것도 행운이 아니겠는가. 농촌에서 태어나 김일성대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이뤘고,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가겠다는 결심도 실행했다. 중국에 나왔을 때 한국 방송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간 탈북자가 1200명을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1500명이 되기 전에 남한 땅을 밟겠다고 목표를 잡았는데,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바람에 2200번째쯤으로 도착했긴 했지만 어쨌든 꿈을 이뤘다. 한국에 도착한 뒤엔 기자가 되고 싶었고, 몇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소원을 풀었다. 목표는 또 있다. 내가 태어나고 부모 형제 친구가 살고 있는 북한을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 남은 생을 바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다른 세상도 여한 없이 돌아보고 싶다.

잃은 것도 많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이다. 나는 가족을 남겨두고 기약 없는 길을 떠났다. 눈물 훔치며 집을 떠나던 그 순간이 영원한 이별의 순간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입국한 뒤 가족을 데려오려고 했지만 중국에서 체포되는 바람에 북한 감옥에서 1년을 넘게 지냈다.

북한의 감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하다. 1년 동안 나는 산 목숨이 아니었다. 내 혈육은 겨울에 고드름이 매달린 감옥에서 추위에 떨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이곳에서 난방을 틀고 잘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 11평 영구 임대아파트 내 집으로 돌아오면 이불을 덮고 자는 것조차 죄를 짓는 것 같아 냉 바닥에 웅크리고 눈물 속에 밤을 보냈다.

그러나 또 아침이 밝아오면 태연하게 출근해서 웃으며 하루를 보냈다. 외로움과 고독도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 일부는 훌륭한 남한 여성을 만나기도 하고 좋은 양부모를 만나기도 한다. 사소한 도움도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소수일 뿐 탈북자 대다수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혈육도 친지도 선후배도 없는 세상에서 새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한다. 아무리 인간성 좋고 성실하다 해도 남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가난한 탈북자를 친구로 여기는 남한 사람은 드물다. 좀 생각해준다면 동정의 대상이라고나 할까. 나 자신, 무슨 죄를 짓고 남한에 온 몸이 아니다. 그러나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이렇게 묻는다.



“한국에 정말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단 생각이 들죠?”

그러면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행복합니까” 하고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요”다. 나는 얼마 전 탈북자 중에서 우수정착자로 선정돼 표창까지 받은 적이 있는데도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감정파

한국에서 살아 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 남과 북이 통일되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길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한 사람의 우쭐함과 북한 사람의 자존심은 섞일 수 없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 오기 전, 중국 지린성(吉林)성 옌지(延吉)시에서 1년 넘게 살았다. 옌지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 바람이 불어 노래방, 식당도 한국풍이다. 대로를 따라가다 보면 흡사 한국의 소도시에 온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국인에 대한 감정은 그리 좋지 않다. 이들이 한국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을 엄청 깔본다는 것이다. “다 같은 사람인데 한국인 너희는 왜 중국 조선족 알기를 우습게 아는가” 하는 불만이 쌓여 있다. 옌지 시내에서 길 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면 10명 중 1명은 한국에서 몇 년을 보낸 사람이다. 이런 도시가 중국 전역에서 한국인에 대한 반감이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러면서도 너도나도 한국에 못 가서 안달이 난 데가 이곳이다.

옌지에 들어와 사업하는 한국인 사장도 많다. 이들 중엔 손가락질을 받게끔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옌볜에 선교하기 위해 온 한국인 목사가 첩을 거느리고 산다는 소리도 들린다. 나도 이곳에서 한국인 몇 명을 만나봤는데 어떤 사람은 탈북자를 우습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격지심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하여튼 그렇게 느꼈다.

3/7
주성하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목록 닫기

탈북 기자 주성하의 ‘비교체험, 남과 북’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