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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정몽준 향해 칼 빼들었나”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도쿄·LA·서울 숨바꼭질 인터뷰

  • 글: 이형삼 hans@donga.com

“나는 왜 정몽준 향해 칼 빼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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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대북사업의 성과가 미미한 듯합니다. 현대는 대북사업으로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더 축이 난 실정이고, 덩달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도 도마에 올랐어요.

“지금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봅니다. 북-일수교가 지연되는 바람에 일본인들의 북한 방문이 이뤄지지 않았고, 청구권 자금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금강산 카지노사업 등도 원래 일정대로 추진되지 않았고…. 시간이 좀 지나면 달라질 겁니다. 당장 개성공단 개발이 합의되지 않았습니까. 이걸 개발하면 몇백개의 기업이 들어갑니다.

북한도 많이 변했어요. 김정일 위원장은 금강산에 골프장, 카지노, 심지어접대부 나오는 술집까지 다 검토해보라고 했어요. 김일성 별장도 현대상선에 주라고 했다니까. 청구권 자금이 들어오면 그걸 어디에 어떻게 쓸지 구체적으로 조언해달라고도 했습니다. 김위원장은 자기 방에서 만날 CNN을 봐요.

이렇게 변한 데는 현대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소련과 수교할 때 돈을 얼마나 많이 썼습니까. 하지만 대북사업은 현대가 다 했잖아요. 현대 돈을 쓴 것 아닙니까. 끝까지 한번 지켜보자구요.”

네 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마친 이익치 전회장은 이날 오후 2시55분발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1시가 좀 지나 나리타공항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이 전회장은 미국에 도착한 후 전화번호를 알려왔고, 약 두 시간 여에 걸친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팩트(fact)만 얘기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대개는 이미 고인이 된 정주영 명예회장 주변에서 나온 얘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말을 확인해줄 만한 현대 관계자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거나 잠적한 상태다. 구석에 몰린 이 전회장이 대선 정국을 이용, 정몽준 후보에게 역공을 취하려고 근거없이 ‘협박’을 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전회장은 취재과정에 다소 실망스런 행동을 했다. 이 전회장은 11월5일 나리타공항 인터뷰에서 ‘신동아’와의 단독인터뷰를 철석같이 약속했다. “나도 언론을 잘 안다”고까지 했다. 11월7일 전화 인터뷰에서도 기자는 이 전회장에게 “신동아가 발간되는 시점까지는 보안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고, 이 전회장도 그러마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전회장은 바로 그 이튿날인 8일, LA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하루만에 약속을 뒤집었으니 신의를 의심할 만도 하다.

더구나 LA에 체류하던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은 최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이익치는 이영기 전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꼬드겨 투자하게 해놓고 이제 와 딴소리를 한다. 당시 정후보는 중공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가 정후보를 저토록 인신공격하는 것은 개인감정 이상의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정후보가 많이 참고 있는 게 보인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측의 반응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신동아’는 이 전회장 발언의 요지를 정후보측에 보내 해명과 반론을 청했다. 정후보측은 내용을 검토한 후 “출생 및 건강과 관련된 내용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 이는 ‘퍼스낼리티’에 관련된 부분인 데다, 이 전회장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정후보가 이미 기자회견에서 해명하고 끝낸 부분인만큼 기사화하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현대중공업이나 박진원 변호사의 금감위 위원 자격시비 등 다른 발언에 대해서는 충실한 해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사화하면 즉각 법적 대응”

그러나 정후보측은 약속한 시간까지 답변서를 보내오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더니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일일이 답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가 증폭될 것 같다”며 “‘신동아’가 어떤 형태로든 이 전회장 발언을 기사화하면 즉각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회장의 증언에 대해 정후보측의 ‘해명’을 듣고 반론을 게재함으로써 진실에 접근해보려는 노력은 그렇게 해서 무산됐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 전회장은 11월16일 아침 전격 귀국했다. 그의 입에서 또 어떤 ‘폭탄’이 튀어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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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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