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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스폰서

“순천에서 여자 데려와 지리산 관광호텔에서 검사들과 술판 벌였다”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검사와 스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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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천성관, “대통령이 내정한 총장 낙마한 적 없다”며 자신만만
  • ● 검사 모친상에 조문객 연락담당, 장례차량도 지원한 법조브로커 윤상림
  • ● 검사들 회식 꼭 챙기고 부지런히 관리했던 대전법조비리 이모 변호사
  • ● 의정부법조비리로 징계받은 변호사는 유학 갔다 온 뒤 완전히 ‘신분세탁’
기회는 많았다. ‘스폰서 검사’의 불명예를 회복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자만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검찰 주연의 ‘스폰서-브로커’ 사건이 벌어졌지만 관행은 고쳐지지 않았다. 길게 보면 의정부법조비리(1997년)와 대전법조비리(1999년) 사건부터, 비교적 최근 사건만 해도 법조브로커 윤상림 사건(2006년),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스폰서 파동(2009년)까지 모두 그랬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검찰은 확실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고 또 관련자들에게 죄를 물었지만, 검찰 스스로 ‘오랜 관행’이라 부르는 스폰서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이 검사들의 스폰서였다고 고백한 정OO씨 사건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5월12일,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에서 특강을 했다. 이날의 발언 때문에 그는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권력과 권한을 견제하는 것은 맞지만 검찰만큼 깨끗한 데를 어디서 찾겠습니까.”

부장검사 되는 게 무서웠다

당장 국민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검찰과 사이가 나쁜 민주당은 이런 논평도 냈다.



“국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발언이다. (스폰서 검사 사건에 대해) 특검을 즉시 실시하고 공직자비리수사처도 설치해야 한다. 스폰서에게 밥과 술을 얻어먹고 금품수수 의혹이 있는 검사 수십 명의 명단이 있는데 깨끗하다고 하니 한심하다. 검찰 총수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검사들이 태연하게 대접을 받는 거 아니냐.”

김 총장의 발언과 관련, 서울에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기자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김 총장의 발언이 그와 검찰의 진심일 거라고 믿는다. 스폰서 검사 문제가 여러 번 불거졌지만 검찰은 매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겉으로는 진상 규명을 외치던 검사들도 사석에서는 “검찰은 그래도 깨끗한 곳”이라고 입을 모을 때가 많았다. 기자는 이런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번 정OO씨의 고백이 있은 직후에도 검찰의 한 간부는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정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가 작성한 문건을 잘 보면 10~20년 전 일을 마치 요즘 일인 것처럼 써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보도한 MBC ‘PD수첩’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며 흥분했다. 검찰의 관행을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간부의 얘기를 듣다보니 2007년 삼성 관련 비리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떠올랐다. 김 변호사는 폭로 1년 전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을 떠난 이유를 설명했었다. 그는 “부장검사 되는 게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의 얘기는 두고두고 기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위로 올라갈수록 술값, 밥값, 후배들 용돈을 걱정해야 하는 게 싫었습니다. 검사나 수사관들이 출장을 가거나 하면 조금이라도 용돈을 주는 관행이 있어요. 그런 거 잘하는 부장이 능력 있다는 말을 듣는 게 검찰 문화였습니다. (검사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보니 돈을 대겠다고, 스폰서하겠다고 접근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선배들이 직접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데 그런 예비 스폰서들을 만나는 게 죽기보다 싫더라고요.”

“내부에서 나갔다”

지난해 7월 검찰은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낙마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단 하루 만의 일이었다. 고가 아파트 구입, 스폰서와의 동반 골프여행 의혹, 부인의 명품 쇼핑 등 도덕성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검찰은 천 내정자의 낙마 이후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는 소홀한 채 정보유출자 색출에 총력을 다했다. 유출진원지로 지목된 관세청을 내사한다는 등의 얘기도 나왔다. 그렇다면 당시 검찰 청문회 준비팀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당시 청문회 준비팀에서는 이미 천 내정자의 출입국기록, 쇼핑기록 등을 가지고 있었고 스폰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전한다. 문제가 된다는 의견이 준비팀 내에서 다수 나왔다. 어떻게 답변할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천 내정자는 태연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검찰 간부는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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