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호

대통령 눈속임한 지식경제부

동반성장 관련 엉터리 실태점검 결과 보고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1-05-20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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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은 현 정부 집권 후반기 핵심 어젠다다.
    • 지식경제부가 이 정책이 단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낸 것처럼 돼 있는 엉터리 실태점검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해 눈속임을 했다.
    대통령 눈속임한 지식경제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8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지경부는 이날 실태점검 결과를 보고했다.

    지난해 12월1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회의실.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과 강용석 의원이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다.

    강용석 :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해 실태점검을 했지요? 잘됐습니까?

    최경환 : 네.

    강용석 : 총 점검시간이 1시간30분인데, 1시간 교육하고 30분 설문조사한 게 전부입니다. 그럴 거면 e메일로 설문조사를 하지, 뭐 하러 바쁜 중소기업 사장들을 불러대는 건대요.

    최경환 : 동반성장 문제라고 하는 게 굉장히 지속적으로 강한 의지를 갖고 장기간에 걸쳐 시행해야 합니다.



    강용석 :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실태점검 결과를 보고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보고하실 것 아닙니까?

    최경환 : 아직 확정이 안 됐습니다. 안 됐고요.

    지경부는 21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점검 결과를 12월8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새로운 문화, 현장의 동반성장 움직임 가시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도 냈다. 청와대에 보고한 대로라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성과는 눈부시다.

    대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이 늘었느냐는 질문에 중소기업인 83.4%가 보통 이상이라고 응답했으며, 부당한 기술 자료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업체 중 43.8%가 불공정한 요구가 줄었다고 답했다. 하도급 계약을 맺을 때 서면계약을 하는 업체의 비율도 9·10월 53.2%에서 10·11월 66.5%로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을 내놓은 때가 지난해 9월이다. 청와대에 보고한 대로라면 석 달 만에 적지 않은 성과를 낸 것이다.

    실태점검 다시 해봤더니…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 실태점검 때 사용한 설문지를 보여줬다. 설문지가 엉터리라면서 이렇게 물으면 실상이 왜곡된다고 전문가들은 답했다.

    지경부 설문지는 중소기업인이 ‘매우 그렇다’‘그렇다’‘보통이다’‘아니다’ 중 하나를 고르게끔 설계됐다. ‘매우 그렇다’‘그렇다’라는 긍정 항목이 둘이면 ‘아니다’‘매우 나쁘다’로 부정 항목도 둘을 넣어 균형을 맞추라고 조사방법론 교과서는 가르친다. 설문지에서 ‘보통이다’는 ‘변화가 없었다’로 ‘아니다’는 ‘나빠졌다’로 바꿔야 한다. 전문가들은 조사문항의 순서상 오류, 잘못된 척도 제시, 긍정적 결과를 유도하는 보기문항, 유도성 조사항목 포함 등 설문지 설계에서 문제점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백리서치와 강용석 의원실이 1월15일~2월11일, 2월18~23일 두 차례에 걸쳐 219개사를 상대로 실태점검을 다시 해봤다. 110개 기업이 설문에 응했다. 지경부 조사는 지난해 11월24~25일 이뤄졌다.

    최근 최종보고서가 나왔는데, 한백리서치의 조사결과는 지경부의 그것과 다르다. 동반성장 움직임이 가시화하다 거꾸로 후퇴한 걸까. 척도를 바꿔서 결과가 다른 것이다. 한백리서치는 ①매우 그렇다 ②그렇다 ③보통이다 ④그렇지 않다 ⑤매우 그렇지 않다의 5점 척도로 물었다.

    지경부와 한백리서치 조사를 비교해보자.

    대기업의 동반성장 추진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경부 조사 때는 32.8%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 한백리서치 조사에선 20.9%가 긍정했다. 11.9% 포인트가 차이난다. 불공정한 기술자료 요구 행위가 감소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 반응은 차이가 21.1% 포인트나 난다. 지경부 43.8%, 한백리서치 22.7%. 거래의 공정성이 향상됐느냐는 항목은 지경부 30.4%, 한백리서치 26.9%. 대금 결제 시 현금 결제 비중이 증가했느냐는 질문엔 지경부 설문에선 34.8%가, 한백리서치 조사에선 19.1%가 긍정했다. 어음 할인 기간이 단축됐느냐는 항목은 16.2%포인트가 차이난다. 지경부 27.1%, 한백리서치 10.9%. 하도급 대금 인상 요청을 대기업이 수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지경부 설문에선 30.8%, 한백리서치 조사에선 14.9%가 긍정했다.

    지경부 실태점검 결과는 이렇듯 사실을 왜곡한 측면이 적지 않다. 지경부 실무자는 “왜곡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설문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해놓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왜곡하려 했다면 설문지를 감추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현 정부 후반기 핵심정책 중 하나다. 지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뛰고 있고, 동반성장위원회라는 조직을 신설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사령탑에 앉혔다. 지경부의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현장이 짧은 기간에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고 여길 소지가 적지 않다. 척도가 잘못된 조사는 청와대와 현장을 ‘따로 놀게’ 할 수 있다.

    대통령 눈속임한 지식경제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현 정부 후반기의 핵심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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