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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전쟁’ 잣대로 본 이라크 침공 4년

개전에서 종전까지, 어디에도 정당성은 없었다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치학박사 kimsphoto@hanmail.net

‘정의의 전쟁’ 잣대로 본 이라크 침공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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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들어 부시 대통령이 21만5000명의 추가병력을 투입, 이라크 치안을 안정시키겠다며 ‘새로운 전진’이란 이름의 새 이라크 전략을 발표한 것은 럼스펠드 해임 뒤의 결정이다. 혼란을 거듭하는 이라크 상황에 대한 돌파구로서 ‘이라크연구그룹(ISG)’이 제안한 단계적 철군안 대신 병력증강을 선택한 것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병력을 증강함으로써 이라크에서 전후 평화를 이루려면 군사력으로 반미(反美)저항세력을 분쇄해야 가능하다는 미국적 시각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준다. 이는 이라크 국민의 반미감정을 다스려 평화를 이뤄야 전쟁 종식의 정당성 기준에 맞출 수 있다는 논리와는 충돌하는 조치다.

미국의 전후 이라크 점령정책이 졸속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2003년 8월 미 합동참모본부가 ‘이라크 자유작전의 전략적 교훈’이란 제목으로 작성한 기밀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워싱턴 타임스’ 로완 스카보로 기자가 특종보도한 이 기밀문서는 미국이 ‘포스트 사담’ 계획을 너무 서둘러 만들었기에 이라크 침공계획 수립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후세인 정권 붕괴 뒤의 단계에서 이라크 재건을 위한 최상의 청사진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가 작성한 이라크 침공계획은 어떻게 전쟁을 승리할 것인가 하는 군사적 측면에만 치우쳐 있을 뿐, 전후 이라크의 혼란상황을 수습하고 어떻게 안정적으로 재건할 것인가에 관한 접근이 아니었다. 전쟁 종식의 정당성 기준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이라크를 침공할 무렵 이른바 두뇌집단이라 일컬어지는 연구기관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그들 프로젝트의 초점은 대부분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이라크의 치안상황을 안정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지, 전쟁으로 상처받은 민심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는 소홀히 다뤄졌다.

이를테면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관련 프로젝트가 한 보기다. CSIS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18개월 전부터 미 육군협회(AUSA)와 공동으로 이라크전쟁 뒤 미국이 점령국으로서 어떠한 정책을 어떻게 펴 나가야 하는지에 관한 청사진을 다듬었다. 그 결과물로 CSIS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2개월 앞서 2003년 1월 내놓은 것이 ‘보다 현명한 평화, 전후 이라크 재건계획’이란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앞머리에서 “지난날 아이티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경험은 분쟁 뒤 국가재건이 효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전쟁 종식의 정당성 기준에 합당하는 권고사항(미국-이라크 전쟁과정에서 저질러진 전쟁범죄의 공정한 처리, 전쟁으로 상처 입은 민간인에 대한 대책)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출구전략은 없고 잔류전략만

미국은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할 이른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찍이 1968년 미국의 베트남전쟁 개입을 반대하면서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는 것이 현실주의적 선택”이라 주장한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부시 행정부가 애당초 출구전략을 세우지 않았고, 이라크 땅에 남아 군사기지를 유지하고 석유를 장악하려는 잔류전략만 세웠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반전평화주의자인 하워드 진에겐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더 많은 군대를 보내는 것은 베트남 전쟁의 재판이나 다름없는 재앙으로 비쳐진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전쟁 종식의 정당성 기준에 비춰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이 잘못됐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2006년 12월6일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리 해밀턴 전 하원의원을 비롯해 미국의 공화 민주 양당 원로급 인사들로 구성된 이라크연구그룹(ISG)이 부시 행정부에 건의한 보고서도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이 잘못됐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2007년 들어 부시 행정부가 택한 이라크 정책은 ISG 보고서의 제안이나 반전 평화주의자들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부시는 2만명의 미군 추가 병력을 90일 가량 이라크에 배치, 저항세력을 제압하고 질서를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외교적 해법과 2008년까지 단계적 철군방안을 제시한 ISG 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강공책이다. 사담 후세인 사형집행에 반발하는 수니파의 조직적 저항을 제압하고, 혼란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그렇다면 2007년 봄의 이라크는 더욱 공세적인 전술을 택할 이라크 주둔 미군과 반미 저항세력 사이의 대치구도로 말미암아 ‘피의 땅’이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비무장 민간인의 희생은 더욱 커질 것이다. 2003년 이래 줄곧 이라크의 인간 안보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새로운 정의의 전쟁 이론은 승전국이 패전국의 전후 질서 안정과 재건에 힘쓰길 요구한다. 미국 정치학자 진 베스키 엘스테인(시카고대)은 “(일반적으로) 점령국은 (패전국의)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라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2003년 4월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한 뒤의 혼란상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후세인 정권을 대신하는 이라크의 현실적 힘의 주체이자 점령자인 미국과 그 연합국들에 상당부분 책임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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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치학박사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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