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국내 원자력시설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한층 커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지진과 해일 등 대형 자연재해로 인한 중대사고 발생 시의 대처방안을 확보하기 위해 한수원은 3월23일부터 4월 말까지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으로 국내 전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단에는 외부전문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 등 총 73명이 참여했으며, ‘지진 발생→대형 해일→전력 차단→대형 원전사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지진 및 해일, 전력 및 냉각계통, 중대사고, 비상대응체계, 장기가동원전 및 신형 원전, 그리고 연구로, 핵주기, 방사선비상진료기관 등 총 6개 분야 27개 항목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했다. 물론 점검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민간참여단의 의견을 수렴, 점검에 반영했다.
첫째, 지진에 의한 구조물의 훼손 부분을 살펴본 결과 국내 원전은 과거 모든 지진기록과 원전 주변지역의 지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전에 미칠 수 있는 최대지진을 고려하고, 이에 안전 여유도를 추가해 설계·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강진 발생을 전제로 지진 감지 시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기능을 추가 중이다. 주요 구조물·기기의 내진성능이 현행 법규와 기준을 만족하지만, 안전정지 및 관련계통을 신형원전 수준으로 보강해 안전성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둘째, 해일에 의한 구조물 훼손과 관련해 국내 또는 일본 서해안 등에서 발생가능한 최대 지진에 따른 예상 최고 해수위를 기준으로 안전 여유도를 추가해 모든 원전의 설계가 예상 최고 해수위보다 높은 안전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상전력계통, 안전 설비 등 주요 구조물의 침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원전은 현행 법규와 기준을 만족시키고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부지고가 타 원전에 비해 낮은 고리원전의 해안방벽은 보강할 계획이다. 또 이번 일본원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비상전력계통과 사용후연료 저장조 냉각계통 등 주요 안전설비에 침수방지를 위한 방수문 및 방수형 배수펌프를 추가할 예정이다.
중대사고 관리 지침서 마련
셋째, 침수 발생 시 전력·냉각계통의 건전성을 점검한 결과 국내 원전의 전력계통은 독립된 다중 시스템으로 설계돼 이중의 외부 전원과 내부의 공급전원을 확보하고 있다. 내외부 전원의 공급 중단에 대비해 호기당 2대의 비상디젤발전소와 발전소별로 대체 비상디젤발전기도 구비하고 있다. 원자로냉각계통은 침수로 인한 전력공급 중단 시에도 증기를 이용해 터빈구동 보조급수펌프가 작동, 자연순환하도록 설계돼 있다. 발전소 내 모든 전원이 상실되어 원자로 및 사용후연료의 냉각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해 비상발전차, 소방차 등을 침수로부터 안전한 위치에 대기시켜 어떠한 경우에도 운전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넷째, 중대사고 대응 분야에서는 모든 냉각기능이 상실돼 원자로 내 연료가 손상되는 중대사고에 대비해 원전별로 중대사고 관리지침서를 작성해 적용하고, 지침에 대한 종사자 교육훈련을 통해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국내 원전의 격납건물(원자로건물)은 중대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크고 견고해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 시 내부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건전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수소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수소제거설비를 갖추고 있다.
한수원은 앞으로 모든 냉각기능이 상실돼 원자로의 연료가 용융되는 최악의 경우를 전제로, 수소폭발 방지용 최신 피동형 수소제거 설비와 실시간 수소농도 감시기를 추가 설치하는 등 중대 사고를 대비해 설비를 보강할 계획이다.
다섯째, 비상대응 및 비상진료 체계 분야는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방출되거나 방출될 우려가 있을 때 지역주민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범국가 차원에서 방사선비상계획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평상시 주기적인 방사능 방재훈련을 실시해 유사시 대응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국민과 종사자가 방사선에 오염됐을 때 의료조치를 위해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와 권역별 비상진료기관 21개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점검을 통해 비상발령 기준, 비상조직 및 주민보호 조치의 내용이 명확하고 비상설비도 적합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동일 부지의 다수 호기 동시 사고 등 최악의 방사능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예비품을 추가로 확보하고 방사선 비상계획서에 반영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계속운전 중인 고리 1호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리 1호기는 2006년 6월 계속운전 신청 이후 원자력 관계법령에 따라 IAEA, 미국 등의 안전기준을 추가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10년간(~2017.6)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 2007년 12월부터 18개월간 계속운전 심사과정에는 IAEA의 해외 전문가 7인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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