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 마을에 기반을 두고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뛰다’의 회의 모습.
그는 “미루마을에서 방학이면 도시 아이들과 농촌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그림책 전문도서관을 운영하고, 궁극적으로 유럽의 책 마을을 본뜬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파격적인 정책 지원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농어촌 뉴타운을 조성하는 등 젊은이의 귀농·귀촌 장려 정책을 펴는 것도 귀농·귀촌 가구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 지역개발과 변민준 주무관은 “농어촌 지역의 교육과 복지, 문화 여건 등 생활환경이 도시에 비해 열악해 젊은층의 농어촌 거주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2012년까지 전국 5개 지역에 700가구 규모의 뉴타운을 건설하고 있다”며 “뉴타운은 귀농한 젊은 인력이 모여 살 수 있는 쾌적하고 저렴한 전원형 주택 단지이며, 인근에 기숙형 학교가 있는 등 교육 여건이 좋은 곳이다. 귀농·귀촌인은 분양과 임대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입주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경영조직과 주동철 주무관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펼쳐온 귀농·귀촌 지원사업에는 이외에도 농어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 농산업인턴사업, 귀농인 및 예비귀농인 교육사업, 귀농·귀촌종합센터 운영 등이 있다. 귀농·귀촌종합센터는 서울 본부 외에 전국 16개 지부를 두고 귀촌·귀농 희망자를 위한 상담을 해준다. 농업인재개발원은 2009년부터 해마다 귀농·귀촌 교육기관을 선정해 귀농·귀촌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전국귀농운동본부, 농협중앙회,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 농어촌빈집주인찾기사업단 등 18개 기관이 선정됐다. 과거에 비해 귀농·귀촌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이곳에서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화하고 있다. 기본적인 영농기술부터 농업창업, 생태건축 등에 이르기까지 이론뿐만 아니라 현장체험과 실습을 겸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농어촌빈집주인찾기사업단의 경우 귀농·귀촌자들이 들어가 살 빈집을 찾고 농촌 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귀농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사업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사용한 예산은 저리의 대출지원금을 포함해 261억원. 올해는 50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준비만이 살길이다”

‘뛰다’ 정단원 16명이 내려와 정착하면서 노인만 살던 화천군 신읍리는 활기 넘치는 마을이 됐다.
홍은숙 실장은 “지난해 경북 상주와 전북 장수에서 귀농투어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올해도 장수군청과 손잡고 세 차례 귀농투어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현재 지역 내 주택 가운데 40여 채가 매매 또는 임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곳들을 둘러보고 빈집 담장도 고쳐보면서 농촌생활 체험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귀농·귀촌자들이 정착할 마을에 들어가 농사 작물은 뭐가 좋은지, 농지 구입은 어떻게 하는지, 빈집 수리는 어느 정도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들지 직접 알아보는 것은 꼭 필요한 준비 과정이라는 게 홍 실장의 생각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쫓겨난 뒤 무작정 시골로 내려간 초창기 생계형 귀농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 준비 과정 없이 농사일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거듭한 뒤 도시로 유턴하곤 했다. 이 때문에 최근의 귀농·귀촌자들은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도시에서 일군 자신의 전문성과 기반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귀농 6년차 김영범(49)씨는 개인 블로그 ‘흥부네 농장이야기(blog.daum.net/64226422)’를 통해 생산 농산물을 전량 직거래한다. 수익은 연간 3000만~5000만원 수준. 은행원 출신인 김씨는 이 블로그로 농림수산식품부와 인터넷 포털 다음이 공동 주관한 ‘2010 농어업인 블로거 대상’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젊은 시절부터 전원생활을 동경했던 그는 6년 전 출근길에 지병인 협심증으로 쓰러진 뒤 농촌행을 결심했다. 1남3녀의 자녀를 둔 김씨가 안정적인 생계 유지를 위해 떠올린 것이 바로 농산물 직거래 사이트 구축이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김씨의 아내도 지역에서 가정방문 요양사로 일하며 버는 수입으로 아이들 학비를 보태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