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거대 산유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면서 2차 오일쇼크 이상의 파장이 닥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860만배럴, 370만배럴로 세계 원유 생산량 대비 각각 9.8%, 4.2%에 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여유생산능력은 세계 전체의 80.2%(리비아 포함) 규모다. 지금까지 원유 공급 차질이 가장 심각했던 시기는 이란 혁명이 발생한 1978년 11월부터 6개월간으로 일일 560만 배럴(세계 원유 소비량 대비 8.7%)이 부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 생산과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 원유 공급 차질의 규모는 세계 원유 소비량 대비 9.8%를 넘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과거 1,2차 오일쇼크 당시에 기록된 상승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1,2차 오일쇼크 시기의 국제유가 상승률은 최고 유가 기준으로 각각 134.6%, 166%였다(그림3 참조). 현재의 국제유가(두바이유 3월2일 기준 배럴당 109.04달러)에 1,2차 오일쇼크 시기의 유가 상승률을 적용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56~290달러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심각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란의 경우에는 원유 생산 비중이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작으므로 국제유가 급등폭도 사우디아라비아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폭보다는 작게 나타날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향후 중동 위기의 확산은 국내외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세계 경제는 리먼브러더스 쇼크의 후유증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2010년에 4%를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2010년 하반기에는 미국의 양적 금융완화 정책에 힘입어 더블딥 우려를 불식해 2011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1월25일에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1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0.2% 포인트 상향 수정된 4.4%, 미국은 0.7% 포인트 상향 수정된 3%로 전망됐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급등은 이러한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