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만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용해온 불과 전기, 원자력 및 신재생으로 이어진 에너지의 발달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정표를 다시 써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후쿠시마현 센다이시(현 소재지) 동쪽 179㎞ 해저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과 이로 인한 해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큰 피해를 당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전·후 원자로 상태와 노심용융 등의 기록을 당사자인 도쿄전력이 5월16일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지진 및 지진해일, 정전으로 인해 많은 데이터가 훼손되거나 기록되지 않았으나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남아 있는 기록과 도쿄전력의 발표내용을 토대로 면밀한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원전 사고는 규모 9.0의 지진 발생으로 가동 중인 원전이 자동 정지되고 외부 전원이 차단된 데 이어 지진 발생 약 1시간 이후에 원전에 내습한 15m의 해일로 인해 외부 전원과 비상 전원이 모두 상실되면서 시작됐다.
후쿠시마 원전 복구 로드맵
사고 발생 하루 뒤인 3월12일 1호기에서 원자로 내 연료 손상으로 발생한 수소가 원자로건물에 집적되어 폭발하기에 이르렀고, 14일 같은 사유로 3호기에서도 수소폭발이 일어나 원자로건물이 크게 훼손됐다. 15일에는 4호기 원자로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2호기에선 격납용기 내부에 폭발음이 관측됐다. 지진 발생 후 5일간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서 4호기까지 원자로 냉각기능의 상실로 인해 매우 긴박한 시간이 흘렀다.
도쿄전력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시 원자로는 안전하게 자동 정지됐다. 그러나 원자로 냉각을 위한 내외부 전원 전체 상실과 이에 따른 냉각수 주입 지연 등으로 1,2,3호기 원자로 내의 연료가 대부분 손상됐으며, 일부는 원자로용기 하단으로 낙하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의 복구 로드맵은 어떻게 될까. 고준위 방사능으로 인한 복구 인력과 장비의 접근 제한, 오염수 저장 및 처리용량의 부족, 종사자의 피로도 누적 등 사고 수습의 걸림돌은 무수히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복구작업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세계 원자력기관의 지원 아래 어느 정도 안정화돼 장기 복구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원전 긴급 안전점검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 내에 최소한의 냉각수를 주입하면서 질소 충전, 격납용기 누설부위 수리, 열교환기 기능 확보 등을 통해 원자로를 안정적으로 냉각시키고 있다. 안정냉각이 정착된 이후 3~6개월간 냉각수의 ‘순환주입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격납용기는 물을 채운 상태에서 원자로 저온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폐회로상에서 정화장치를 이용해 방사선량을 저감할 계획이다. 사용후연료 저장조 냉각을 위한 정상운전배관을 복구하고 열교환기를 설치해 콘크리트 펌프차의 살수를 대체하며 사용후연료 냉각의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기 및 토양의 오염 방지를 위해 부지내에 비산방지제를 살포하고 지진과 사고 후 폐기물은 원격조종장비를 이용해 처리 중이다. 향후 1,3,4호기 원자로건물에 커버를 설치해 방사성 물질 확산을 막고 장기적으로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지붕 및 외벽을 추가로 보강할 예정이다.
방사성물질 흡착재료를 사용해 방사성 오염수가 부지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으며, 부지 내 오염수를 저장하기 위해 임시저장탱크, 바지선, 메가플로트 등 추가 저장장소를 확보해 장기적인 처리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