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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크로스(CROSS) 인문학 ⑧

반값 등록금 투쟁보다 학벌주의 타파 운동이 먼저다

  • 장석주| 시인 kafkajs@hanmail.net

반값 등록금 투쟁보다 학벌주의 타파 운동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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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학벌사회라고 명명할 때, 사회학적 측면에서 그것은 변형된 신분제적 가치와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를 말한다. 정치학적인 측면에서는 사회적 권력의 배분이 학벌이라는 네트워크에 의해 이루어지는 파당적 요소로 분배되는 붕당(朋黨)적 사회를 뜻한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는 한 사회가 생산해내는 부와 권력을 소수 학벌집단이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를 통해 독점적으로 차지하는 독과점사회를 말하며, 문화적 측면에서는 학벌이라는 집단적 편견이 개인의 인간관계 형성이나 결혼, 취업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 파고들어 문화적·심리적 갈등을 빚어내는 갈등사회를 의미한다.”(김동훈, 앞의 책)

김동훈은 우리 사회가 학벌이 신분을 결정하는 사회라고 판단한다. 그 특정 집단에 돈과 권력이 집중하면서 독과점사회가 만들어진다. 서울대 망국론이 나오는 까닭이다. 끼리끼리 뭉쳐서 갖가지 좋은 것들을 독점하는 학벌사회가 낳은 폐단들이 일상의 영역으로 스미고 파고들면서 인간관계, 결혼이나 취업 등에 불공정한 경쟁을 일삼으며 계층 간의 문화적·심리적 갈등을 파생시킨다는 것이다.

서울대 망국론

노무현이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유독 많은 갈등이 빚어진 것처럼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 갈등의 근원지는 노무현이 아니라 그의 대통령직 수행에 번번이 발목을 잡은 정치 권력과 언론 권력이다. 그 뒤에는 학벌이라는 뒷배를 믿고 그 ‘프리미엄’의 단맛을 누리는 기득권 계층, 지식인 엘리트, 정치가들이 있다. 부와 권력을 쥔 그들이 학벌을 섬기는 것은 그것이 자신들에게만 유리하도록 되어 있는 불공정 게임의 특혜를 누리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학벌’은 부르디외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상징 자본’이다. 평생 써먹어도 닳지 않는 상징 재화다. 학벌이 공공연하게 상징 재화로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부른다.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소수의 학벌취득자들이 사회적 권력과 재화, 명예를 독점하게 됨으로써 필연적으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된다. 또한 구성원들의 능력계발과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사회 발전의 총체적 에너지가 저하되고 무기력과 불만이 쌓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학벌이라는 증서 취득에 사회적 에너지가 집중됨으로써 소모적인 경쟁이 끊이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김동훈, 앞의 책)



결국 학벌이 편견과 차별의 근거로 작동하고, 당파적 이익을 담보하고 부의 독과점을 지속시키는 기제가 되는 한 학벌주의에서 파생된 소모적 악순환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왜 ‘학벌사회’가 문제가 되는가? 한마디로 학벌이 그것을 얻는 데 들인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학벌에 따르는 특혜는 사회적 공정성의 원리를 현저하게 위반한다. 학벌이 공공적 원칙과 경쟁원리에 우선한다는 점이 문제다. 학벌을 통해 얻은 부와 권력, 명예는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세습된다. 학벌은 사회 계층의 수직이동을 막는 장벽이다. 아울러 학벌은 중요한 결혼 조건 중의 하나다. 좋은 학벌은 배우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 반면에 학벌 없는 사람은 배우자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결혼 자체가 힘들다. 김상봉은 학벌사회가 낳은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한다.

“다른 많은 사회문제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역시 문제의 최초의 뿌리는 권력독점과 그에 따르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불의에서 시작되고, 이로부터 사회적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의 왜곡이라는 불합리로 이어지며, 이 불합리로부터 비효율과 경쟁력의 저하라는 결과를 낳게 한다.”(김상봉, ‘학벌사회’)

학벌주의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우리 사회에 작동하는 차별과 불평등의 근본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김동훈은 보통사람들이 학벌의 벽을 실감하는 것은 일상에서 겪는 문화적 편견과 차별이라고 말한다. 학벌주의는 개별자의 집단무의식까지 파고들어 지배한다.

“개인이 사회적 존재가 되는 계기에 반드시 학벌이 끼어들며 학벌이 끼어든 그 순간에 개인은 사라지고 개인의 정체성은 학벌이라는 집단적 이미지에 매몰되어버린다.”(김동훈, 앞의 책)

학벌주의의 핵심은 패거리 짓기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에서 패거리를 지어서 좋은 자리를 독점하고 잇속을 챙기는 게 학벌주의다. 학벌은 개인과 개인 사이, 계층과 계층 사이에 깊은 골을 낸다. 그 골을 타고 사회 갈등과 하위 계층의 누적된 불만이 흘러간다. 우리 사회 누구도 학벌주의라는 족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학벌주의 사회에 살면서 그 관행에 자신도 모르게 젖어 있기 때문이다. 학벌주의의 폐단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조장하거나 방임하는 태도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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